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중감위, 좋은 취지만으론 절차를 무시해선 안 돼

국민저널 기사 2017.07.12 11:59

총학생회가 모집 중인 예비중앙감사위원회(이하 예비중감위) 구성이 현 총학생회칙이 아닌, 개정 논의 중인 개정안을 따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회칙을 무시하고 개정안대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대학교 49대 총학생회 공감이 공고한 예비중감위 포스터 발췌

(관련 링크)


총학생회와 중운위는 감사를 진행하려면 총학생회칙 감사위원회 규정대로 따르면 된다. 그런데 예비중감위는 회칙을 따르지 않고 규정개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을 따른다. 개정안은 말 그대로 개정하기 위한 안건으로,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문서이며 효력이 없고 학생사회의 동의도 받지 않은 일개 문서일 뿐이다. 개정안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안건으로, 대표자들의 인준을 구해야 비로소 회칙이 된다. 다시 말해, 예비중감위는 임의로 작성된 개정안을 따랐을 뿐, 말만 위원회며 공식적인 기구가 아닌 셈이다.

 

회칙에 명확히 명시돼있어,

좋은 취지만으론 절차를 무시할 수 없어


총학생회장은 인터뷰에서 현 중앙감사위원회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개정안에 따라 예비중감위감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인원 구성에서 규정 간에 통일성이 없으며 규정이 세세한 것까지 명시해 이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회에서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개정안으로 예비중감위를 구성한 의지와 실천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취지에 매몰돼 가장 중요한 총학생회칙을 무시했다.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규정집 제2호 [2015.10.15., 제·개정] 中 감사시행세칙


이런 경위는 총학생회가 예비중감위를 하나의 사업으로 여긴 것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총학생회장은 감사하겠다고 중운위 회의에서 자주 언급했고 대표자가 참석하는 LT에서 토론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논의를 거친 개정안을 근거로 예비중감위를 구성했다. 감사 시행을 일종의 총학생회 공약처럼 다룬 것이다. 그런데 함정은 여기에 있었다. 감사가 하나의 공약, 사업처럼 생각되니 총학생회가 임의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시 말해, 총학생회칙과 별개의 일로 생각했다.

 

하지만 별개가 될 수 없다. 이미 감사와 관련된 규정은 총학생회칙에 명확히 명시돼있다. 감사위원회는 특수기구로 분류돼 있고 세부사항은 감사와 관련된 위원회, 진행 방법 등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감사를 하려면 이 회칙을 따라야 했다.


만약 예비중감위가 그대로 운영되면 질 나쁜 선례를 남긴다. 추후 이 선례를 따르는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무수히 많은 행위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문제는 학생회칙에 명시된 규정이 있음에도 내용이 똑같거나 비슷한 개정안으로 학생사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선례다. 그렇다면 앞서 말했듯 개정안으로 회칙을 무시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현 회칙이 아닌 개정안으로 운영할 수 있다. 즉, 하나의 선례라도 얼마든지 현 학생사회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현 규정으로 구성하기 힘들었으면

적어도 학생 대표자 동의는 구했어야

 

앞서 언급했듯, 총학생회장은 인터뷰에서 현 중앙감사위원회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개정안에 따라 예비중감위감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인원 구성에서 규정 간에 통일성이 없으며 규정이 세세한 것까지 명시해 이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 적어도 대표자의 동의를 공식적으로 구했어야 했다.


감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는 전체학생대표자 소속이다. 이를 미루어볼 때 예비중감위 시행은 적어도 전학대회에서 논의했어야 했다. 전학대회 권한 중 회칙 개정도 있어, 현 감사위원회 회칙에서 현실에 맞지 않거나, 이행하기 어려운 부분은 전학대회에서 대표자의 동의를 구해 일부 타협할 수 있었다.

 

좋은 취지만으로 학생회를 운영해선 안 된다. 총학생회는 공적기구로 총학생회칙을 근거로 절차를 지키며 기구를 운영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우려하고 지적하는 학우의 익명글(국민대대신전해드립니다)을 총학생회는 마치 하나의 의견으로만 반응해선 안 된다.


주호준 기자 joo4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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