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봐서 아는데]학교로부터 겁박을 받긴 했는데 별 거 없었어

[내가 해봐서 아는데]학교로부터 겁박을 받긴 했는데 별 거 없었어


일어나면 이메일 확인하고, 그 날도 그랬다.


방학만 되면 밤낮이 바뀐다. 태생적으로 올빼미인지 아침에 반드시 일어나야할 일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밤을 지새운다. 모두가 잠든 새벽, 세상은 멈춰있기 때문에 어떠한 걱정과 근심을 잠시 내려놓는다.


평소 같으면 새벽에 잠들어서 오후 1시나 돼야 슬금슬금 일어나겠지만, 그 날은 오전 11시쯤 깼다. 정신은 몽롱했고 눈도 반쯤 잠겨 있었다. 다시 눈 감으면 바로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몸을 일으켜 습관적으로 이메일을 확인했다. 메일로 소식지나 알림 메일을 보기 때문이다. 읽지 않은 메일은 5건이나 있었는데, 열에 아홉은 정보공개청구 결정메일이다. 내게 다량의 메일을 보낼 곳은 그 곳 뿐이다.


학교로부터 온 미심쩍은 메일, 누구냐 넌?



학교에서 보낸 긴 제목의 메일이 눈에 띄었다. 어지러운 숫자로 시작해 ‘결정내용 송부’로 마무리된 제목을 보고 미심쩍었다. 그리고 눈길이 간 ‘보낸 이 정보기획팀 송효순 과장’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메일을 보낼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는 국민대학교를 대상으로 공개청구하면 모를 수 없는 인물이다. 모든 청구가 그의 이름을 거쳐 가기 마련이다. 접수기관 담당자인 그가 속한 정보기획팀은 청구서 내용을 보고 해당하는 부서로 청구서를 이관한다. 그래서 정보기획팀이 공개청구대상이 아니면 직접 연락받을 일이 없다. 그 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그 이상한 제목의 메일이 내 편지함에 들어와 있는 것인가.


문제의 메일


메일의 내용은 '공개 내용은 붙임 파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가 전부였다. 적잖이 졸았던 차에 간단하고 형식적인 내용을 보고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첨부된 파일을 열어봤다. 파일에는 학교의 입장이 들어 있었다. 한 문단이지만 세 문장으로 나눌 수 있었다. 짧고 명료한 그 글은 마음만 먹으면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었다. 글에는 자신의 입장 외에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학교의 태도가 보였다. 글은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로 마침표를 찍었다. 어찌됐든, 그렇다. 학교로부터 일종의 겁박을 받은 것이다.


내가 뭘 잘 못 했다고......


잠이 확 깬다는 말은 자주했지만 그때만큼 그 말이 와 닿은 순간이 없었다. 정보공개청구를 받은 학교는 여러 가지로 무척 귀찮을 것이다. 조금은 동의한다. 물론 학교가 이를 매우 성가셔하는 거야 어렴풋이, 간접적으로라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놓인 메일이 그동안의 짐작을 증명이라도 해주는 것 같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학교는 필자에게 학교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정보공개청구를 ‘권리의 남용으로 규정’하고 앞으로 ‘필자의 어떠한 정보공개청구든지 비공개 결정처리’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학교의 명성이나 위상에 해가 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하였다. 그들은 권리남용의 근거로 약 6개월 간 37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했다는 사실과 필자의 청구에 정보의 취득, 활용할 의사가 없고 단순 담당공무원(교직원)을 괴롭히려는 목적이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게 그 문제의 붙임 파일


당황하니 헛웃음만 나왔다. 그동안 학교도 정보공개청구에 관해 필자와 같이 공부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법을 처음 알았다고 말한 교직원도 있었고 학교로 들어오는 청구 건 수가 1년에 40건을 넘지 않아 이를 처리하는 교직원의 경험도 많지 않았다. 정보공개에서 전문적이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터라 이 메일도 그냥 겁을 주려고 보낸 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확실히 겁을 먹긴 했다. 학교의 무기한 비공개 결정처리가 정말로 무서웠다. 그럼 앞으로 정보공개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바로 전문기관인 정보공개센터에 문의해봤다. 전문가는 다행히 타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입장, 이전에도 있었는데......


전문가는 비슷한 사례가 근래에 있다며 인천남구청 사례를 소개했다. 인천남구청은 한 청구인에 대해 4년간 매년 수 백 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하였기 때문에 권리를 남용했다고 자체 판단하여 2년 간 해당 청구인의 청구를 비공개 결정처리 하겠다고 통보했다. 인천남구청의 결정을 당한 청구인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은 인천남구청의 결정에 법적근거가 없고 오히려 공공기관의 권리남용을 규제하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비공개 결정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2015구합51228) 이 사례에 비추어볼 때 필자의 공개청구 37건에 대한 학교의 무기한 비공개 결정처리는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다가 한 번 투정부린 셈이다. 그런데 투정부린 사람을 최홍만으로 생각해봐라. 그의 투정어린 터치에 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


“설마 정말로 그러겠어?”라고 반신반의했지만 학교의 입장은 지금도 그대로였다. 학교의 비공개처리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불복절차를 진행 중이다. 불복절차에서도 여전히 학교는 필자가 정보공개청구를 남용하고 있다며 비공개 처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보공개청구권 행사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투정을 넘어 짜증내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계속 할 건데, 웬만하면 잘 지내봐요.


ⓒ MBC예능 '무한도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말은 '그냥 앞으로도 그 정도만 해 달라.'는 권유로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생각할 뿐이다.


정보공개법이란 약칭을 가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그 목적을 제1조에 명시하고 있다. 학교도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하므로 학교 구성원의 입장에 맞게 글자 몇 개만 바꾸면 '이 법은 학교가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공개 청구 및 학교의 공개 의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학내 구성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학교 운영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참여와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가 정보공개법의 목적이다.


그래서 현재의 국민대학교가 정보공개법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보가 공개되면 행정(이라 쓰고 일방적 수료제도 도입, 총장선임, 대학 구조조정을 떠올린다.)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청구내용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한 번은 정보를 보기만 하고 가져가지는 말라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정보를 어디다 쓸지 모르고 정보를 왜곡할까 두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불복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하니 기분이 몹시 나쁘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지의 '[8月] 이사회가 수상하다.', '[9月]장학금 분석···교내장학금의 현 주소', '[11月]교외OT,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기사 등이 정보공개청구를 기반으로 작성된 점에서 보듯이 마냥 희망이 없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부디 학교도 정보공개에 적극적으로 하라는 바람이 있다.


글 주호준 기자 joo4456@naver.com

편집 이명동 기자 lmd8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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