[성북구 즐겨찾기] You Don't know me! … 희망을 파는 돈(Don)카페

[성북구 즐겨찾기] You Don't know me! … 희망을 파는 돈(Don)카페

 

최종 수정 : 15.04.08 오후 12시 7분

 

돈(Don) 카페!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운영하는 이 가게
분명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알고 먹자!


추적추적 비가 내렸던 날, 정석대로라면 막걸리에 파전이지만 학교에서 해야 하는 실험과제가 있어서 양심이 이끄는 곳으로 갔다.


콰이러 옆 집에 뭐 생겼대, 가볼래?


국민대 후문 언덕을 지나 콰이러 옆에 새로 생긴 돈카페. 이곳은 페이스북 ‘국민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타코야끼 사진으로 유명해진 뒤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는 밥집이다.

 

친구와 터덜터덜 걸어 도착한 뒤 구석자리에 가방을 놓았다. 메뉴판엔 이미 먹어본 메뉴들과 처음 반기는 메뉴들이 있었다. 주문을 하고 몇 분 뒤 내가 시킨 오야코동과 친구가 시킨 노리벤동이 나왔다.



오야코동은 튀기지 않은 닭고기와 몽글몽글한 계란이 어우러져 풍미를 더했다. 양파와 생강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노리벤동은 밥 위에 얹힌김, 닭튀김, 돈카츠, 계란말이를 소스에 찍어 먹으면 양껏 즐길 수 있다. 살짝 느끼할 것 같으면 직원분에게 김치를 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위에 가게는 뭐고 밑에
붙어있는 집은 또 뭘까


그러다가 궁금증이 들었다. 내가 앉아있는, 비닐하우스 같기도 가게같이 생기기도 한 정체 모를 이 곳. 도대체 뭘까? 인터뷰 약속을 잡고 8시에 다시 왔을 때 이 곳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K2인터네셔널 코리아라고 불리는 이 가게는 1989년 일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 곳의 직원인 코보리 모토무씨는 “돈카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소외된 청년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자립을 목적으로 '다 같이 의논하고 즐기자'는 컨셉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사업은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닫혀있는 청년들에게 큰 세상을 열어주기 위해 시작됐다”고 말했다.


원래 이 곳은 대학가인 합정, 홍대에 가게를 둬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릉시장의 전통적인 느낌과 지역사회의 활기에 매료돼 정릉으로 옮겼다. 그는 “지역사회의 활기는 소외된 청년들, 니트족, 캥거루 족에게 주위 이웃들이 줄 수 있는 희망의 연결고리다. 이 관심들이 모여 병든 사회를 치유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친구와 나는 여기서 (병들지는 않았지만) 고픈 배를 음식으로 치유했으니까.


덮밥과 타코야끼 그리고 정릉시장과의 만남


밥을 먹다 말고 밥 위에 얹어져있는 고추튀김이 눈에 보였다. 고추가 매울지 안 매울지, 먹을지 말지 고민했었다. 코보리 모투무씨는 “고추튀김은 한국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의미로 넣었다”고 했다. 예의 있는 나와 친구는 고추를 먹었다.


고추를 넘어서 이 가게의 음식재료는 어디서 가져오는 걸까? 또 요리법은 어떤 걸까? 궁금해졌다. 그는 “음식의 기본 재료는 마을 활성화를 위해 정릉시장에서 구해온다”고 했다. 대신 이곳에서 구할 수 없는 마요네즈, 간장과 같은 소스 재료는 일본에서 수입해 온다. 보통 외국에서 들여오는 음식은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들어오기 마련인데 이곳은 기본 맛과 요리법이 본연의 것과 같다고 했다.


국대전에서 화제가 됐던 매주 주말 정릉시장에서 파는 타코야끼에 대한 궁금증도 풀렸다. 그는 “오코노미야끼의 역사는 25년, 타코야끼는 10년 정도 됐다. 일본 내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했다. 오랜 경력과 좋은 재료에 대한 고집 그리고 과거엔 다소 어두웠던 청년들이 정성과 애정을 담아 만든 삼합의 기운이 타코야끼에 녹아 있었다.



 

학생들과의 작은 교류를 통한 소통
앞으로 특별메뉴도 추가!


이곳에는 소소한 이벤트가 있다. 직원과 팔씨름을 해서 이기면 먹은 음식값에서 500원을 빼주는 귀여운 이벤트다. 나 역시 일주일 전 친구들과 도전했지만 처참히 지고 말았다.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느낌이었다. 코보리 모토무씨는 “작은 교류를 통해서 국민대 학생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는 이벤트”라고 했다. 여태까지 직원을 이긴 학생이 있냐고 물어보니 딱 2명이 있었다고 한다.

 

인터뷰는 어느새 마지막 질문은 남겨두고 있었다. 음식을 먹는 학생들은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 “학생이라 그런지 즐거워 보인다. 더 친해지고 싶다”라고 했다. 그가 웃긴 가면을 쓰고 배달하는 이유도 "학생들에게 더 많이 보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배달가방도 예쁘게 꾸밀 예정이라고 한다.


4월에 들어선 지금, 하와이풍 메뉴가 4월에만 판매된다며 꼭 먹어보라고 추천해주셨다. 5월에도 5월의 메뉴가 나오는데 그 달에만 판매된다고 한다. 기본 메뉴는 사계절 내내 동일하다. 그리고 여름, 겨울 계절별로 특별 메뉴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귀띔해주셨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끼 식사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메뉴를 고른다. 나 역시 그랬고 그래서 고른 이 돈카츠에 사실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 후 돈카츠 한 그릇에 담긴 의미는 달라졌다. 누군가에게 밥 한 끼는 단순히 먹는 것에서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자립, 더 나아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청년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숟갈이다. 그래서 한 그릇에 담긴 의미를 알고 먹는 밥은 왠지 더 맛있었다. 밥 한 끼에 많은 이야기를 담는 이 집, 오늘 점심 때 한 번 가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 글ㅣ손인혜 수습기자 ssohn0912@naver.com

편집ㅣ김혜미 기자 hyeme19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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