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통장의 정릉라이프] 정릉시장 토요 장날

  < 정릉시장 토요 장날  

 

 

 

 

 

 

토요일 오후, 나른하다 못해 맥이 풀린다. 온종일 침대에 누워, 움직인 신체기관이라고는 스마트폰을 향한 눈동자와 집게손가락뿐인 최통장은 문득 자신이 한심스러워진다. 딱히 할 일은 없지만, 집 밖을 나가고 싶다. 주말이면 자신을 스스로 집에 가둔 최통장은 ‘셀프 올드보이’ 생활을 접고, 동네라도 거닐고자 문밖을 나서본다. 주말 가을의 햇볕이 생각보다 따갑다. 하지만 최통장은 걱정하지 않는다. 햇볕은 물론, 동네를 나갈 때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부스스한 얼굴과 떡진 머리를 가려주는 후드티가 있기 때문이다.

 

 

  정릉시장 토요 장날에는 정릉시장 길을 통제하고 천막으로 가득채운다. 

 

 

후드 모자를 눌러쓰고 정릉시장으로 방향을 잡는다. 갑자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고, 눈에는 인파가 들어온다. 좀처럼 정릉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에 최통장은 후드 모자를 눈 위까지 내려 본다. 도로에는 좌판이 깔렸고, 오가는 사람이 명동 저리 가라다. 정릉도 서울은 서울인가보다. 서울에 처음 온 촌놈처럼 주변을 두리번대는 최통장에게 한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오늘은 정릉시장 토요 장날’이라고 귀띔해준다. 지방에서 올라온 최통장에게 서울 속 장날이라니. 서울에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아직 촌놈이 맞나 보다.

 

 

  문어숙회를 팔고 있다. 옆의 소주병이 눈에 들어온다. 

 

 

 

 

 

  핫바 하나를 물고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서울 장날이든 시골 장날이든 역시 장날에는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장날의 기본인 파전부터 시작해 평소에 보기 힘든 문어숙회도 보인다. 그런데 최통장의 눈에 띄는 먹거리는 따로 있다. 주말이면 ‘셀프 올드보이’가 되어서인지, 후드 모자를 눌러 쓴 꾀죄죄한 모습에 ‘황해’의 하정우가 떠올라서인지 최통장의 손에는 만두와 핫바가 들려있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최통장은 선 채로 핫바 먹방을 찍어본다. 이미 타인의 시선 따위는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역시 장터에 노래가 빠질 순 없다. 

 

 

노랫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그 앞에는 무대가 펼쳐져 있다. 한 아주머니가 무대 위에서 맛깔나게 한 곡 뽑고 계신다. 정릉판 ‘슈퍼스타K’ 아니, ‘전국노래자랑’이 맞겠다. 장날에는 뽕끼 가득한 트로트와 무대 앞에서 흥을 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면 충분하다. 초대가수도 있다. 이름 옆에 ‘유명가수’라는 수식어를 보니 스케일이 어마어마한가 보다. 그런데 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들일까. 최통장은 의아하기도 했지만 뭐 어떠한가? 장날의 흥만 돋우면 족하다.

 

 

  젓갈을 파는 가판대, 가격은 흥정으로 결정된다.  

 

 

 

 

 

  정릉 장터에서는 온 몸에 다 좋다는 한약재도 팔고 있다.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장터가 맞긴 하나 보다. 반찬거리며, 심지어 약재까지 팔고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가격이 안 보인다. 손님과 상인의 흥정으로 가격은 정해진다. 대북 심리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에서는 승리한 사람이 부르는 게 값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옷을 팔고 있는 좌판은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5천 원이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나온 정형돈이 G-Dragon에게 한 패션 지적이 떠오른다. 황학동 못지않은 저렴한 가격과 감각적인 색감, 스타일에 최통장도 패션 지적을 해본다. ‘정형돈, 보고 있나?’

 

 

  '깡통 창작소'라는 이름의 공예품을 만들어보고 소개하는 공간도 있다. 

 

 

정릉 장날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끝에 최통장의 눈에 신기한 물건들이 들어온다. ‘깡통 창작소’라는 이름을 가진 천막에는 깡통 형태를 변형시켜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화분, 액자, 수납통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형마트에서 하는 문화센터가 정릉 장터에도 존재한다. 대형마트 때문에 골목상권이 죽어간다는데, 골목상권도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었다. 정릉에 살면서 대형마트가 없는 점을 아쉬워했던 최통장은 또 스스로가 한심해진다. 자신의 한심스러운 모습에 길을 나섰던 최통장은 다른 한심함을 한가득 가지고 집으로 향한다.

 

 

※ 정릉시장 토요 장날은 매달 둘째주, 넷째주 토요일

 

 

 

글, 사진 / 최통장 julyt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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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통장의 정릉라이프] 정릉천 - 산책하길 좋은 길

왜 우리는 학식과 배달음식으로만 주린 배를 채우는가? 정릉골로 약간만 발을 옮겨보자. 맛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포털 검색창에 ‘정릉’을 치면, 왜 나오는 게 ‘건축학개론’ 뿐인가? 정릉골로 조금만 발품을 팔아보자. 사람 냄새나는 곳이 또 정릉이라. 자칭 타칭 정릉골 통장이라 불리는 자취 5년차 최통장이 <최통장의 정릉 라이프>라는 새로운 코너로 정릉에 숨어 있는 맛집부터 생활정보, 자취생활의 팁까지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최통장 백

 

 

 

  산책하기 좋은 길 < 정 릉 천  

 

 

 

  

 

 

 

 

[정릉 라이프]를 접하면 알겠지만 최통장의 생물학적 성 정체성은 XY 염색체를 지닌 남성, 사회학적으로도 “그런데 예뻐?”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여성을 좋아하는 대한민국의 흔한 남성이다. 더군다나 최통장은 요즘 대세인 혼자 사는 남자이다. 최통장은 문화방송(MBC)에서 방영 중인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그네들을 볼 때마다 격한 공감을 하곤 한다. 데프콘의 먹방에 야식을 챙겨 먹고, 노홍철의 깔끔함을 따라 하려 노력하고, 김용건을 동경하고 있다.

 

 

 

  정릉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정릉천밖에. 

 

 

혼자 산 지 5년이 넘다 보니, 최통장에게 대한민국에서 남자 혼자 하려면 눈치 보이는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은지 오래다. 쇼핑은 혼자가 편하고, 1년에 한 번쯤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 당연하고,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본다’는 씨스타의 노래에 혼자 술을 기울인다. 하지만 나 혼자의 백미로, 호젓하게 거니는 동네 산책을 꼽고 싶다. 정릉에 흘러들어오기 전 모 여대 부근에서 자취했던 최통장은 대담하게 슈퍼에 가는 복장을 하고도 여성이 그득한 모 여대 옆 하천을 산책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정릉 주변에서 산책할 만한 곳을 찾았다. 국민대학교 쪽이 산도 있고 공기도 좋고, 한데 이 오르막은 엄홍길 대장만이 정복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릉천밖에.

 

 

 

  정릉천은 다리 밑으로 흘러 복개천으로 한강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정릉천은 정릉시장으로 향하다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시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눈만 뜨고 있다면 물길의 모습은 쉬이 찾을 수 있다. ‘북한산에서 발원하여 정릉을 지나, 월곡천과 만난 후 청계천, 중랑천 순으로 흘러들어 마지막에는 한강까지 이어진다’고 위키백과에 나오는 데, 정릉천을 자주 다니는 최통장도 처음 안 사실이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그만이다.

 

 

 

  옛 정취 물씬 풍기는 정릉천 주변 골목이 정겹다. 

 

 

날씨도 선선하니 잉여로움을 즐기기에 정릉천이 제격이다. 게다가 정릉천 주변에는 골목골목 맛 나는 음식점에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골목이 어우러지니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다. 음식점들도 소개하고 싶지만 이번에는 순서가 아니다. 다음에 다루기 위해서라도 아껴둬야 한다. 아니, 글을 더 쓰려면 힘들다.

 

 

 

  짧고 좁은 물길은 천이라기보다 동네개울에 가깝다. 

 

 

 

 

  오리도 짝이 있거늘... 오리 커플 한 쌍이 정릉천을 노닐고 있다. 

 

 

이름은 정릉천이지만, 정릉개울이 더 어울릴 정도다. 도보로 산책할 수 있는 구간은 걸으면 고작 10분가량이다. 하지만 슬슬 나이를 먹어가는 최통장에게 10분이면 충분하다. 뒷짐을 지고 정릉천에 마실 나온 최통장 앞에 청둥오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서울 시내에 청둥오리라니 … 놀랄 따름이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오리 커플 한 쌍이 정릉천을 노닐고 있다. 오리 커플에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놀건마는’으로 시작하는 황조가가 떠오르는 이 감상은 또 무어냐. 최통장이 감상에 젖어들 때쯤 갑자기 시끌벅적한 동네 꼬마들 소리가 들린다. 오리를 잡겠다고 난리다. “이런 커플 브레이커 … 아니, 생태계 파괴자 녀석들, 걔들 멸종 보호종이다.”

 

 

 

  정릉천의 오리들이 물 속에 머리를 박고 멱을 감고 있다. 

 

 

 

 

  정릉천도 다른 산책길과 다름없이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다. 

 

꼬마 녀석들이 최통장의 감상을 깨버렸다. 다시 걷다 보니, 역시나 정릉천 산책길도 아주머니들이 많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남성보다 여성이 높다던데, 전국의 산과 산책로를 점령한 아주머니들의 건강은 이상 없어 보인다. 꼬마들과 아주머니, 혼자남 최통장의 눈은 그저 정릉천을 향해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저녁이 되면 종종 산책길을 운동하는 젊은 여성들도 발견할 수 있다. 정릉에 사는 미혼 남성들이여, 최통장이 정릉천을 추천하니, 한번 가보시라. 짝을 찾을지 누가 알랴? 그때, 최통장 옆을 오리가 아닌 사람 커플이 지나간다. 최통장은 아까 오리 커플을 괴롭혔던 꼬마 녀석들이 갑자기 이해가지만 무심하게 정릉천을 걷고자 다짐한다.

 

 

 

 

글, 사진 / 최통장 julyt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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