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만든 서가] 시간을 견디는 일, 순간을 살아가는 일 - 신경숙 장편소설 《깊은 슬픔》



자유의지 혹은 선택의 소극적 방어기제라는 차원에서, 나는 운명을 믿는다. 어떤 선택지를 필연적으로 집어 들어야할 때, 그것을 운명이라 부른다. 실패해도 혹은 성공해도 운명이라는 이름만으로 그것은 내가 어찌해볼 수 없는, 의지 밖의 일이 되고 만다. 실패한 데에 따른 변명이나 자기 방어로 쓰이는 경우도 많지만, 이는 그럼에도 최소한의 담담함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의지로 선택한 결정 역시 이 믿음에서 예외일 수 없다.

 

많은 경우, 이 자기합리화는 도저히 손을 써볼 수 없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자주 쓰인다.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라고. 운명을 창조하거나 개척하는 혹자들은 한심스럽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어디 타인의 마음이 내 마음 같은가. 이 체념은 그래서 꽤 유용하다. 그리고 이 체념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작동하는 단어라면 '같이 산다'는 말이 있겠다.


나는 "같이 산다"는 말을 좋아한다. 어떤 법적 계약이나 약속으로 이뤄진 공동체, 예컨대 부부나 부모, 혹은 룸메이트가 아닌 타인이라도 자주 "같이 살고 있다"고 말하거나 부르고 싶다. '삶은 순간의 연속'이라는 낡은 명제를 돌이켜봐도 결국, 순간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같이 산다'는 말정도는 붙일 수 있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신경숙 작가의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 장편 소설 《깊은 슬픔》 속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운명이 자신의 생 전체를 흔들게 내버려두는 타인이 나온다. 소설은 '이슬어지'라는 작은 고향 마을을 떠나 함께 도시로 나온 세 남녀의 사랑을 다룬다. 소설 속에 나오는 여자 '은서'는 이 운명을, 사랑을 '불가항력'이라 말한다.

 

세 남녀는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고, 서로가 서로의 '고향'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감히 자신을 떠날 수 없을 거라, 헤어질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모질게 굴어도 '너는 나의 고향'이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 때문에, 나를 떠날 수 없을 것'이라 그렇게 말을 한다.


그들은 버려지지 않을 안락함 속에서 자신들이 속한 사랑의 적당함과 안전한 기분을 즐긴다. 절대로 자신을 떠나가지 않을 대상에게 쏟는 적당한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며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상처 입힌다. 이들은, 어쩌면 운명이라는 불가항력적인 관계에 완벽하게 매몰된다.


한 가지 것에 마음 붙이고 그 속으로 깊게 들어가 살고 싶었지.

그것에 의해 보호를 받고 싶었지.

내 마음이 가는 저이와 내가 한 사람이라고 느끼며 살고 싶었어.

늘 그러지 못해서 무서웠다.

그 무서움을 디디며 그래도 날들을 보낼 수 있었던 건

그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어서였지.

하지만 이제 알겠어.

그건 내가 인생에 너무 욕심을 낸 거였어.”


은서는 깊숙했던 운명을 조금씩 뱉어내고, 이를 욕심이라고 선언한다. 이들은, 결국 서로를 떠나보냈을까? 아니면 운명의 불가항력을 미리 엿보고 '어쩔 수 없다'며 이를 포기했을까소설의 결말은 명료하지만, 작가는 그 판단을 독자들에게 맡긴다. 결말이 어떻게 되든 이네들을 운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욕심이겠지만 많은 이들이 떠나거나 조금씩 비껴나는 인연에, 조급함이 가득차는 계절에, 운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조금 더 관대했으면. 우리는 조급함으로 끝없는 만남의 바다를 떠다니거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만다. 이것이 어쩌면 끝이라, 운명의 종말이라 생각하면서. '언제 밥 먹자'든지, '앞으로는 친구로 지내자' 같은 어떻게든 여지를 남기지만, 결국은 유효하지 못한 끝인사가 아닌, 우리는 운명이라는 든든함과 기억을 지고 계속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거다.

 

신경숙 작가는 소설 《깊은 슬픔》 서문 끝에 "힘겨운 날, 세상에 당신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이들에게 바친다"고 덧붙인다. 모든 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한 시절 속에서 너 역시 기억할만한 순간을 함께 살았던 운명이었노라,  생각하면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저 삶을 견디는 미련한 처세술일 뿐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운명은, 어쩌면 이토록 작은 곳에 있다.







깊은 슬픔
(1994)

신경숙

 

(클릭하시면 상세 도서정보로 연결됩니다.) 


문학동네 (1994)

 811.32 신146ㄱ v.1

 811.32 신146ㄱ v.2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편집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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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대학교 학생자치언론 <국민저널> 웹진 <:> 동시 연재되던 [우연이 만든 서가] <국민저널> 연재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그 동안 [우연이 만든 서가]를 아껴주신 <국민저널>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의 [우연이 만든 서가]<:> daasi.net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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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대 총학생회선거] ‘무한도전’ 선본 김제인 정후보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요구가 관철되는 학교를 만들겠다”

국민저널 기사 2013.11.11 14:19

[제46대 총학생회선거] ‘무한도전’ 선본 김제인 정후보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요구가 관철되는 학교를 만들겠다” 


참 공교롭기도 하지. 제46대 총학생회선거에 출마한 양대 선본의 정후보들은 모두 취업을 준비하다가 학교를 생각하는 마음에 취업을 잠시 접어두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국민저널>의 스태프들은 어쩐지 이 정후보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그저 웃었다. 차마 그냥 두고 떠나자니 학교가 눈에 밟히는 것을 어찌 하랴. 


<국민저널>은 제46대 총학생회선거의 공식 유세가 시작되는 오늘, 두 선본의 정후보들을 만나 나눈 인터뷰를 공개한다. ‘리필’ 선본의 최창영 정후보(경영.08)와 ‘무한도전’ 선본의 김제인 정후보(법학.08)는(이상 각 선본명 가나다 순) 각각 2013학년도 경영대학 학생회장, 2012학년도 법과대학 학생회장을 지낸 바 있다. 그 당시의 경험을 거울 삼아, 최창영 정후보는 친근함과 높은 접근성으로, 김제인 정후보는 정책의 지속성과 집요함으로 학교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의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두 인터뷰 모두 편집국장이 배석했으며, 각 선본의 주요 공약에 대한 질문이나 더 자세한 답변을 듣기 위한 추가 질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한 질문들을 기반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리필’의 최창영 정후보는 지난 11월 7일, ‘무한도전’의 김제인 정후보는 지난 11월 8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읽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모든 대화는 반말로 짧게 서술하였으나, 실제 인터뷰는 모두 존댓말로 진행됐음을 미리 밝혀둔다. 인터넷 판에는 본 인터뷰 전문이 실리며, 추후 발행되는 지면 판에는 요약본으로 실릴 예정이다. 부디 이 인터뷰들이 각 선본 정후보들의 정책 방향성과 철학에 대한 유권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이승한 편집국장






Q. 제일 먼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계기를 묻고 싶다.


- “학교생활을 하면서 학교의 불편한 점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교 측에 많은 요구들을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잘 되지 않았다. 학생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는 정당성 획득과 학생들의 조직적인 힘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2012년도 법대 학생회장에 출마를 해 당선이 되었다. 학생회장 임기 동안 법과대 안에서 세웠던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뤘으니, 임기가 끝난 후엔 개인적인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취업 준비를 하는 국민대학교 학생들과 많이 알게 되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의 희망 회사에 지원했을 때 서류 심사조차 통과 못 하는 모습들도 많이 보게 되었다. 그걸 보면서 외부에서 바라보는 우리학교의 대외적인 평판이나 수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걸 놔두고 졸업하면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았다. 솔직히 내가 아무리 열심히 뛴다고 해서 일 년 동안 학교 발전을 얼마나 이뤄낼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도 있지만, 최선을 다 해보지 않고 학교를 떠나면 평생의 후회를 할 것 같단 생각에 출마 결심을 했다.”


Q. 1년 동안 만들고자 하는 학생회의 방향성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 “한 마디로 ‘학생의 권익신장, 우리 학생들의 공공의 이익실현’ 이라고 할 수 있다.”


Q. <국민저널>의 ‘핵심 공약 3가지를 제시해 달라’는 부탁에 ‘유권자가 갑이다, 학생이 갑이다, 국민대가 갑이다’라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 “첫째는 ‘유권자가 갑이다.’다. 지금 우리 학교 학생 대표들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학생 대표들이 명문 규정 몇 가지들을 아주 철저하게 무시해 규정 위에 군림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것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뿐만 아니라 전체 학생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당선이 된다면 공정하게 학생 자치를 운영할 것이다.”


Q. 두 번째인 ‘학생이 갑이다.’는 그렇다면 어떤 의미인가.


- “지금 우리 학교 교직원 분들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무척 수더분하고 착하다.’고들 평가한다. 이 말은 다르게 보면 ‘우리 학생들이 아주 만만하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직원 분들에게 요구를 했을 때 일단은 거절을 먼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거절 답변을 받았을 때 어른들하고 대립하는 게 예의에 어긋나니까, 아니면 지금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은데 언쟁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들로 포기하는 것 같다. 학생 대표의 대표성, 정당성, 그리고 집요함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요구가 관철 되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일례로, 학교의 주인은 재학생들 아닌가? 그런데 대학 입시 기간이 되면 학생 유치를 위해 재학생들이 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긴다. 특히 조형대 학생들이 불편해 한다. 물론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일정 부분 미래의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될 부분도 있다. 하지만 타 대학은 많은 경우 주변의 고등학교를 대여해 입학전형을 실시한다. 이러한 부분은 학교에서 비용을 감소하더라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도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 고시반 수도 적고, 24시간 열람실도 없다. 학교에서 한 군데 정도 24시간 열람실을 개방해 줄 여건은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교들의 예처럼 휴학생도 계절 학기 수강이 가능해야 하고. 학교가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단과대나 학부 단위로 1년 간 집행한 예산을 공개하도록 해서 우리가 낸 등록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총학생회와 교직원들이 일하는 걸 일반 학생들이 모니터링 하는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실행하고 있는 대학들이 있다. 숭실대의 경우 학생들이 교직원들을 모니터링 한다.”


Q. 세 번째인 ‘국민대가 갑이다.’는 그러면 대외 마케팅의 의미인가.


- “마케팅을 해서 우리학교의 대외적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것 또한 주요 정책들 중 하나이다. 나는 우리학교가 지금 충분한 마케팅 없이 도약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우리학교는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비관적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예전엔 우리학교에도 농구팀이 있었다. 지금 프로 농구에도 선배들 몇 분이 계시고, 지도자 생활하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데 농구팀이 지금은 없다.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이유였다. 학교 홍보를 위해 고등학생들의 수험서나 지하철 등 노출효과가 많은 곳에도 투자해야 하고, 직간접적으로 굉장히 큰 홍보 효과가 있는 스포츠 팀 등에 반드시 학교의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뭔가 금전적인 이익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외 인지도 상승은 굉장히 중요하다. 체육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런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학생회 차원에서 학교에 이런 것들을 요구한 적은 없다.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을 이뤄내고 싶다.”


Q. 공약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 약속들을 이뤄내기 위해 학교와 협상하고 대화하는 능력일 텐데, 어떤 전략으로 학교와의 협상에 임할 것인가?


- “학교와 협상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학생 대표로의 대표성과, 그 주장의 집요함 내지는 지속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학생회에서는 그 집요함과 지속성이 누락됐었다고 본다. 나는 학교생활을 하고 법대 학생회장을 하는 동안, 목표한 바는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학교에 요구해서 달성해 왔다.”


Q. 많은 후보들이 공약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수행해 내는 능력일 것이다. 법대 학생회장 경험이 있는데, 재임 중에 얼마나 공약을 이행 했는가 또한 유권자들에게는 수행 능력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힌트가 될 수 있다. 자평해본다면 어떤가?


- “자평을 해본 적이 없어서. (웃음) 일단은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것들을 많이 이뤄낸 것 같다. 기존 학사제도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했다. 오랜 시간 교수님들이 직접 만들어 온 시스템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셨던 터라, 학생 입장에서는 이를 비판하고 개선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학교 본부와 법과 대학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거나, 아니면 학교에서도 일정 부분 취지는 이해는 하지만 비용 문제로 해결을 못해주는 부분 등을 일 년 내내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서 몇 가지 이루어 냈다. 예를 들면 법학관에 매점을 설치할 때 법과대학과 생활협동조합의 이해관계가 많이 상충했는데, 이 둘과 학생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절충점을 찾아서 매점 설치를 이뤄냈다. 또 다른 예로는 법학도서관 문제가 있다. 법학도서관에는 주말에는 책 대출이 불가능했다. 성곡도서관에 설치되어 있는 무인대출반납기가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니까, 그걸 설치해달라는 게 지난 몇 년간 법대 학생들의 요구였다. 비용이 3000만 원 이상 든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뤄가며 해결이 안 됐는데, 학생회장을 하면서 성곡도서관 직원들을 거의 괴롭히다시피 하며 집요하게 요구했다. 설치까지 1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그 외에도 문구류 대여와 같은 사소한 부분들까지도 세심하게 학생들을 배려하며 지냈다. 앞으로도 할 것이고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본인의 총학생회 수행 능력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 “학교 본부와 학생처 직원 분들, 각 처 처장을 맡고 계신 교수님들이 나를 알아보신다. 오히려 나는 얼굴도 모르는 교수님들이신데, 그 분들은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건다. 이런 것들이 ‘내가 움직이면 학교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라 생각한다. 학우들에게는 이런 부분들을 전체적으로 어필하진 못한 것 같아서, 이번 선거유세기간동안 강의실을 돌거나 학우들을 만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자 한다.”


Q. 새롭게 학생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온 사람으로서 지난 총학생회에 대한 평가를 안 물을 수 없다. ‘오픈투게더’의 지난 1년에 대해,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 


- “전반적으로는 학생대표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을 누락한 채로 1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픈투게더’의 최고의 목표였던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하자’는 부분은 다양한 축제들을 통해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행사대행업체에 맡겨도 된다. 학생 대표가 해야 할 역할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총학은 ‘학교에 한 번 문의하고, 학교 측에서 안 된다고 하면 넘어가는’ 식의 모습들을 많이 보였다.”


Q.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학교 측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어떤 공약들이 아쉬웠단 건가.


- “공약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뽑자면 학점이월제나, 경전철 역명 유치이다. 특히 경전철 역명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은 전시행정이라고 본다. 의견을 개시해 거절을 당하면, 더욱 강력하게 주장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들이 누락되었다. 다른 예로 흡연 부스 설치도 현재 총학에서 요구를 많이 한 것으로 아는데, 흡연선을 그리는 것으로 그쳤다. 나는 흡연 부스 설치를 요구할 것이다. 이번 총학이 못 했으니까 내년에도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총학이 못한 것뿐이지 나는 (일이) 되게 할 것이다.”





Q. 잠시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자. 최근 사회에서는 대학을 학문적 성취보다는 취업률 위주로 평가하는 풍조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대학 본연의 기능은 학문연구의 장이다.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취업률 위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산출이 많은 특정 학과에 지원을 더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순수학문을 다루는 학과에 대한 지원이 줄거나 끊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지만 올해도 이런 일들이 있었고, 학교가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학과구조 개편은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학교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만약 내가 당선이 된다면, 특정 학과나 전공이 폐지되거나 모집인원이 축소되는 등의 일들이 학생들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할 것이다.”


Q. 총학생회는 동시에 학생들의 취업문제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하는 위치에 있다.


- “해결책이라기보단 당연히 되어야 하는 일인데 안 되고 있는 게 있다. 동문 선배님들과 재학생들 간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이다. 당선이 된다면 이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학교 측에 동문 선배님들의 정보 제공을 요구했을 때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학생 대표가 되면 더 쉽게 선배님들의 정보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마저도 안 되면 총동문회와 연계 하거나, 선배님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 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중이다. 경상계열 학생들이 ‘가고 싶지만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공기업이나 금융권에 분명 우리학교 선배님들이 계신 것을 확인했다. 우리 선배님들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학우들에게 노출시켜, 직업의 비전을 이루는데 기반을 닦고 싶다.”


Q. 대학 사회를 또 들썩이게 만드는 문제 중 하나는 등록금 문제다. 우리 학교 또한 등록금 인하와 관련해 올해 초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다. 현 총학생회와 뜻이 달랐던 학생단체들이 등록금심의위원회 TFT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을 두고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고.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 “지금 우리 학교 상황에 등록금을 대폭 인하 하자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인문·사회 계열 등록금은 동결하되, 이공 계열이나 예체능 계열 등록금은 몇 만원 수준이 아닌 두 자릿수 수준의 축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부분은 혼자 생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등록금심의위원회가 개최되기 전에 학생들 전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학교와 협상을 할 계획이다. 온라인, 오프라인, 우편물, 익명, 학생 본인의 이름을 걸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모든 방법을 다 열어서 의견 수렴을 할 것이다.”


Q. 올해 초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각 학교 총학생회의 입장 표명이나 시국 선언이 이어졌을 때, 현 총학인 ‘오픈투게더’ 또한 시국선언을 했다. 그 이전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에게 반값등록금 인하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고. 총학생회가 사회문제들에 대해 어느 정도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게 맞다고 보는가?


- “대학생이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국정원 대선 개입 등과 같이, 국가 차원에서 누가 봐도 명백하게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에 신속하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것을 토대로 입장 발표나 성명 발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대학생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올해 총학생회의 입장 표명은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사회참여를 너무 무차별적으로, 학생회장이 하고 싶다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거나 일부 학생들의 의견만을 따라서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올해 우리 학교에는 내부적으로도 ‘지 모 교수 사건’ 등의 논란이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학내 논란들에 대해서는 총학생회가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가?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총학생회의 입장 표명이나 성명 발표 등의 방안들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 있었는데.


- “물은 고이면 썩는다. 자정작용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자정 작용이 집단 내부에서만 이루어질 경우, 같은 문제들이 언제든지 되풀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말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총학생회는 학교에 대해, 혹은 교수에 대해 강하게 비판을 하고 대안 제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생들에게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 외부에서도 알 수 있도록 공론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외부에 학내 문제를 알렸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잠깐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외부에서도 학교의 일을 알아야 자정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Q. 총학생회에서 펼치는 사업들은 단과대 학생회의 협력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단과대 학생회를 아울러 전체 학생들을 통합할 복안이 있는가?


- “총학생회가 단과대 학생회와의 연계 없이 모든 것들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과대 학생회와 총학생회 사이의 협력 관계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그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위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런 협력 관계는 더더욱 중요하다. 결정을 중운위 안에서 함께 내리고, 그 분들이 단과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현실화 시켜주시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중앙운영위원회 위원으로서의 역할과 단과대 학생회장으로서의 역할은 명확하게 분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총학생회가 추진하는 여러 행사들에 대해 회의를 통해 진행방식을 결정해야 할 때는 중운위 위원으로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고, 그것을 각 단과대에서 실현시키는 과정에서는 단과대 학생회장으로서 일을 추진해야 한다. 다만 같은 사람이 다른 두 역할을 나눠서 하는 것이다 보니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총학생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중운위 위원들의 의견을 꼼꼼하게 물어 많이 반영하는 것은, 그 분들이 단과대 학생회장으로서 해당 학과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의견을 수렴하다보면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운위 위원으로서 참여해서 함께 내린 결정사항은, 단과대 회장으로서 각 과에서 현실화 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우리 학교의 만성적 문제 중 하나는 학생 자치공간의 부족이다. 이매지니어 룸 등이 신설되었지만 여전히 공간 부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 크다. 자치공간 확보를 위해 어떤 대안들을 생각하고 있는가?


- “자치공간에 대해서 솔직히 특단의 대안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놀고 있는 공간을 꼼꼼하게 찾아내고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뿐이다. 아니면 기존에 종합복지관에 있는 동아리방들부터 야간에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물리적인 자치공간의 부족만큼이나, 인터넷 상에서도 학생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할 만한 커뮤니티가 크게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같은 학교 성원이라는 연대감을 누리지 못하고 학생들이 파편화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 “이 부분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은 사실 학교가 학생들을 입막음 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 있어 굉장히 소극적이게 되었다. 우리 학생들이 원래 의견 개진을 안 하거나 못 하는 이들인 것이 아니라, 학교가 수년 간 탄압해 온 결과로 학생들이 소극적이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게시물을 붙일 때 (허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신고하고 게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 담당 직원과 1년 넘게 대립하고 있다.


또한 생각을 나누는 것도 문제이지만 생각을 나누기 위해 모일 공간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출입시간 제한이 없는 학생회관이 필요하다. 우리학교의 학생회관 역할을 하는 것이 종합복지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야간 출입이 제한된다. 학교는 여러 이유로 야간 출입을 제한하는데, 학교에서 조금 더 학생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학생들이 자치공간 이용 방법을 몰라서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 또한 있다. 이 인터뷰가 진행되는 이매지니어 룸만 하더라도 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 기존에 존재하는 자치공간이 홍보부족이나 이용 신청의 불편함 때문에 활용되지 못하는 점도 있다.


- “물론 학교는 시설 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어느 정도 제한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한된 공간을 누구에게 먼저 주느냐 하는 부분은 학생들도 학교의 입장을 고려해서 양보를 해야 할 때는 양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몇 부분들은 개선이 필요하다. 특정 시간에 공간 대여를 신청해도 반려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시간에 그 공간이 정말 다른 용도로 쓰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대여 과정도 선착순이 원칙이라 주말에 빌리려면 본부관 앞에서 밤을 새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절차 자체가 복잡해서 체육관이나 운동장을 빌리려면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하며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전산화해서 사용 내역이 공개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사용신청을 간소화 하는 등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Q. 마지막으로 <국민저널> 독자들과, 이 기사를 접하게 될 국민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 드린다.


- “조금은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는 학교생활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학우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다. 짧아도 4년이나 몸을 담고 있는 곳인데, 조금 더 사랑해주시고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관심들이 투표 참여율이나 학교 자치활동에 대한 관심, 참여 등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의 권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데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셨으면 좋겠다.”



인터뷰/ 총학선거 특별취재팀(김선영 안다미 이승한) kmujournal@gmail.com

사진/ 권용석 기자 e12345kr@gmail.com 

정리/ 김혜미 기자 hyeme1992@gmail.com

편집/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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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대 총학생회선거] ‘리필’ 선본 최창영 정후보 "한마디 말보다 한 가지 행동이 국민대학교를 바꿀 수 있다"

국민저널 기사 2013.11.11 14:09

[제46대 총학생회선거] ‘리필’ 선본 최창영 정후보 "한마디 말보다 한 가지 행동이 국민대학교를 바꿀 수 있다" 


참 공교롭기도 하지. 제46대 총학생회선거에 출마한 양대 선본의 정후보들은 모두 취업을 준비하다가 학교를 생각하는 마음에 취업을 잠시 접어두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국민저널>의 스태프들은 어쩐지 이 정후보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그저 웃었다. 차마 그냥 두고 떠나자니 학교가 눈에 밟히는 것을 어찌 하랴. 


<국민저널>은 제46대 총학생회선거의 공식 유세가 시작되는 오늘, 두 선본의 정후보들을 만나 나눈 인터뷰를 공개한다. ‘리필’ 선본의 최창영 정후보(경영.08)와 ‘무한도전’ 선본의 김제인 정후보(법학.08)는(이상 각 선본명 가나다 순) 각각 2013학년도 경영대학 학생회장, 2012학년도 법과대학 학생회장을 지낸 바 있다. 그 당시의 경험을 거울 삼아, 최창영 정후보는 친근함과 높은 접근성으로, 김제인 정후보는 정책의 지속성과 집요함으로 학교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의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두 인터뷰 모두 편집국장이 배석했으며, 각 선본의 주요 공약에 대한 질문이나 더 자세한 답변을 듣기 위한 추가 질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한 질문들을 기반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리필’의 최창영 정후보는 지난 11월 7일, ‘무한도전’의 김제인 정후보는 지난 11월 8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읽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모든 대화는 반말로 짧게 서술하였으나, 실제 인터뷰는 모두 존댓말로 진행됐음을 미리 밝혀둔다. 인터넷 판에는 본 인터뷰 전문이 실리며, 추후 발행되는 지면 판에는 요약본으로 실릴 예정이다. 부디 이 인터뷰들이 각 선본 정후보들의 정책 방향성과 철학에 대한 유권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이승한 편집국장





Q. 제일 먼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계기를 묻고 싶다.


- “우리 선본 슬로건이 국민대학교의 내일을 만드는 든든한 파트너인데, 더 발전되고 나은 국민대학교를 만들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올해 1년 동안 경영대 학생회장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지만, 그것으로는 나 자신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조직의 장이 된다는 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몇 번 없는 기회다 보니 놓치고 싶지 않았고, 원체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해서 이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Q. 1년 동안 만들고자 하는 학생회의 방향성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 “다른 이들에게 ‘저 사람은 총학생회장이니까 다가갈 수 없어’ 하는 그런 위압감 같은 게 없었으면 좋겠다. 총학생회 자체도 학생들로 구성되는데, 학생이 학생에게 위압감을 준다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생 대 학생으로 만나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친근한 학생회를 만들고 싶다. 물론 학생의 대표로서 의견을 피력해야 할 때는 제대로 피력하겠지만.”


Q. <국민저널>의 ‘핵심 공약 3가지를 제시해 달라’는 부탁에 ‘모바일 학생증, 새로운 수강신청제도, 북악관 엘리베이터 교체’라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 “경영대에서는 비가 오면 우산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학생증을 담보로 우산을 대여해준다. 그런데 그렇게 우산을 빌리고 나면 학생증으로 출입해야 하는 성곡도서관에 공부하러 갈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서 모바일 학생증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우산을 대여할 때 학생증을 맡기고 도서관에 들어갈 때 바코드로 인식한다거나 하는 게 가능해지니까.


조사해보니 제법 많은 학교가 모바일 학생증을 도입했더라. 타이밍도 맞았다고 볼 수 있는게, 최근 총학생회 ‘오픈투게더’에서 총학생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지 않았나. 여기에 모바일 학생증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면 어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 시스템상으로 가능하다면 결제 기능 추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Q. 새로운 수강신청제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 것인가?


- “실제 사례를 자세히 조사하고 있고, 공청회 때 더 많은 자료가 나올 것이다. 간단하게 조금만 먼저 말하면, 지금은 장바구니에 담아둔 과목이더라도 수강신청을 하는 날 다시 신청해야 하지 않나. 수강과목 장바구니에서 해당 과목 신청자 수를 파악할 수 있게 할 것이고, 정원에 미달하는 과목의 경우 수강신청 시작과 함께 자동으로 신청되도록 할 생각이다.


또 전체 학생 수보다 수강신청 대기 인원이 너무 많지 않나. 1만 4천여 명이 다니는 학교인데 수강신청 대기자 수는 3만 명이 넘는 일도 있으니까. 그게 수강신청 창을 여러 개 띄울 수 있어서 그런데, 학년별 수강신청일은 그렇다 쳐도 전체 수강신청일은 1차와 2차로 나누어 진행하면 이렇게 대기 순번이 길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내년도에 예정된 학교종합정보시스템(KTIS) 개편 때 총학생회도 참여해 이러한 수강신청제도 개선안을 제시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다.”


Q. 현재 북악관 엘리베이터는 교체가 필요한 것인가?


- “북악관 이디야 커피숍 앞 엘리베이터가 운행이 안정적이지 못 하다고 한다. 멈추면 안 되는 층에 멈추기도 하고. 수리도 좋지만, 안전한 운행을 위해선 전체적으로 설비를 교체해야한다. 그래서 ‘북악관 엘리베이터의 LTE-A화’라는 세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나왔다. (웃음)”


Q. 공약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 약속들을 이뤄내기 위해 학교와 협상하고 대화하는 능력일 텐데, 어떤 전략으로 학교와의 협상에 임할 것인가?


- “앞서 학생들과 친근한 학생회라는 것을 강조했던 것처럼, 교직원분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다. 사람이란 게 친분이 있으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한 번이라도 더 생각을 해보고 결정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총학생회장으로서 학교를 위해서 일하시는 교직원분들에게 더 가까이, 더 자주 얼굴을 비치고 안부도 전할 것이다. 그렇게 친근하고 가까운 관계 안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내고, 양보해야 할 부분은 양보할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어도 꼭 하고 싶은 사업에 대해서는 의견을 피력할 것이지만, 가능성이 있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주저 없이 의견을 피력할 것이다.”


Q. 많은 후보가 공약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수행해 내는 능력일 것이다. 경영대 학생회장 경험이 있는데, 재임 중에 얼마나 공약을 이행했는가 또한 유권자들에게는 수행 능력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힌트가 될 수 있다. 자평해본다면 어떤가?


- “자평해본 적이 없어 쑥스럽다. (웃음) 지키려고 노력했다. 물론 공약을 다 지키지는 못했지만, 지킨 것들은 확실하게 지켰다. 북악발전위원회에서 학자 요구안을 건의할 때, 다른 단대장 분들이 학교 측에 ‘이러이러한 것을 해 주세요.’라고 요구했다면, 나는 ‘저희는 이거 꼭 해야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지킨 주요 공약들이 콘서트 홀 앞 자동문 설치, 화장실 리모델링, 열람실 내 공기 청정기 설치, 공청회 개최 등이었다.


지키지 못한 공약도 있다. UIT에 카페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 (학내 상업 시설을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 측과 협의가 되어야 하는데, 생협 측이 UIT 카페로 들어올 의사가 없다고 하더라. 3층 테라스 화는 꼭 하고 싶었는데 임기 내에는 하지 못했다. 경영대 교학팀과 꾸준히 이야기했는데, 내년 정도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할 건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실현하고 싶다. 이번에 총학생회로 나오면서도 그 부분을 공약에 넣었다. 내가 했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서.”


Q. 앞으로 본인의 총학생회 수행 능력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 “우리의 공약을 통해, 목소리를 통해, 또 열심히 발로 뛰는 것을 통해 알리는 수밖에 없다. ‘이만큼 해 보이겠다.’라는 확신에 찬 목소리와 함께, (유권자들이) 실제로도 그런 확신을 받도록 우리가 노력할 것이다.”


Q. 새롭게 학생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온 사람으로서 지난 총학생회에 대한 평가를 안 물을 수 없다. ‘오픈투게더’의 지난 1년에 대해,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 


- “소통이 잘 되는 총학생회였다. 나는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위원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총학과 중운위가 잘 소통했다고 평가한다. 물론 총학에서 주최하는 행사를 단대 학생들이 접하고 참여하는 부분의 소통은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총학과 중운위 사이의 소통관계는 좋았다. 회의 방식은 언제나 토론 형식을 택했고, 중운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총학생회장이 권력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은 받아 본 적이 없다.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의견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학생회였다고 생각한다.”


Q: ‘오픈투게더’의 공약 중에선 아직 이뤄지지 못한 공약들이 몇 가지 있다. 학점이월제는 내년에나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열람실 24시간 개방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만약 내가 당선돼 전 총학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게 된다면, 이번 총학이 이루지 못한 공약들을 인수인계 받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1년이라는 임기는 굉장히 짧고, 그 안에 지켜질 수 있는 공약이란 것은 한정되어 있다. 배턴을 넘기듯 앞에서 다 못 이룬 정책은 다음 학생회가 이어받아 이루어 갔으면 좋겠다. 임기 종료와 함께 공약도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학생회가 조금 더 확실하게 구체화 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Q. 잠시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자. 최근 사회에서는 대학을 학문적 성취보다는 취업률 위주로 평가하는 풍조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대학교의 성과나 실적이 취업을 중점적으로 매겨진다는 게 안타깝다. 취업이 전부가 아닌데, 대학이 취업의 발판으로 작용해 버린다. 그러니 학생들이 자기들이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고 취업만을 위해 경주마처럼 달린다. 학생들이 좀 더 학업에 관심 가지고 재밌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그랬다. 나 또한 마음을 바꾸긴 했지만, 하마터면 취업 때문에 총학생회 입후보할 기회를 놓칠 뻔했다. 취업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내가 총학생회장이 된다면 우리 총학생회와 함께하는 1년 동안은 학생들이 취업 걱정보다는 학교생활을 즐기고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할 것이다.”


Q. 총학생회는 동시에 학생들의 취업문제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하는 위치에 있다.


- “나 또한 4학년 2학기다 보니, 취업지원서도 내 봤고 인·적성 시험도 봤다. 그런데 솔직히 학교에서 얻은 정보가 없다. 자기소개서 첨삭도 받아 본 적 없고, 그냥 나 혼자 작성해서 제출하고 결과도 받았다. 취업 문제에 대해 많이 느꼈다. 학교에서는 취업률이 낮은 게 학생들이 열심히 준비하지 않아서 그렇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데, 그런 말을 꺼내기 전에 학생들에게 왜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학교가 못 됐나를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시설이나 제도가 갖춰진 부분이 있음에도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은 건 학생들의 잘못이겠지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총학생회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우리 선본 공약 중에도 취업과 인턴십에 관한 공약이 포함되어 있다.”

 

Q. 대학 사회를 또 들썩이게 만드는 문제 중 하나는 등록금 문제다. 우리 학교 또한 등록금 인하와 관련해 올해 초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다. 현 총학생회와 뜻이 달랐던 학생단체들이 등록금심의위원회 TFT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을 두고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고.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 “나 또한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 TFT(태스크포스 팀)의 구성원이었다. 예산안, 결산안도 보고, 추경 예산안도 보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착실하게 모아서 살림을 꾸리는 가정주부처럼 예산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른 대학들은 어떻게 예산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부유한 거대 재단이 있는 학교는 아니지 않은가. 예산을 쓰고 남은 것을 죄다 모아 저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올해 초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각 학교 총학생회의 입장 표명이나 시국 선언이 이어졌을 때, 현 총학인 ‘오픈투게더’ 또한 시국선언을 했다. 그 이전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에게 반값등록금 인하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고. 총학생회가 사회문제들에 대해 어느 정도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게 맞다고 보는가?


- “내년에는 또 어떤 사건사고들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할지 모르겠지만, 만약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생각이다. 물론 내 생각만을 가지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국민대 학생들 전체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소극적으로 방관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필요하다면 1인 시위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오픈투게더’는 시국선언에 동참은 했지만, 그 시기가 다소 늦어서 ‘다른 학교를 따라가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었다. 그것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하겠단 얘긴가?


-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차후에 어떤 일이 터질진 모르겠지만, 학교의 이익과 관련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사건이 터져 학생들의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는 충분히 학생들의 의견을 피력할 자신이 있고, 그렇게 할 것이다.”


Q. 올해 우리 학교에는 내부적으로도 ‘지 모 교수 사건’ 등의 논란이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학내 논란들에 대해서 어떤 조처를 할 것인가?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총학생회의 입장 표명이나 성명 발표 등의 방안들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 있었는데.


- “한번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게 옳다고 본다. 다만 지 모 교수 사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의 가치관에 따라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다. 학생들의 알 권리를 인정해서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화될수록 학생들의 애교심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당연히 널리 알려 모든 학생이 알게끔 해야겠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때 공론화를 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공론화를 통해 국민대학교 학생들이 애교심이 떨어져서 학교조차 폄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것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고 본다.”


Q. 총학생회에서 펼치는 사업들은 단과대 학생회의 협력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단과대 학생회를 아울러 전체 학생들을 통합할 복안이 있는가?


- “경영대 학생회장으로 역임하는 동안의 경험으로 예를 들어보면, 경영대에는 많은 학부와 학과, 학회가 있다. 경영대를 제대로 통합하고 싶었는데, 그들이 언제쯤이나 한번 모두 모이겠는가 싶었다. 그래서 공약 중 하나였던 경영대 전체 MT를 가면서,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개별 학과, 학부, 학회들이 MT를 가기 전에 전체 MT를 먼저 갔다. 신입생들은 처음 가는 MT인데, 개별 학과나 학부, 학회의 MT를 먼저 가게 되면 전체 MT를 굳이 또 갈 필요를 못 느낄 수 있으니까. 비록 기대보다 참여율은 저조했지만. 최근 열린 국민대학교 체육대회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과대학들이 먼저 체육대회를 한 다음 국민운동회를 여니까, 학생들 입장에선 어차피 한번 한 체육대회인데 또 해서 뭐하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도 단과대들보다 한발 앞서 먼저 체육대회를 열어서, 많은 학생을 통합하는 기회를 살려보고 싶다. 물론 참여율을 높이려면 조금 더 색다르고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 단과대 학생회실마다 한 명씩 총학생회 인원을 배치하고 싶다. 거기에서 총학 사업을 홍보하고 참가 신청을 받고 하면, 안 그래도 총학이 하는 일은 많을 테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면 더 보람되고 의미 있을 것이다.”


Q. 우리 학교의 만성적 문제 중 하나는 학생 자치공간의 부족이다. 이매지니어 룸 등이 신설됐지만, 여전히 공간 부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 크다. 자치공간 확보를 위해 어떤 대안들을 생각하고 있는가?


- “국제관 테라스가 강의실로 바뀌는 과정에서, 경영대 회장으로서 경상대와 경영대의 자치공간을 확보하려고 의견을 냈다. 작년엔 KIS 학부가 경영대 안에 편입되지 않았나. 북악관에 있던 학부가 경영대 쪽으로 와야 하는데, 과방은 여전히 북악관에 있고. 그래서 KIS 학생회실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결국엔 전부 강의실이 되더라. 그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끼기도 했다. 단과대 회장으로서 낸 의견을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까. 이런 부분에서 나온 자치공간에 대한 아쉬움도 상세 공약에 반영되어 있다.


내년 9월이면 신 공학관이 완공된다. 그 건물이 전부 다 강의실은 아니지 않겠나. 우리는 건물의 유휴공간을 알아보고, 학교에 자치공간의 필요성을 충분히 피력할 것이다. 또 지금 종합복지관에 있는 디자인 도서관이 사용 중인 공간이 굉장히 넓다. 열람실 1, 2가 있고 도서관이 있고 한데, 이 시설들을 신축 중인 신 도서관으로 일부 옮기는 것도 생각해봤다. 그렇게 해서 확보한 공간을 자치공간으로 활용하면, 동아리 방이 없는 동아리에 공간을 내어 줄 수 있다. 그렇게 차근차근 공간을 확보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으면 좋겠다.


Q: 물리적인 자치공간의 부족만큼이나, 인터넷상에서도 학생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할 만한 커뮤니티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같은 학교 성원이라는 연대감을 누리지 못하고 학생들이 파편화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 “‘국민인닷컴’(국민대학교 학생들의 대표 커뮤니티)도 그렇게 많이 활성화가 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더라. 페이스북에는 총학생회에서 운영하는 페이지도 있고 유저 ‘민주광장’님 등이 있지만,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 같진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앞으로 계속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다.”


Q. 학생들이 자치공간 이용 방법을 몰라서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 또한 있다. 이 인터뷰가 진행되는 이매지니어 룸만 하더라도 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 기존에 존재하는 자치공간이 홍보부족이나 이용 신청의 불편함 때문에 활용되지 못하는 점도 있다.


- “공학관 이매지니어 룸이나, 체육관, 운동장 등의 시설 대여를 아예 총학 복지국이 맡아서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창구를 일원화해서 관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총학으로 시설 대여를 신청하면, 총학에서 신청을 받아 해당 시설 담당자에게 보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체 절차가 하나 더 느는 것이고 총학이 하는 일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더 편하고 간편하게 시설을 빌릴 수 있고, 그를 통해 권익을 늘일 수 있다면 총학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Q. 그렇게 하면 총학이 해야 할 일이 많이 늘어날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겠다.


- “그렇다. 총학생회의 접근성을 높일 것이다. 한마디 말보다 한 가지 행동이 국민대학교를 바꿀 수 있다. 총학생회부터 움직여야 단과대가 움직이고, 학부, 학과 학생회가 움직일 거라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국민저널> 독자들과, 이 기사를 접하게 될 국민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선본 이름 ‘리필’의 ‘필’에는 숨겨진 뜻이 4가지 있다. 첫째는 feel, 국민대 학생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이다. 둘째는 fill, 부족한 것이 있다면 채워 드리겠다는 뜻이다. 셋째는 pill이다. 국민대학교 학생들의 고민과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국민대학교의 비타민제와 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뜻이다. 마지막은 必이다. 우리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안에 우리의 지향이 담겨 있다. 그런 학교를 국민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인터뷰/ 총학선거 특별취재팀(김선영 조해성 이승한) kmujournal@gmail.com

사진/ 권용석 기자 e12345kr@gmail.com 

정리/ 김선영 기자 syoung9924@gmail.com

편집/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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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봐서 아는데] 난 지금 시험을 치는 게 아니야, 직감에 손을 맡기는 거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난 지금 시험을 치는 게 아니야, 직감에 손을 맡기는 거지


본격 기자 체험 칼럼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 두 번째, 정인훈 기자의 중간고사 일지


‘가을.’ 조용히 소리 내어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그 아름다움이 가슴을 울리는 계절이다. 머리 위에서 작열하던 태양은 부쩍 높아진 하늘만큼 물러나고, 코끝에 선선한 공기가 맺힌다. 적당한 바람과 구름, 햇살이 몸을 부대끼며 그려내는 저녁 석양은 그 어느 풍경보다 아름답다. 그리고 때마침 찾아온 중간고사.


이런 망할, 중간고사라니.


우리는 도대체, 왜, 하필, 계절의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 순간에 중간고사를 봐야 한단 말인가.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가을은 저만치 도망가고 금세 겨울이 될 것을 아는데.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랬다. 어차피 가을을 제대로 즐기기는 그른 마당에, 본 기자 각 잡고 ‘중간고사’에 대한 살아있는 기록을 남긴다. 5월의 꽃 ‘예비군 훈련’ 편에 이어 근 반년 만에 돌아온 전격 기자 체험 코너, ‘내가 해봐서 아는데’ 중간고사 편이다.


금요일(1):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학생증이 망가진 학생은 처음일 텐데


아침 9시. 여느 아침과 다를 게 없지만, 어쩐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진다. 이것이 시험의 압박인가. 양치하며 오늘 해야 할 공부를 생각해 본다. ‘오늘은 월요일에 볼 과목 두 개를 끝내리라.’ 목표는 번잡하게 짜면 안 된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이어폰을 끼고 집을 나서 전철을 탄다.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뭔가 손에 들고 보는 학생들이 많다. 스마트폰으로 웹툰과 SNS를 번갈아 보는 자신이 무안해진다. 책을 꺼내야 하나. 가방을 비스듬히 메다 말고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 “어차피 오늘 온종일 공부할 건데, 학교 가는 40분 정도는 좀 자유롭게 있어도 좋지 않을까?” 그래. 머리도 좀 쉬어줘야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가방을 바로 메고 웹툰에 집중하고 있노라니 어느덧 학교 앞이다.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지? 내가 몇 번 버스로 갈아타고 왔더라? 유달리 번개같이 흘렀지만 참 달콤한 40분이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오늘의 마지막 자유, 40분.


“오늘 밤 11시가 되기 전에는 이 문을 나서지 않으리.”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정문을 지나 오르막을 오른다. 수업보다 일찍 도착했으니, 남은 시간은 성곡도서관에서 시험을 대비해야지. 회전문을 지나 학생증을 입구 카드 리더기에 찍는다. 삑. 소리가 나야 하는데, 안 난다. 두 번, 세 번 시도해도 매한가지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공부하겠다고 도서관에 들어가려는 날 학생증이 망가진 것이다. 회전문을 돌리며 들어갈 때는 가슴 속에 포부가 가득했는데, 상황이 이러고 보니 나오는 길은 막막하기 짝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하나. 동네 도서관에라도 가야 하나? 뚜렷한 정답은 없고, 기자의 발길은 도리 없이 강의실로 향한다.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평소엔 기차 화통이라도 삶아 먹은 듯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정숙을 유지하고 있다. 엠씨스퀘어가 따로 없다. 그 위압감에 짓눌려 기자 또한 공부할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과연 인간의 집중력이 최고로 발휘되는 시간, 시험 기간 수업 시작 30분 전답다. 교재를 한 권 끝장내도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 같다.


중간고사가 없는 수업, 평소처럼 수업이 시작된다. 집중력을 너무 끌어 올렸던 걸까. 평소엔 귓전을 스치고 지나가던 수업 내용이 한 자 한 자 뇌리에 각인된다. 교수님의 팔의 각도, 분필의 궤적, 말씀의 템포와 쉼표의 위치까지 기억에 남는다. 누가 그랬나. 시험기간에는 벽만 쳐다봐도 재미가 꿀이라고. 시험기간엔 시험과 무관한 모든 것이 재미있다. 그렇게 즐겁게 수업을 마치고 나니, 다시 시험공부의 압박이 어깨를 짓누른다.


금요일(2):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뒀던 교재를 벗어 던진다


학생증 때문에 못 들어간다 생각하니, 성곡도서관이 두고 온 고향처럼 그립다. 공부할 장소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디자인 도서관, 법학관 도서관, 북악관 열람실 등 많은 장소가 떠올랐지만, 제보에 따르면 이미 만원이 된 지 오래란다. 기자는 고민 끝에 소속 학과 자료실로 가기로 한다. 거기라면 각종 학술 서적도 있고, 답답한 도서관과는 달리 열린 공간이라 쾌적할 테다. 과연 들어서니 기자와 비슷한 목적으로 자료실을 찾은 몇몇이 정숙을 유지 중이다. 기자는 틀리지 않았다. 여기서 기필코 월요일에 볼 두 과목을 마무리하리라.



△ 학과 자료실에서 "나는 틀리지 않았다" (서울=국민저널/정인훈 기자)


30분쯤 흐르자, 무음으로 전환해 둔 스마트폰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별거 없겠지. 공부나 하자. 무슨 긴급한 연락이 왔을지 어떻게 알아? 30분에 한 번 체크는 해야 하지 않을까? 기자의 손이 자석처럼 스마트폰을 향한다. 인간은 30분 동안 얼마나 많은 말을 할 수 있는지. 그 짧은 찰나에 엄청난 양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평소라면 대충 읽고 치웠겠지만, 시험기간을 맞이한 기자의 집중력은 극에 달해 있었다. 단체 채팅방을 비롯한 모든 이야기에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다 보니 벌써 30분이 흘렀다. 이러면 안 된다. 기자는 강철로 된 무지개와 같은 강한 의지로 스마트폰을 다시 뒤집어 놓고 책을 펼친다. 오늘 안으로 반드시 두 과목을 끝내야 하…아…


화들짝. 잠시 졸았다. 기자의 고개가 졸음에 겨워 넘어가는 게 안쓰러웠는지, 친구가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오자고 제안한다. 그래, 시험기간에 이렇게 졸음을 쫓으며 친구와 나눠 마시는 커피가 또 백미다. 바쁜 와중에 잠시 짬 내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이 왜 2시간씩이나 걸린 거지? 이상한 일이다. 그냥 커피 한 잔과 담소가 왜 2시간이나 잡아먹은 걸까. 시간은 벌써 7시. 남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책에 집중한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고 한 놈은 대체 누군가. 아무리 마셔도 혈당만 치솟고 졸음은 가시질 않는다. 공부를 하는 건지 잠을 이기려는 건지 구별은 안 되지만, 어쨌든 책을 보며 세 시간을 버텼다. 그렇게 열 시가 되자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한 시간만 더 하면 ‘11시가 되기 전엔 정문을 나가지 않으리’란 목표를 채울 수 있는데. 원래 목표가 ‘월요일에 시험 볼 두 과목을 끝내는 것’이었단 건 잊은 지 오래. ‘11시에 나가면 12시에나 집에 갈 텐데,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잠시 고민하던 기자는 무의미한 갈등에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귀가를 결단한다. 체력은 국력이다.



△ 북악관 앞이다. 저 멀리서 본부관 불빛이 보인다. 귀가하기로 결정했다. 체력은 국력이다. (서울=국민저널/정인훈 기자)


토요일: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파란건지

오늘따라 왜 바람은 더 완벽한지


눈을 뜨니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지만 나와는 무관한 일. 스스로를 다스리며 목욕재계하고 보니, 막상 공부할 곳이 애매하다. 독서실은 너무 비싸고, 동네 도서관은 이미 중고생과 고시생으로 가득 하다는 친구의 메시지에 한숨부터 나온다. 고민 끝에 기자는 동네에서 사업하는 친구 사무실을 떠올린다. 집에서 5분 거리, 주말이니 비어있을 테다. 혼자 쓰는 사무실은 독서실이나 학교 도서관보다 좋을 것이 틀림없다. 친구에게 물으니 흔쾌히 허락한다. 기자는 삼선 슬리퍼와 편한 반바지, 목 늘어난 티셔츠 차림으로 친구 사무실로 향한다.


사무실에 들어서 종이컵에 커피를 타며, 오늘의 목표를 상기한다. ‘오늘은 기필코 월요일에 보는 첫 번째 시험을 완전히 정복한다.’ 열심히 한 시간쯤 책을 읽었을까. 텅 빈 사무실을 채우는 토요일 오전 11시의 가을 햇살이 기자의 가슴을 덥힌다. 토요일이라 그런 건지 가을이라 그런 건지. 뒤숭숭한 마음에 창밖을 보니 주말 가을 하늘은 화가 날 만큼 청명하다. 놀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르는 그 순간, 1학기 성적이 뇌리를 스치며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는다.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친다.


몇 시간여의 정적을 깬 건 꼬르륵 소리였다. 스멀스멀 피어나는 허기, 기자는 사무실 건물 1층 편의점으로 향한다. 뭐 먹을까 하는 고민은 시험을 앞둔 대학생에겐 사치다. 사온 것은 김밥과 컵라면. 시험기간엔 이렇게 먹어주는 것이 공부에 대한 예의라 배웠다. 음식을 음미할 시간 따윈 없다. 꼬르륵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배 속에 뭔가 넣어 주는 것일 뿐. 배가 고파야 머리가 맑아진다고 하지 않던가.



△ 시험기간 동안 기자의 고정 저녁식사 이렇게 먹어주는 것이 시험에 대한 예의라 배웠다 (서울=국민저널/정인훈 기자)


저녁 7시,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휴일의 정점, 휴일의 꽃, 휴일의 골든타임 토요일 저녁 7시. 약속을 잡으려는 친구들의 메시지가 스마트폰을 울리기 시작한다. 정녕 안 나올 거냐고 거푸 묻는 친구들의 기세가 흡사 와룡을 스카우트하려는 유비만큼 끈덕지다. 거절을 못 하는 선량한 성정의 기자는 견디다 못해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는다. 좋다. 나는 유혹을 이겼다. 진동 따윈 울리지 않는다. 무음이니까. 욕은 먹어도 상처는 남지 않는다. 친구니까. 하지만 망한 시험 성적은 평생 상처로 남을 것이다. 성적이니까.


오후 9시, 집중력에도 한계가 온다. 공부엔 끝이 없다지만 이만하면 얼추 끝난 거 아닌가 하는 건방이 마음을 수놓는다. 아까 덮어 놓았던 스마트폰을 슬쩍 되돌려본다. 부재중 통화 9통, 메신저 메시지 300개. 부재중 통화야 올 사람들에게만 온 것일 테고, 메시지는 필시 친구를 모른 척한 기자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으로 점철되어 있을 테니 읽지 않고 도로 덮어둔다.


스마트폰을 덮고 텅 빈 사무실을 둘러보다가, 불현듯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나는 왜 친구들에게 욕을 먹어가며 이러고 있는가. 내 힘들었던 군 생활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헤어진 구 여친은 지금쯤 어느 하늘 아래 그 누구와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집중력은 연기처럼 흩어진다. 오늘은 그래도 많이 했다고 자신을 위안하며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선다.


일요일: 이제는 책상이 난지 내가 책상인지도 몰라

책을 펴기도 전에 덮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시험기간의 마지막 주말인 일요일이다. 오늘은 장소를 바꿔 성곡도서관을 가기로 한다. 마침 친구가 학생증을 빌려준단다. 시험기간 주말만큼은 차를 빌려 써도 좋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차키를 들고 집을 나선다. 대중교통과 환승으로 말미암을 피로 없이 깨끗한 정신으로 시험 준비를 마무리할 생각에 가슴이 부푼다. 드라이브를 시작한 지 10분, 아버지께 전화가 온다. 군대 간 동생이 휴가 나와 가족 외식이 잡혔으니 집으로 복귀하라는 전언이다. 사랑하는 동생이 휴가를 나왔다는데 어쩔 것인가. 학업에 대한 열정은 외식 메뉴에 대한 설렘으로 바뀐다.


열심히 먹고 나니 포만감과 왠지 모를 피곤함, 그리고 학교에서 공부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은 다 망했다는 불안이 밀려온다. 결국, 또 친구 사무실로 향한다. 내일이면 이 모든 게 끝이니 오늘만 힘내면 된다. 이렇게 한 시간 한 시간 채우면 되겠지. 그렇게 한 시간 한 시간을 채우다 정신을 차려보면 자다 일어난 자신을 발견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 내가 잠을 잔 것인지 잠이 나를 잔 것인지 알 수 없다.


쓴 입맛을 다시고, 물처럼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막판 스퍼트를 붙인다. 마지막 날이니 더 물러날 도리가 없는 탓인지 아니면 터가 좋아서인지, 유독 친구 사무실에서 공부가 잘된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은 이제 내 개인 독서실이 될 것이다. 친구가 사무실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길 기원하며, 어떻게든 월요일 시험 두 번째 과목까지 끝마친다. 금요일에 끝냈어야 할 일을 주말 내내 끌었지만, 괜찮다. 시험이 원래 다 이렇다.


시험 당일: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A인 줄 알았는데


대망의 중간고사 날 아침이다. 전철에서부터 그간 정리해둔 노트를 보면서 학교에 간다. 내가 결코 준비가 부족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완벽한 마무리를 위한 것이다. 평소와는 달리 학교 가는 걸음마다 비장함이 뚝뚝 떨어진다.


누군가 ‘이 대학 시험기간은 언제인가’ 묻거든 눈을 들어 등굣길 학생들의 상태를 보게 하라. 평소 잔뜩 신경 쓴 신발로 패션을 추구하던 남학생들은, 시험기간엔 ‘편한 게 장땡’을 외치며 슬리퍼로 환승한다. 깔창 족들도 이때만큼은 깔창에서 내려온다. 여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메이크업 베이스-파운데이션-컨실러-콤펙트-아이셰도우-아이라이너-마스카라-립밤-미스트 순서의 정성 들인 메이크업은 없다. 오로지 CC(씨씨)크림과 야구모자만이 그들을 구원한다. 슬리퍼와 모자로 가득 찬 강의실의 풍경이 폭풍전야의 긴장감을 알려준다. 기자 또한 엄숙한 마음으로 입실한다.


교수님께서 들어오신 후 정시에 시험을 본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을 포기한 이들이 하나둘씩 일어선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답지를 적고 나가는 그들의 얼굴엔 해탈한 자의 미소가 어려 있다. 기자는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답지를 제출하고 강의실을 나선다. 분명 막힘없이 쓴 것 같은데,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잘 봤다’는 확신 따윈 들지 않는다.


아무튼 홀가분하다. 어쩐지 A학점이 멀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끝난 건 끝난 거니까. 주말 간의 고생도 눈 녹듯 사라진 듯하다. 딱 5분 동안만. 그동안 미뤄온 산더미 같은 과제들의 존재를 자각하기 직전, 그 5분의 평화. 시험장에서 떠난 기자는 다시 노트북을 들고 과제를 할 장소를 찾아 나선다. 학생증이 망가졌으니 성곡도서관은 못 갈 것이고, 또 학과 자료실을 가야 하나. 다시 서성이는 기자의 귓전에 오래된 노래가 울려 퍼진다.


조금씩 삭아만 간다

푸르기 만한 대학생활일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과제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공부하며 늙고 있구나



글, 취재/ 정인훈 기자 jungihoon@hanmail.net

편집/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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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1. 국민대학교에는 고시반이 있다? 없다?

국민저널 기사 2013.10.11 10:04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1. 국민대학교에는 고시반이 있다? 없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 말처럼, 진심을 담아 건네는 충언도 경우에 따라 듣기엔 거슬리는 경우가 있다. 국민대학교가 사회학과 전국 취업률 1위라는 경사 앞에서 이런 소리를 하면 학교 본부 입장에선 아마 적잖이 거슬리겠지만, <국민저널>은 기어코 묻고 싶은 것이다. 국민대 취업 지원 프로그램, 이것으로 충분한 것이냐고. 우리 안심해도 되냐고. 임금에게 한약 달여 진상하는 어의 장금의 마음으로 준비한 국민대학교 취업 지원 프로그램 검토 시리즈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그 첫 탕약은 고시반이다. 쭉 들이키시라, 다 학교 잘 되라고 하는 소리니까.

 

 

현재 국민대에는 학생들이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반이 단과대별로 여럿 있다. CPA를 준비하는 경영대의 ‘우진재’, 법 관련 고시를 위한 법대 ‘법고연’, 사회과학대에는 행정외무고시반과, 고시반은 아니지만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인 언론정보학부 학회 ‘오리스’가 있다. 이러한 고시반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국민저널>의 질문에 경력개발센터 측 관계자는 “다 해당 단과대학 자율운영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센터에서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고시반 현황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국민저널>이 대신 알아보았다.

 

 

언론정보학부생이 아니면 못 받는 언론고시학회
타과생도 받지만 홍보가 안 되는 행정외무고시반

 

언론정보학부 언론학회 ‘오리스’는 15명 정도의 언론정보학부 학생들이 꾸려간다. 언론고시 준비생뿐 아니라 언론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 언론정보학부 학생이라면 입실할 수 있으니, 엄밀한 의미의 ‘고시반’은 아니다. 다만 언론사 입사에서 요구하는 논술, 작문 혹은 시사상식 스터디를 진행한다. 현재 손영준(언론정보학부) 교수가 지도하고 있으며 간헐적으로 언론사 선배나 강사를 초빙해 특강이나 토론을 진행한다. 익명을 요구한 언론학회 소속 A씨는 “고시반보다는 공부 모임에 가깝다. 커리큘럼이 짜여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사 공채 시험에 100% 적합한 형태도 아니지만 가장 학회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언론정보학부 학생들만 받는 이유는 예산이 언론정보학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복수전공생도, 부전공생도 입실할 수 없다. 타과생이 언론사 입사를 준비한다면, 현재로서는 학교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A씨는 “신문 구성을 봐도 정치 혹은 사회면만 있는 건 아니듯, 언론학회에 타과생이 들어오면 필요한 지식을 토론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타과생도 받으려면 중앙 학회로 가야 하는데, 듣기로는 언론사 공채 시험이 국가공인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본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언론정보학부 언론학회 '오리스'

 

같은 사회과학대 소속이지만, 행정외무고시는 사회과학대 교학팀에서 운영하고 있다. 언론고시와 달리 국민대 학생이라면 모두 지원 가능하며, 1년에 한 번 봄마다 입실 신청자를 받는다. 입실 기준은 담당 교수에 따라 제각각이다. 성적순으로 가려 받는 해도 있었지만, 올해는 신청 인원 전체를 받아주었다. 지원받는 예산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해마다 인원수에 따라 지원 금액이 40만원에서 80만원까지 2배가량 널을 뛴다. 행정외무고시반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교학팀 관계자는 “올 초 입실자를 모집할 때는 북악관에만 공지했다. 내년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다른 단과대 건물에도 모집 자보를 붙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시스템, 관리 체계, 지원도 아쉬운데
학교 본부는 ‘청향’이나 확장하자고 하고
법과대학고시연구실(이하 법고연)의 고민

 

법대는 어떨까? 법고연은 10월 4일에서야 이번 학기 첫 입실자를 받았다. 법고연 내부의 인수인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시스템과 관리 체계가 아직 자리 잡히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 탓에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입실을 위해 학기 시작 후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이번 학기부터 법고연에 입실할 법과대학 C씨는 “2주 후면 중간고사다. 고시생들은 한시가 급한데, 내부 사정도 있겠지만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건) 학생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법대 전 학생회장 김제인씨는 “법고연에 지원되는 예산은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법고연 내 학생들은 이 정도 액수가 지원된다는 사실에 놀란다. 지원되는 예산만큼 지금껏 법고연에 돌아갔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비판 때문인지는 몰라도 며칠 전 있었던 법고연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인터넷 강의 등의 지원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년 법고연에 실원으로 있었던 B씨는 “실질적으로 지원받는 게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사법고시나 노무사 시험 설명회도 일회성에 불과하고, 지속적인 관리나 체계가 없다”면서 “중앙대학교는 선배들이 멘토 형식으로 고시 준비생들과의 연계를 굉장히 잘 해나가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덧붙여 B씨는 “법고연이 있던 자리를 ‘청향(법과대학 5층 한정식 식당)’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이런 계획 자체가 학교 본부가 고시를 바라보는 태도를 드러내지 않나”고 비판했다.

 

 

▲ 법학관 5층 법과대학고시연구실.

 

 

성과를 내놓아야 지원할 수 있는 걸까
지원을 하니까 성과가 나오는 걸까

 

문대 교육학과는 임용고시반을 따로 운영 않는 대신, 방학마다 임용고시 준비생들을 위해 교육학과 교수의 교육학․논술 특강을 개최한다. 교직이 설치된 학과 학생뿐 아니라 임용고시에 관심 있는 학생 누구라도 들을 수 있다. 지난겨울 교육학 특강을 수강한 국어국문학과 D씨는 “특강 자체는 좋았지만, 학생들의 참여나 인지도가 부족했기 때문인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교육학과에서는 이 밖에도 임용경쟁시험 1차에 합격한 교육학과 학생들에 한해 학과 교수들과의 2차 면접시험 준비를 지원한다. 교직이 설치된 타과의 학생들도 면접시험을 지원받을 수 있을까? 교육학과에 문의하니 “면접시험 지원을 문의한 타과생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 반면 D씨는 “학부 별로 교직을 설치해놓고 너무 무관심하다. 인원이 적기에 투자를 안 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그만큼 인원수도 적으니 마음만 먹으면 체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D씨와 같이 국어교과목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E씨는 “전공교직과목 수업이나 지도가 빈약하다. 임용고시도 다른 고시반처럼 전공과목 인터넷강의비용이나, 하다못해 모의고사 응시료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D씨의 말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에는 학교의 지원이 더 부족하다. 감정평가사 시험을 준비 중인 F씨는 “학생지원팀에 장학금이나 지원 여부를 물어봤지만, ‘장학위원회 소관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한다. 그는 “숭실대, 세종대, 광운대 모두 상대적으로 그 부분에서는 지원을 잘해준다. 우수한 인력을 배출하려는 학교의 의지나 태도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말 성과를 먼저 내야 지원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지원을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 걸까? 현재 국민대에서 고시생들을 가장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알려진 곳은 경상대 공인회계사(CPA)반 ‘우진재’다. 매 학기 우진재 설명회를 개최하고 CPA 시험 자체를 소개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설명회에는 CPA 자격증을 취득한 선배나 CPA 직업 자체를 소개해줄 관련자를 데려온다.

 

우진재의 경우 회계사나 세무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우진재를 지도하는 황규영(경영학) 교수는 <국민대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CPA 지원 예산은 적정 수준까지 확보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인프라나 체계 자체는 이미 구비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진재에는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반 시설이 구비돼있고, 성적우수자에 한해 고시반 기숙사나 식사도 지원해주고 있다. 동영상강의나 모의고사 응시료가 지원되는 것은 물론이다.

 

올해 제48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국민대는 12명을 합격시켰다. 합격자 수도 전국 대학 중 17위다. 학생들 스스로의 노력도 있겠지만 체계적인 시스템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어떤 시험이든 체계적인 관리가 선행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곳은 없다
시스템과 규모 갖춰 공부하고픈 학생들 지원해야

 

다른 대학들은 어떨까? 서강대의 경우 ‘토마스모어관’ 한 동 전체를 고시준비 전용건물로 사용 중이다. 동문들이 모여 ‘고시공직자네트워크’를 구성해, 고시에 합격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겠다고 자원하는 한편, 고시준비 전용 건물 ‘토머스모어관’ 건축을 위해 모금을 진행한 것이다. 2012년 상반기 문을 연 ‘토머스모어관’은 건물 한 동에서 약 500여명의 학생들이 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변리사, 사법고시, 언론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 등 공부할 수 있는 고시 종류도 다양하다.

 

숙명여대 역시 2013년 초부터 ‘명신관’이라는 건물 안에 6개의 고시를 위한 ‘통합고시반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약 25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열람실부터 샤워실까지 제반 시설을 갖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언론고시반 ‘명언재’의 경우, 언론사 공채 시험에서 한 번 이상 필기시험에 통과한 학생에 한 해 졸업 후에도 2년까지 명언재에서 공부할 수 있게 지원한다. 입실 시험 또한 1차 서류, 2차 논·작문으로 실제 언론사 공채 시험처럼 이뤄진다.

 

 

 

 

 

▲ 숙명여대 명신관. 사진 오른쪽 툭 튀어나온 부분(점선) 전체가 고시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숭실대는 2010년부터 본부에서 통합 고시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숭실대 경력개발센터 측 관계자는 “예산 지원은 본부에서 관리하고 감독해주지만, 운영 부분에서는 해당 학과의 담당 교수나 관리자들이 독자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숭실대학교는 고시반은 신학대학원반, 언론고시반, 7급 공무원반, CPA, 노무사반, 변리사반, 5급 공채반과 사법시험반으로 구성돼있으며 3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단국대의 경우는 내부 평가를 거쳐 고시반 학생 상위 몇 명에게 장학금과 등록금을 절반가량 지원하기도 한다.

 

이들 학교 모두 처음부터 모든 인프라나 체계를 갖춰 고시반을 지원한 것은 아니다.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정부터 학교의 가치를 이에 맞춰나가는 과정, 학생들이 실제 보여주는 실적 등으로 인해 진땀을 뺐다.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고시반에 대한 지원, 우리라고 늦었다 볼 수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글, 취재/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편집/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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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만든 서가] Happily ever after 이후의 삶 - 장강명 《표백》




한국에는 '열심히 하면 언젠가 잘 될 거야'라는 이름의 종교가 있다이 종교는 다수의 신자들을 거느리고 있으며그들은 저마다 자신이 어떤 고난의 길을 거쳐 해당 종교의 신과 영접했는지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다이 종교는 '도무지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성취감' '주어진 시련에 당당히 맞서 자신의 꿈을 이룬 용기'를 복음으로 제시한다해당 종교의 경전은 출간되자마자 전국 서점에 깔리고 세대 구분 없이 소비된다.

 

포교 방식은 다양하고 논리적이다신도들은 입시취업아파트라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세공한 욕망에 기댄다. ‘큰 꿈을 가져라’ 혹은 ‘자신이 진짜로 바라는 것이 뭔지 알고 그것만을 향해 가라는 말씀과 ‘조금만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도 취직하라’, ‘20대는 열정으로도 먹고 살 수 있으니 괜찮다는 말씀을 모두 품은 하나의 종교, 나는 이보다 무서운 종교를 본 일이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있으면 그 맞은 편엔 회의주의자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이 회의주의자들은 종교에 의문을 제기하다가 대개 무신론 혹은 비관주의로 빠지거나자신을 지배해줄 다른 종교를 찾아 나선다장강명 작가의 소설 《표백》은 20대인 주인공들이 빠지고만 다른 종교를 이야기한다그들이 빠진 종교는 '내가 발버둥쳐봐야 세상은 바뀌지 않아'이다.

 

"이 사회에서 내가 가진 조건들로 그걸 이뤄낼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나뿐 아니라 우리 세대 모든 젊은이가 그래그렇게 계속 삶을 유지하는 게 자살하는 것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아그렇다고 삶을 선택해야 해? (중략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친다이른바 표백 세대의 등장이다."

 

'표백 세대'. 무엇도 다 삼키는 거대하고 새하얀 세상에 돌을 던져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에 마주한 세대소설 《표백》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청년들을 '88만원 세대'가 아닌 '표백 세대'라고 정의한다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도 이전 세대가 이룩한 것보다 더 나은 삶을 이룩할 수 없다.

 

현재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20대는아니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이룬 대부분의 사회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극소수의 선택된 사람이 아닌 이상 자신의 부모 세대가 누린 수준의 삶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못할 공산이 크다이는 예언이 아닌 통계다양질의 졸업자는 넘쳐나는 반면 그들을 수용할 일자리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고대 설화 속 영웅의 탄생에도 법칙이 있듯비천한 곳에서 탄생해 경제성장이라는 조력자를 만난 우리 시대의 영웅들은 태평성대를 이루고 현재 한국사회의 단물을 향유하고 있다이들은 영웅이 된 자신의 DNA를 물려받은 아들딸들은 자신보다 좀 더 위대한 길을 걸을 거라 생각한다자신보다 훨씬 좋은 환경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영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Happily ever after' 이후에 영웅의 삶보다 못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이 사회에서 내가 가진 조건들로

그걸 이뤄낼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

나뿐 아니라 우리 세대 모든 젊은이가 그래.

그렇게 계속 삶을 유지하는 게

자살하는 것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아.

그렇다고 삶을 선택해야 해? 



소설 《표백》 속의 청년들은 우리 세대가 이루지 못할 '영웅적 삶'에 집단 자살이란 폭력적인 방식으로 균열을 내고자 한다집단자살공모의 중심에는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여자 '세연'과 자살을 예고하는 인터넷 사이트 '와이 두 유 리브 닷컴(whydoyoulive.com)'이 있다자살을 행하려는 사람들은 ‘와이 두 유 리브 닷컴에 유서를 작성한 뒤예고한 날짜에 ‘의식을 치른다그리고 너무도 평범해 영웅을 꿈꿀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주인공은 번번이 과거 자신과 집단자살공모를 계획했던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한다승자가 될 수 없다면아무리 돌을 던져도 모두 삼켜버리는 표백의 세상을 고발하는 하나의 거대한 상징적인 사건 그 자체가 되면 된다.

 

허나 우습게도 그렇게 집단자살만을 향해 달려온 소설 속 주인공은 결국 죽음을 포기한다. 《표백》은 스스로 시작한 '집단자살공모로라도 표백의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픈 젊은이들'이란 이야기에 대해 명징한 해결책을 주는 대신 생경한 결말을 독자에게 안겨주고 마침표를 찍는다. 어쩌면 누군가는 책장을 덮으며 다소 허탈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너도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이 되라'고 등을 떠미는 세상의 부추김이나, 장엄하고 극단적인 결말을 맺길 원하는 죽음의 충동 그 어느 쪽에도 휘둘리지 않은 채, 살아갈 이유를 찾기로 한 주인공의 선택을 존중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세상은 승리하든 패배해서 죽음을 택하든, 굽히지 않고 자신의 길을 선택한 이들을 영웅으로 기록한다. 'Happily ever after'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이후의 길고 지리한 삶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기로 한 주인공은, 어쨌든 자신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조금은 더 성장했다.





표백
(2011)

장강명

*2011년 한겨레문학상 당선작

 

(클릭하시면 상세 도서정보로 연결됩니다.) 


한겨레출판(2011)

811.36 장11ㅍ

 

 

/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편집/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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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月] 태릉생활관 측 “이사는 없던 일로...” 하루 만에 입장 선회

국민저널 기사 2013.09.25 17:51

* 기사수정: 2013년 09월 26일 오전 1시 13분 


지난 23일 밤 우리대학 태릉생활관 측에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방을 옮기라고 요구했던 소동(본지 2013년 9월 24일자 보도 ‘[속보] 태릉생활관, 학생들에게 “방 옮겨라”... ’오밤중에 날벼락’’)은 학생 1명이 자진해서 5층에서 6층으로 방으로 옮긴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래 입주해 있던 방을 그대로 쓰기로 하면서 일단락 됐다. 태릉생활관 측에서 애초에 입주하기로 했던 남학생들 12명의 입주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24일 <국민저널>의 보도가 나간 후 태릉생활관 측의 입장을 전하러 온 생활관 조교 A학생은 “태릉생활관은 교내 생활관과 달리 자취형 시스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함께 사는 룸메이트가 급작스레 바뀌거나 짐을 옮긴다면 살던 집의 형태가 바뀌는 것과 다름없는데,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태릉생활관은 원룸을 개조하여 만든 생활관으로, 따로 식당공간이 없는 대신 생활관 안에서 취사가 가능한 자취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기존 교내 생활관에 비해 룸메이트들 사이의 유대감이나 상호 의존도가 더 크다. 실제로 태릉생활관생들은 “한 가정집에서 4명이 가족처럼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항간에서 ‘지난밤의 소동이 유달리 그 여파가 컸던 것은 이러한 태릉생활관 특유의 주거 형태를 간과한 처사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또한 이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항의와 마찰을 빚었으며, 학생들의 의견이 받아지지 않은 채 이사가 강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릉생활관측의 강압적이고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태도는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당일 늦은 시각까지 의견 차이를 더 이상 좁히지 못하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본지는 지난 24일, 기사를 게재하기 앞서 태릉생활관 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하루 종일 연락을 시도했으나, 오후 3시까지 연락을 주겠다는 말과는 달리 오후 5시가 넘도록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보도가 나간 뒤 뒤늦게 연락이 닿은 태릉생활관 측에서는 "없던 일로 하고 원상태로 다시 복구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으나, 태릉생활관에 거주 중인 생활관생들은 밤사이의 소동에 유감을 표했다. 


 


태릉생활관 측이 뒤늦게나마 학생들의 항의를 수용해 사태의 확산을 막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 대신 미숙한 행정 처리와 일방적인 결정 및 통보로 일관했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 취재/ 안다미 기자 dianne37@naver.com

편집/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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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月] 총학생회, 일방적 학생회비 납부 통보 '논란'

국민저널 기사 2013.09.16 08:23

[9月] 총학생회, 일방적 학생회비 납부 통보 '논란'

 

 

 

우리학교 총학생회 ‘오픈투게더’가 북악리그 참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총학생회비 납부를 통보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 7호관에서 북악리그에 참가하는 각 팀들의 모든 대표자가 참석한 북악리그 대표자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최경묵 총학생회장(컴퓨터.06)은 각 팀 대표자들에게 총학생회비 납부율 자료를 나눠주며 “북악리그에 출전하려면 총학생회비를 납부해야만 한다. 납부하지 않은 선수들은 뛸 수 없다”고 통보식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저널>에서 입수한 '북악리그 참가자 학생회비 납부 현황'자료에 따르면, 팀당 평균 42%가 학생회비를 낸 상황이다. 총학생회가 입장을 고수할 경우, 팀에 따라서는 경기 진행에 필요한 선수 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총학생회비 납부 의무화에 대한 북악리그 참가자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갈린다. 그러나 총학생회의 일방적 통보 방식이 잘못 되었다는 점에는 모두가 한 목소리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권력을 획득한 총학생회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최소한의 민주적 논의나 의견 수렴 없이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 되지 않았냐는 거다. 축구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한 선수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통보라는 방식을 사용한 점은 선수들의 불만을 쉽게 살 수 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참가선수는 “사실 취지가 좋은지 않은지는 관심 없다. 그러나 강압적인 통보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통보라는 방법을 사용한 점은 아쉽지만, 북악리그에 7년 동안 출전했던 한 선수로서 북악리그에 대한 애정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올해 시행한다면 내년부터는 완전히 정착될 것이고 그러면 북악리그가 질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지금은 욕을 먹더라도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한편, 회의에 참여한 선수 중 일부는 “회의에서 (최 회장이) 총학생회비가 많이 걷히면 라이트도 더 설치하고 전문심판을 초빙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북악리그의 질을 높인다고 했다”며 총학생회비 납부 의무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언급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심판 얘기는 와전된 것이다. 총학생회비가 충분히 걷히면 그 후에 생각해볼 일”이라고 답변했으며, “라이트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본지가 우리학교 시설관리팀에 문의를 해본 결과 “라이트는 교비에서 지출되는 것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수 일각에서는 총학생회의 독단적인 결정 및 통보에 항의하는 의미로 '북악리그 보이콧 운동을 해야 하지 않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매년 리그 참여를 두고 치열하게 승강전을 벌이는 만큼, 참여팀들의 리그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그런 리그를 보이콧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는 것은 논란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승패를 놓고 다투는 선수들의 함성소리로 가득 채워야 할 북악리그가, 전혀 다른 목소리로 채워지고 있다.

 

 

글,취재 / 조해성 기자 indong9311@naver.com
편집 /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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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月] 북악의 여름을 뜨겁게 달군 작지만 강한 동아리들

국민저널 기사 2013.09.10 08:35

[9] 북악의 여름을 뜨겁게 달군 작지만 강한 동아리들

법대 토론클럽 ‘시벌’, 국사학과 야구단 ‘북화타’, 환경동아리 ‘더 그린’ 인터뷰

 

방학을 맞아 적잖은 학생들이 자리를 비워 한산했던 여름의 북악. 하지만 자세히 보면 캠퍼스를 시끌시끌하게 했던 이들이 제법 있었다. 누군가는 핏대 세워 목청을 높였고, 또 누군가는 구슬땀을 흘리며 공을 뿌렸다. 조용히 층층마다 분리수거함을 설치한 이들도 있었다. <국민저널>은 방학의 캠퍼스에 활기를 불어 넣은 동아리들 중 눈에 띄는 세 팀을 꼽아 인터뷰를 청했다. 공교롭게 세 팀 모두 생긴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작은 동아리였다. 세 팀의 인터뷰를 모아놓고 보니, 마치 역사나 규모로만 동아리를 판단하지 말라고 외치는 것만 같다.

 

*환경동아리 ‘더 그린’은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현재의 형식으로 재구성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 편집자 주

 

  

기 센 이름 안에 담은

토론에 대한 치열함

법대 토론클럽 ‘시벌(是閥)

 

“토론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기 싸움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름에서부터 타 팀을 압도하기 위해 강한 이름을 택했습니다. 김진태(공법, 08) 회장은 시벌(是閥)이라는 이름이 특이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옳을 시 에 문벌 벌, 옳음을 추구하는 학파라는 뜻입니다. 처음에 한글로 먼저 이름을 짓고 한자를 끼워 맞췄죠. 하하. 일단 눈에 확 들어오잖아요, 발음도 상대팀이 위축이 될 테고요. 김진태 회장의 설명에 김민식(법학, 12) 간사가 부연설명을 해준다.

 

시벌의 결성계기는 2012 12월 모 글로벌리더 토론대회. 참가 학생 중 토론에 관심이 많은 이들끼리 모여서 시벌을 만들었고, 신입생들을 위주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친 끝에 현재는 10명 규모로 성장했다.

 

빠르게 성장한 시벌은 학내 활동 중인 토론클럽 가운데 드물게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동아리다. 올해 첫 공식참가대회였던 5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토론대회, 2 1조로 총 6명이 출전한 시벌은 1개 조 입상, 김건휘(법학, 13)씨 스피커상 수상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반기에 몰린 토론대회를 대비해, 시벌은 스피치 연습에 여념이 없다. “법학관 2층에 세미나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토론이나 스터디를 하는 장소로 주로 사용하고 있죠.




 

시벌이 외부 대회에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시벌은 지난 7 31,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토론대회에서 만난 인연을 이어, 서강대학교 토론클럽 ‘서방정토’와의 토론교류전을 개최했다. 이번 토론의 주제는 ‘비만세’와 ‘자유학기제’의 2가지. 시벌이 5, 서방정토가 3개를 제시한 것 중 각자 하나씩 고른 결과다.

 

구성원들이 모두 법대생이라 ‘아직까지는’ 법대 소모임이지만, 김 회장은 같은 단과대생만 모여 특정 주제에 시야가 고정될 것을 걱정한다. 다른 학과 학생들까지 섭외의 폭을 넓히고 중앙동아리까지 성장하고 싶은 이유다. “요즘 트렌드인 IT산업과 관련된 주제들도 충분히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공대 학우도 적극적으로 섭외하고 싶습니다.

 

구성원뿐 아니라 지도교수까지 법대 소속인 전해정 교수(법대, 사법학전공)로 내정되어 타과생이 접근하기 꺼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김회장은 (법학 중에서도) 법철학, 법학논술 등을 수업하시는 교수님이십니다. (토론클럽인) 저희가 지도 받을 것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힘줘 말한다.

 

시벌 구성원인 박은선(법학, 13)씨는 “전엔 제가 생각하기에 논리적으로 옳으면 상대도 수긍할 거라 생각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며 그런 생각이 억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조금씩 더 논리적인 사람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막연하게 나의 옳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로 상대와 말을 겨루는 토론. 매력적이지 않은가. / 조해성 기자

 

   

세 명이서 시작한 캐치볼,

야구리그를 꿈꾸다

국사학과 야구단 ‘북악 화이트 타이거즈’

 

“처음 이름 공모를 할 땐 국사학과의 특색을 살린 이름들이 꽤 나왔어요. ‘농민봉기’ 같은 거 말이죠. 그건 조금 튀어서 일반 프로 팀들처럼 동물이름을 붙이려고 했습니다. ‘타이거즈’는 이미 있으니까 우리는 그럼 백호, 화이트 타이거즈로 하자, 이렇게 탄생한 이름이 북악 화이트타이거즈(이하 북화타)입니다. 연습할 때마다 “북화타 파이팅!”을 외치는 그들, 무슨 의미로 지은 이름인가 싶어 던진 질문에 황의수(국사, 09)주장이 답한다.

 

지금은 우리학교 운동장에서도 캐치볼을 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북화타가 처음 생긴 2010년만 해도 야구의 인기가 그리 높진 않았다. 북화타의 시작도 단출했다. 세 명이서 캐치볼을 하다가 사람을 하나 둘 모아 팀을 만들고, 지금은 사라진 경영 e-비즈니스 소속 야구단, 황 주장의 지인이 속한 건국대학교 야구단 등과 경기를 하며 지금의 북화타가 된 것이다.

 




세 명이 그리던 꿈은 3년 사이 무섭게 성장했다. 북화타는 21명의 선수를 갖춰 어엿한 야구단이 되었다. 황 주장 또한 지금은 북화타뿐 아니라 국사학과, 산림대 등 여러 과 학생들이 모여 창단할 야구단 스윙스(가명)의 주축 멤버로도 활동 중이라고 하니, 3년 새 야구 열풍이 불기는 분 모양이다.

 

21명의 선수들에게 월 회비를 걷고, 학생회의 지원을 통해 장비를 마련한다는 북화타는 방학 중에도 훈련을 계속했다. 주장과 부주장이 학교 운동장을 빌리고, 선수들로 하여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 2회 훈련 중 한 번은 꼭 참여하도록 권유했다고 한다. 그래도 명색이 방학인데,  2회 스케줄이 고되진 않았을까. 황 주장은 “선수들의 훈련 참가율이 높진 않아서 절반 정도인데, 더 많이 참가해줬으면 좋겠다.”고 훈련에 대한 바람과 아쉬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황 주장에게 “한 야구단의 주장으로서 지닌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 물었다. “북화타의 안정적인 인원확보입니다. 야구도 과 소모임 격으로 팀이 많아져서, 북악리그처럼 교내 리그가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개인적으론 졸업 후에도 사회인야구단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조금 거창한 꿈일까? 글쎄, 북화타도 처음엔 캐치볼 하던 학생 셋으로 시작했다. / 조해성 기자

 

   

분리수거함으로 시작한

그린캠퍼스의 비전

환경동아리 The Green

 

방학이 끝나고 돌아온 학교 건물, 각 층마다 분리수거함이 등장했다. 전에도 매점 앞에 분리수거함이 한 두 개씩 있었지만, 이렇게 층층마다 서있는 건 새로운 광경이다. 언제, 누가 설치한 걸까. 분리수거함 위에 붙은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리사이클링(재활용) 잘하는 착한 국민 만들기. 그린캠퍼스의 선두주자를 자임하는 국민대학교에 새로 등장한 환경동아리 The Green(이하 ‘더 그린’)이 그 주인공이다.

 

환경동아리라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이혜지씨(컴퓨터공학, 석사2학기)는 이렇게 답한다. “‘에코-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고, 생활 속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환경운동가를 양성하고자 하는 동아리입니다. 그린캠퍼스를 구축하려는 환경운동가 대학생 모임이기도 하죠.

 

한국그린캠퍼스대학생연합회 ‘대자연’(이하 ‘대자연’)의 회원으로 활동하던 이씨는, 환경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이씨는 비슷한 생각을 하던 우리학교 학생들과 함께 학내 ‘그린캠퍼스 운동 모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린캠퍼스는 학교와 학생이 각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학교의 주체인 학생이 만들어가는 그린캠퍼스를 이루고 싶습니다. 더 그린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서울시 지원 사업까지 따낼 만큼 성장했지만, 인원이 적던 초기에는 지금처럼 활동할 수는 없었다. 빈 강의실 불끄기, 모니터 끄기, 이면지 사용, 잔반 남기지 않기 운동 등을 진행하고, 교외 환경 봉사활동, 환경포럼, 타학교 환경운동가들과의 교류 모임 등에 참여하며 역량을 쌓는 시간이 계속됐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확장할 무렵, 더 그린은 쓰레기통에 주목했다. “북악관 분리수거 실태를 조사해봤는데, 쓰레기통은 많지만 배치가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았고, 분리수거함은 건물 크기나 사용자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리사이클링 에코-트레이닝’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겁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씨는 우선 서울시 사업으로 선정된 지금의 캠페인을 무사히 마무리 짓는 것을 꼽는다. 분리수거함 설치 캠페인에 이어, 2학기에는 환경부스를 설치, 운영을 통해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란다. “앞으로도 대자연 내 타학교 환경동아리들과 협력해 다양한 활동을 계속할 겁니다. 바빠 보이는 그의 행보가 사뭇 미덥다. / 안다미 기자

 

 

 

취재조해성 기자 indong9311@naver.com

안다미 기자 dianne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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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시벌, 북악 화이트 타이거즈, 더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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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만든 서가] 살고 싶으면 친절한 게 좋단다 - 장마르크 로셰트 外 <설국열차>


스포일러 경고: 영화 <설국열차>와 원작 그래픽 노블 <설국열차>의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결코 멈추지 않는 열차가 영원한 겨울의 광활한 백색 세상을 지구 이편에서 저편 끝까지 가로지른다. 바로 1001량의 설국열차다. 문명의 마지막 보루!

 

오직 죽음만을 기다리는 열차 안에서 과연 정의롭고 친절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기서 살아남는다는 건 육체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그렇다는 걸 의미한다. 이 글은 앞선 질문으로 시작해 그럴 수 없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는 식물인간이나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이 죽음과 삶 사이에 남아있다고 간주한다. 육체는 지상에 붙어 있지만 정신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선, 그들은 이미 삶의 경계 밖에 있다.

 

지금은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자유가 일순간에 사라지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아비규환이 찾아온다. 영화 <설국열차>의 말미, 커티스는 열차 가장 앞 엔진칸의 문턱까지 향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행했고 목격했던 아비규환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뿐이다. 커티스가 지나왔다던 아비규환의 흔적은 커티스의 회고로밖에는 확인할 길이 없다. 관객들은 오로지 커티스의 말을 듣고 그 폭동을 상상할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완벽하게 모든 걸 털어놓을 만큼 정리된 커티스의 기억은 현재가 아닌, 반성할만한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혼자 사유하고 정리하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는 적어도 굴러가는 열차 꼬리칸 내에서는 사치다. 원작 그래픽 노블 <설국열차>의 도입부, 꼬리칸 안에서 일흔 살 생일을 맞이한 노인은 잠시만 혼자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사람들은 노인의 부탁을 들어줬고, 혼자 남게 된 노인은 그제야 열차 천장에 목을 매단다. 살아있다는 게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시공간 속에서는 남겨질 역사도 기대할 삶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지금의 인류 같은 인격이 유지될 수 있다는 건 너무 큰 기대일지 모른다.

 

그래픽 노블 <설국열차>는 이 지점을 중심에 두고 서술한다. 인격을 갖출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은 각자 열차 속에서 생활하기 가장 적합한 인류를 만들어 나간다. 섹스에 탐닉하고 종교만으로 살아가거나, 자기 앞에 놓인 생을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원작 <설국열차> 1부의 주인공 프롤로프는 꼬리칸에서 맨 앞칸까지 1001량의 열차를 거치게 된다. 고난을 겪으며 끝에서 끝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그는 영화의 주인공 커티스의 전신으로 추정되지만, 프롤로프는 커티스처럼 정의롭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프롤로프를 구해 주려던 앞칸 여자 아들린은, 곤경에 처한 자신을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프롤로프의 행동 앞에서 분노에 찬 눈물을 흘린다. 그녀가 있던 앞칸에서처럼 위기에 처한 여자를 구해줄 일말의 남성적 책임감이라는 게 존재하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프롤로프는 앞칸까지 향하며 인간보단 동물에 더 가깝게 행동한다. 꼬리칸을 보지 못하고 자란 아들린은 프롤로프를 이해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한 치열함으로 가득 찼던 꼬리칸에서는, 어쩌면 지금의 인류가 지닌 친절 같은 건 무의미해진 게 아닐까.

 

앞칸에 도착한 프롤로프는 기계실을 지키는 노인을 발견한다. 가벼운 농담과 압도적인 권위를 보이던 영화 속 윌포드는 원작에 없다. 대신 열차 뒷칸과 의사소통이 단절돼 홀로 남아 기계에게 말을 걸기에 이른 노인만이 있을 뿐이다. 노인은 자신의 사후에도 열차가 달릴 수 있게 프롤로프에게 기계를 맡긴다. 다시 꼬리칸으로 돌아갈 이유도, 별다른 선택도 없었던 프롤로프는 이를 받아들인다.

 

아트 슈피겔만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경험한 자신의 아버지를 토대로 그린 그래픽 노블 <>에서, 아버지는 아트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살고 싶으면 친절한 게 좋단다!” 지옥에서 살아남은 아버지는 분명 대단한 존재지만, 아트는 아버지가 가스실에서 죽어나간 다른 유대인보다는 운이 좋았다고 기록한다. 마치 생존을 점지하는 여러 상황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친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사람들의 친절이나 정의는 이 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다. 고도의 문명과 규율로 지탱되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친절과 정의는 생존을 담보하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것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사회에서, 친절과 정의는 그 힘을 잃는다. 영화 <설국열차>의 커티스는 열차의 꼬리칸에서 생존하기에 지나치게 친절하고 정의롭다.

 

 

 





설국열차
Le Transperneige
(1984-2000)

장마르크 로셰트 
Jean-Marc Rochette
쟈끄 로브 Jacques Lob
벵자맹 르그랑 Benjamin LeGrand

 

(클릭하시면 상세 도서정보로 연결됩니다.) 


현실문화연구(2009)
808.90944 로54ㅅ 


 

 

/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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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月] "1학기 오투 학점은 A0" ‘오픈투게더’ 박효훈 부총학생회장 인터뷰

국민저널 기사/FOCUS 2013.09.04 08:30

‘트래픽 잼’ 축제 등 인정할만한 사업 많았지만

총학생회가 즐거움만 좆은 건 아닌가 반성

등록금 2.6% 인하에 그쳐 “잘못이 크다”


2013학년도 제45대 총학생회 ‘오픈투게더(이하 ‘오투’)’가 들어선지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났다. 지난 12월 50.8%의 지지율로 당선된 오투 총학생회는 등록금 10% 인하, 학점이월제, 경전철 역명 유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바 있다. 한 학기동안 오투는 어떤 생각을 갖고 총학생회를 꾸려나갔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국민저널>은 박효훈 부총학생회장을 만나 지난 학기를 되짚어보고 남은 임기 동안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1학기 오투 사업의 학점을 매겨달라는 질문에 박 부회장은 “A0”라고 대답했다. 부족한 학생회비로 학생들이 인정할만한 사업들을 했다는 자평이다. 지난 1학기 오투 총학생회는 복지관 열람실 전자자동시스템 구축, 경상관 테라스 설치, 4‧19 뜀박질 행사, 축제 등에서 공약을 이행한 바 있다. “전체적으로 큰 잡음 없이 한 학기 사업을 해냈다”고 그는 말했다.


박 부회장이 특히 자부심을 느끼는 사업은 1학기 축제 ‘TRAFFIC JAM'이었다. “축제는 무조건 커야 했다. 외부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될수록 학교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축제만큼 외부 사람들 시선을 끌 수 있을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 박 부회장은 총학생회가 오로지 즐거움만 좇은 건 아닌지에 대한 반성을 먼저 들었다. “축제나 컬러런 행사 등 즐거움 쪽으로 무게가 기운 것 같다. 여건이 안돼서 취업 관련 부분의 공약 이행이 부족했다”는 그는, 특히 등록금을 10% 인하하겠다고 공언했던 오투의 공약에 대해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선본 당시 오투는 <국민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등록금 10% 삭감은 가능하며 ▲교직원 인건비 삭감 ▲기자재 구입 예산 절감 ▲학교법인의 법정부담금 확충 ▲예결산 차액 확보 등으로 약 100억원 규모의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본지 2012년 11월 26일 보도) 하지만 박 부회장은 “학교 본부에서 1학기 때 이미 1년치 예산을 짠다. 앞으로 등록금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2.6%가 최선이고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우리가 물론 10% 인하안을 갖고 나왔지만 당장 예년에 10%를 깎으면 학교에서도 일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2.6% 정도면 학교에서 인하할만큼 인하했다는 느낌이다.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을 거다” 등록금 추가 인하에 난색을 표한 박 부회장은, 장학금 비율을 조정해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 방향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등록금심의위원회와 연계하기로 했던 북악발전회에 관련해 박 부회장은 “9월 중순 내에 열릴 예정이고, 북악발전회에서 운동장 조명 설치 등 요구안을 많이 들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2학기는 취업 분야에 중점… 학생들 참여 촉구

학점이월제 이르면 내년 1학기 중 시행

국민대 앱 9월 초 출시


오투 총학생회의 남은 2학기 중점 사업은 무엇일까. 박 부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1학기 때 미흡했던 취업 분야 쪽으로 눈을 돌릴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PT경진대회 및 경력개발센터와 연계한 취업캠프를 고려중이지만 참여율이 저조해서 사업을 추진하기가 무섭다”며, 조심스레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수한 인재를 뽑으러 학교에 방문하는 기업 리크루팅에서 우리 학교만큼 학생 수가 적은 학교도 없다.”


그는 남아있는 공약인 국민대 어플리케이션과 학점이월제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국민대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9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사이에 출시될 예정이며, 교내의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으며, 학점이월제의 경우 “문제점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단계이다. 이르면 내년 1학기 때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1월에 열리는 다음 총학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 1학기 때보다 주어진 시간이 짧다. 사업을 추진할 기간이 짧다는 지적에 박 부회장은 “많은 사업을 벌이는 대신 (중점사업을) 완벽하게 치고 빠지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1학기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일 없이 약속한 사업들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남은 2학기 오투의 행보를 지켜보자.


글․인터뷰/ 김선영 기자 syoung9924@gmail.com

인터뷰․편집/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편집/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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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종료: 2013년 9월 30일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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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月](단독)예술대 지모 교수에게 금품 상납한 피해자 더 있다

국민저널 기사 2013.07.13 00:00

[7月](단독)예술대 지모 교수에게 금품 상납한 피해자 더 있다

예술대 지 교수 금품 수수 의혹 진상조사위 녹취파일 입수

 

※‘예술대 교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금품 수수 혐의에 연루된 예술대 'B교수'와 'D교수를 13일 이후 <국민저널> 보도에서는 예술대 연극영화전공 '지모 교수'와 '김모 교수'로 표기합니다. 또한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학교 본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알파벳 순서로 표기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바랍니다.-편집자 주

 

‘술 사라’ 강요에 거부했더니

다른 강사가 1·2차 술값 냈다

다른 교수도 ‘차용증’ 형식으로

3천만원 금품 상납했다

 

최근 불거진 우리학교 예술대 지모 교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 추가 피해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지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장을 지낼 당시 분과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금품을 미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예술대 지 교수 금품 수수 의혹 관련 학교 진상조사위원회의 6월26일 회의 녹취록에서 피해자 A강사는 언론에 제보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고백하면서 “6월5일 대학원 논문 심사할 때 나를 불러 ‘또 한 번 술을 사라’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했다. 그랬더니 동료 시간강사가 그 자리에 가서 1차, 2차를 다 샀다더라. 그 시간강사는 내 제자였다”고 밝혔다.

 

6월5일 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김모 교수와 대학원 논문을 심사하고 있던 중 김 교수를 시켜 ‘오늘 술이나 먹자. 수업 끝나고 (연구실로) 올라와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A강사에게 보냈다. A강사는 마침 저녁 강의가 있던 참이었고 사직서를 낼 생각을 품고 있었던 터라 이를 거절했다.

 

하는 수 없이 이들은 다른 강사 C씨를 불러 술값과 음식 값 대납을 강요했다. 이튿날 C씨가 전말을 털어놓으면서 A강사는 ‘손 놓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품었다. A강사는 “지 교수도 있을 거고, C강사도 학교에 남아 있으면 계속 (상납이) 이어질 터. 그러면 더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추진할 텐데, 그때는 증거를 잡지도 못할 것 아니냐”고 진상조사위원들에게 반문했다.

 

지 교수는 수 년 전 다른 교수에게도 금품을 상납 받은 사실을 제 입으로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16일 그는 “D교수한테는 내가 옛날에 차용증 써줬잖아. 그런데 전임강사 자리 관두면서 그걸 가지고 다시 돈을 돌려달라고 했었잖아.”라고 말했다. A강사의 진술에 따르면 D교수는 지 모 교수에게 3천만 원의 금품을 전달했고, 후일 다시 받아 냈다. D교수는 2002년 2학기부터 5년 동안 수업을 하다가 2007년 1학기 돌연 한국 땅을 떠났다.

 

 

 

‘펑크 났으니 들어오라’ 부탁에

소위원회 위원직 맡았더니

돌아온 건 1천만원 금품 요구

외제차·골프채 구입비까지 대줬다

 

A강사는 지 교수가 문화부 산하 기관장 재직할 당시 그의 집무실에서 뭉칫돈 1천만 원을 건넸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지 교수가 ‘(소위원회 위원을) 다른 사람이 맡으려다 고사했으니 들어오라’고 부탁한 까닭에 그는 지난 2010년 7월, 1년 임기로 소위원회 위원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 교수는 ‘내가 장관이 되면 너도 좋지 않겠느냐. 내가 또 너를 시켜줬으니 나를 도와 달라’며 다시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A강사는 지 교수에게 2000년대 우리학교에 교원 임용 원서를 두 차례 제출하면서 1천만 원씩 갖다 바치고, 외제차 구입비용 1천만 원, 골프채 구입비용 180만 원 등 갖가지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다고 한다.

 

“2003년, 2004년부터 계속 그랬죠. 처음에는 갑자기 연락이 오더니 ‘의정부에 살다가 애들 학군 때문에 서초동으로 이사를 갔는데 전세금 500만원이 모자라니 네가 좀 빌려 달라’며 저녁에 서울 서초구 소재의 한 호텔로 불렀고, 그때부터 계속 주게 됐습니다. 외제차 ‘볼보’로 바꾸는데 1천만 원이 필요하다 해서 제가 대준 적도 있고, 전임교원 원서를 낸 적이 두 번 있는데 그럴 때마다 ‘로비 자금이 필요하다. 술을 사고 사람들한테 뭘 사줘야 하는데, 네가 내는 게 맞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심지어는 금으로 된 ‘마쓰모토’ 골프 퍼터가 있는데 그걸 사달라고 졸라서 제가 180만원 주고 사준 적이 있습니다.”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끝이 났고, 공은 징계위원회로 넘어갔다. 과연 학교 측은 추가 피해자를 더 찾아내, 면밀히 조사했을까. 그 해답은 ‘징계 수위’가 증명할 것이다.

 

글․취재/ 박동우 기자 pdwpdh@naver.com

정리/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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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론]이토록 느리고 은밀한 그들만의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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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月](재게재)“더는 나쁜 선례 남기지 않겠다” 연영과 학생들 비대위 꾸려

국민저널 기사 2013.07.10 07:00

본 기사는 2013년 7월10일 출고된 지 하루도 못 가 연극영화전공 학생회의 요청에 따라 삭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이면에 가려져 있던 진실을 독자 여러분께 《[특별시론]이토록 느리고 은밀한 그들만의 비대위》에서 말씀 드렸고, 이에 2013년 7월22일부로 다시 기사를 게재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가 정말 내려질 만했는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7月](재게재)“더는 나쁜 선례 남기지 않겠다” 연영과 학생들 비대위 꾸려

예술대 교수 금품 수수 의혹, 학생들 어떻게 대응하나?

 

 

▲만석이었던 대시사실 8일 오후 2시에 열렸던 연영과 비상대책위 대책 회의에는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100여 명의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참석해 공간이 비좁을 정도였다. (서울=국민저널/유지영 기자)

 

지난 8일 연영과 비대위 전체 회의 열려

연극영화전공 학생들 전원 ‘B교수 해임’에 서명

 

지난 8일 오후 2시, 우리학교 예술관 118호 대시사실에서 연극영화전공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연영과 비대위)가 전체 회의가 소집됐다. 예술대 교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100명 남짓 수용 가능한 대시사실은 연극영화전공 학생들로 빈틈없이 가득 찼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던 날이었다.

 

이날 소집된 연영과 비대위는 ▲B교수 자진 사퇴 및 해임 촉구 ▲성명서 문안 작성 ▲이후 연극영화전공 수업의 개선 방안 등의 안건을 한 시간에 걸쳐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연극영화전공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들도 함께했다.

 

오후 2시가 되자 연극영화전공 학생회장 박재현(연극영화․08)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예술대 교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B교수가 학교에 남아 있다면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학생들이 행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 나쁜 선례를 남긴다면 앞으로도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B교수의 퇴임을 주장했다.

 

활발히 의견을 나누던 중 한 학생은 “학생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학교 측에서는 안일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다른 학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돼 수사가 흐지부지하게 종결된 여러 사례가 존재한다.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뒤이어 B교수의 자진 사퇴와 금품 수수 의혹 규명, 연극영화전공 교과 과정 변경을 요구하는 성명서와 서명용지가 학생들에게 배부됐고, 참석한 학생들은 모두 서명용지에 이름을 적었다.

 

그러나 이날 열린 연영과 비대위 전체 회의에는 연극영화전공 전체 재학생 250여 명 중 100명 정도만 참석해 몇몇 학생들이 서명운동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재현 연극영화전공 학생회장은 “이번 주까지 다른 학생들의 의견과 서명을 받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날 전반적인 연극영화전공 수업에 대한 의견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개진됐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학생은 “이번 기회를 통해 수업을 비롯한 연극영화전공이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학생들 입장에서 수업 전반을 기탄없이 평가하는 건 정당하다. 수업에 보완해야 할 점을 논의해 학생들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예술대 교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예술대 학생회장 임은지(연극영화․11)씨는 예술대 차원에서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일단 예술대학장과 면담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총학생회장 최경묵(컴퓨터․06)씨는 “연극영화전공 학우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향후 행동이 결정된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적극 돕겠다”고 전했다.

 

한편 연영과 비대위는 내일(11일) 각 학번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대책 회의를 소집해 이후 행동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재현 연극영화전공 학생회장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다”

 

연극영화전공 학생회장 박재현(연극영화․08)씨는 뜻밖에 담담했다. 그는 <국민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놀랍거나 의외였던 일은 없다”고 말했다. B교수는 학생들 앞에서도 수시로 문화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 8일 연극영화전공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모였던 연영과 비대위 회의에서도 B교수 퇴임안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앞으로 대응 방안을 놓고 박재현 연극영화전공 학생회장은 “물론 비상대책위에서 제시했던 ‘B교수 퇴임안’을 학교 측이 받아들이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학교에서 처음에는 ‘무조건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명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그는 “단체 행동을 시작하겠다. 우리(연극영화전공 학생들)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응하겠다. 이르면 다음 주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한 “학교는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졸업을 앞둔 나 같은 사람들보다 오랜 시간을 학교와 함께할 재학생들이 적극 나서야 할 일”이라고 당부했다.

 

글․취재/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정리/박동우 이승한 기자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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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만든 서가]약할 권리 - 야스다 고이치 <거리로 나온 넷우익>

[우연이 만든 서가]약할 권리 - 야스다  고이치 <거리로 나온 넷우익>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일베’

재일한인 생계지원이 과도하다는 ‘재특회’

 

87 6·29 선언 이후, 한국에서 민주주의라는 가치는 누구도 의문으로 삼을 수 없는 가치가 되었다. 87년 이후 태어나 민주화의 수혜만을 입고 자란 세대라면 더더욱 그랬다. 매년 순국한 지사들을 기리는 방식으로 민주주의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했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느냐는 식의 말을 공공연히 하는 것은 금기였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는 이 금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일베 사용자들은 민주화운동을 조롱하고, 호남 출신 사람들을 홍어라 비하한다. 5월이 다가오자 이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고, 이것이 언론에 노출되며 비로소 유의미한 비판의 대상으로 부각됐다.

 

물론 그전까지 일베를 조명해보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민주주의뿐 아니라 여성, 노인, 어린이 등의 사회적 약자들을 얕잡아 부르는 집단 내 은어를 만들어 공격했다. 왜 그랬냐는 물음에 그들은 재미로 그랬다는 다소 일관된 답변으로 대답한다. 단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서 이미 그 단어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인지하기 어려워진 뒤였다.

 

그들은 사회가 정한 도덕률을 깨고 금기에 맞서는 행위를 일종의유희로 소비하며 그 감정을 공유했다.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금기를 넘는 불안은 무리 내 은어와 농담의 반복 재생산을 통해 극복됐다. 금기를 넘는 것의 의미는 휘발되고, 집단적 유희로서의 공격만이 남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베는 자신을 스스로 벌레나 병신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비웃고 떠드는 공간일 뿐이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5월 광주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역린을 건드린 후에야, 일베는 공공연한 사회의 적이 되었고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조리돌림의 장이 되고 말았다.

 

 

소동이 끝나자 야스쿠니의 가로수에서 흘러나오는 매미 소리만이 주위에 가득했다.

 

 “, 덥다.”

 

 “수고하셨어요.”

 

그토록 폭주하던 참가자들은 그렇게 서로를 치하하며 삼삼오오 흩어졌다. 각각의 표정에서는 극좌 세력을 놓친 아쉬움이나 자신들의 행동을 통제한 국가권력에 대한 분노는 추호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상기된 얼굴에는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떠올라 있었다.

 

 

일본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가 올해 5월에 펴낸 책 <거리로 나온 넷우익>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을 쫓은 몇 년간을 기록한 탐사 르포이다. 극우주의 단체 재특회는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 코리안(자이니치 혹은 재일동포)들이 과도한 특권을 받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그들을 그특권으로부터 배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자인 야스다 고이치는 그들의 주장이 전부 허구에 가깝다고 말한다. 재특회는 재일 코리안들이 과도한 생활 보호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재일 코리안 대부분은 어렵게 생활하고 있어 생활 보호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쳐있다. 설사 그들의 주장에 맞는 부분이 있더라도 대개 과장된 것에 불과하다.

 

명확한 적이 보이지 않는 사회
사회적 덕목에 숨 막히는 개인

 

물론 그 사실이 재특회에게 그리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이 원했던 건 억누를 길 없는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적당한 대상이었다. 어느 소수자든 그들의 대상이 될 수 있었고 그것이 재일 코리안이라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을 그저 덜떨어진 사람들의 유희인양 여기고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던 것은, 사람들이 일베나 재특회를그저 정신적 결함이 있는 소수 집단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따로 부락을 만들어 거주하는 사회 외적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사회가 요구하는 의무와 덕목에 지나치게 억눌려있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능력, 모두가 존경하는 사람이 되는 것,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것 등의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이거다’. 별수 없는 욕망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말해서는 안 됐다.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은무능과 동의어이고,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신을 고백한다는 것은 사회적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싸울 대상이 명확한 싸움은 쉽다. 과거의 적은 눈에 보이고 명쾌했으며 다 같이 힘을 내서 물리친다는 가상의 카타르시스를 충족시켜 주었다. ‘힘 모아 일하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 거야. 독재자를 몰아내면 사회적 모순을 극복할 수 있을 거야. 금 모으기 운동으로 국고를 채워 나라가 진 빚을 갚으면 무리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국외 자본을 이길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다각화된 사회는 과거와 달리 그들에게 확실하고 명확한 적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더구나 개인의 경제적 무능과 자기실현의 좌절은 거대한 적을 찾아 싸움으로 초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 그들은 홀로 적을 찾아내어 자신의 존립 근거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제대로 된 욕망의 근거와 마주할 용기가 없거나 근거를 발견하지 못한 이들은 이내 자신이 마주한 실제 욕망을 왜곡시키고 헌신할 대상을 발견한다. 일본에서는 그것이재특회였던 것이다. 그들은 재일 코리안이라는 적을 만들어냈다.

 

나의 욕망에 괴로워하지 않는 대신

‘약자’를 공격해 괴로운 오늘을 잊다

 

그런 점에서 재특회의 시위는 기존까지의 반동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들에게 재일 코리안 시위는 유희나 배설일 뿐, 자신의 이익과 직접 맞닿아 있는 게 아니기에 욕망의 최종목적지가 될 수 없다. 비단 공격의 대상이 재일 코리안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재특회에 관심을 보인 다수 사람들은 오히려 이 시위가 재특회 회원 개인의 욕망과는 관련 없다는 사실 때문에 주목한다. 충족될 수 없는 자신의 욕망 앞에서 괴로워할 필요 없이, 속 편하게 타인을 공격하는 것으로 나의 오늘을 잊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실제로는 그 때문에 재특회는 명확한 방향을 잃어버린다.

 

일베가 진짜 원하는 건 기존 세대의 금기를 깨부숴버리는 일이다. 그 금기가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폭력과 증오가 원을 그리며 끝없이 돌고 있다. 당면한 욕망을 직시하고, 그것을 자기 힘으로 도저히 이뤄낼 수 없다고, 자신은 보잘것없다고 말하는 대신 그들은 키보드를 두드린다. 우리는 속 편하게 지는 법, 혹은 약한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다.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알아낼 권리. 차라리 욕망에 솔직하라는 말들. 어느 쪽도 결코 쉽지 않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

ネットと愛国 :
在特会の「闇」を追いかけて

야스다 고이치 安田浩一

 

(클릭하시면 상세 도서정보로 연결됩니다.) 


후마니타스(2013)
청구기호 미정(정리중)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정리/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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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月](속보)총학, 오늘 오후 성명서 발표…북악에 부는 ‘국정원 성토’ 바람

국민저널 기사 2013.06.23 08:00

[6月](속보)총학, 오늘 오후 성명서 발표…북악에 부는 ‘국정원 성토’ 바람

 

대학가 ‘국정원 성토’ 잇따른 가운데

우리학교 총학 “중운위 명의로 성명 내겠다”

일각에선 독자적 시국선언 준비 중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성토한 각 대학의 총학생회 기자회견 모습. 시계 방향으로 ① 서울대 총학생회(6월20일) ②숙명여대 총학생회(6월21일) ③이화여대 총학생회(6월20일) ④전남대 총학생회(6월21일) (사진 제공 : <뉴시스>, <뉴스1>, <연합뉴스>)

 

 

우리학교 총학생회 ‘오픈투게더’가 이르면 오늘(23일) 오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부총학생회장 박효훈(사회‧06)씨는 본지 통화에서 “우선 성명서를 중앙운영위원회* 명의로 발표하고 사안을 지켜볼 생각”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대학가에서 이어지는 소위 ‘시국선언’의 바람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검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법무부와 힘겨루기 끝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이에 국가 권력의 대선 개입에 대한 근본적인 항의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일 오전 서울대 총학이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을 필두로 경희대, 성공회대, 이화여대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동국대 총학은 학내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21일 정오 광화문광장에서 경기대, 경희대, 덕성여대, 서울과기대, 성공회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7개 대학 총학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동덕여대와 서울여대 총학도 성명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가톨릭대 총학은 온라인을 통해 국정원과 경찰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명을 발표했다. 숙명여대 총학은 그제 교내에서 시국선언 선포 기자회견과 시국토론회를 열었다.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학교들 또한 해당 사안을 둘러싸고 학내 토론회를 개최하며 중지를 모으는 추세다. 한국외대는 긴급회의를 통해 대안을 모색할 방침이고, 한양대는 당장 오늘 임시 중앙운영위원회를 열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서강대 총학은 “세 차례에 걸친 시국토론회를 제안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고려대와 연세대 총학은 입장 표명을 위해 학내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대학들뿐 아니라 지방 소재 대학들 역시 이러한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부산대와 전남대가 시국선언의 행렬에 동참했고, 강원대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견해가 중론을 이루고 있다.

 

우리학교 역시 이런 바람을 비껴갈 수 없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국민인닷컴, 디시인사이드 국민대 갤러리 등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갑론을박의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에 맞게 시국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시국선언이 불필요하다는 견해, 시국선언을 하더라도 수사 과정의 추이를 살펴보며 신중하게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늦은 새벽까지 활발히 개진되고 있다.

 

한편, 우리학교 총학은 그간 차례로 일어나는 대학가의 시국선언 바람에 어떠한 입장도 표시하지 않은 터라 학생들은 지금껏 총학에 결정을 촉구해왔다. 노동자연대학생그룹 국민대 모임의 이아혜(공법‧07)씨는 “총학생회에 시국선언을 같이할 것을 제안했으나 약간 부담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시국선언을 발표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며 “일단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총학생회를 배제하고 시국선언에 동참할 사람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법과대 학생회 골든타임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헌법가치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보자”고 주장했다. ‘골든타임’은 우리학교 중운위 외에 서울 법과대학 학생회 연석회의(서법련)와도 성명서 작성을 계획하는 한편 이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총학의 입장은 오늘 오후 중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 총학생회장단, 각 단과대 학생회장, 동아리 연합회장, 재적인원 200명 이상의 독립학부 회장으로 구성된 총학생회의 최고 운영 및 심의 기구.

 

글․취재/ 구본철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정리/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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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月]“정부 예산 받는데도 학과 운영 어렵다니…말도 안돼”

국민저널 기사/FOCUS 2013.06.21 12:33

 

[6月]“정부 예산 받는데도 학과 운영 어렵다니…말도 안돼”

[Focus] 법무학과 존폐 논란, 그 후…

임준택 법무학과 학생회장 인터뷰 (Ⅰ)

 

2013년 3월의 마지막 날, 법과대 학생회 페이스북 계정에 한 건의 성명서가 게시됐다. 법무학과 학생회장 명의로 발표된 이 성명서에는 적잖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야간대학으로 출발한 건학 이념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일이며, 만학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들의 작은 소망마저 저버리는 처사”라는 표현에서 법무학과 학생들의 울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학교 본부가 일방적으로 법무학과(야간)를 폐지하려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는 이내 수많은 ‘공유’와 ‘좋아요’로 주목 받았다. 이윽고 지지를 약속하는 우리학교 학우들의 댓글 행렬이 가세했고, 몇 시간 만에 법무학과 폐지 논란은 주요 쟁점이 되었다. 학생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여론의 굳건한 지지 속에, 법무학과 폐지는 이틀 만에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학과 구조조정의 그림자는 가시지 않았다. 작년 불거진 KIS(Kookmin International School)의 경영대학 편입 사태를 비롯해 최근 있었던 법무학과 폐지 논의는 학과 신설과 폐지가 충분한 의견 수렴과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취업률을 끌어올리고 산학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의 2014학년도 학과 구조 개편안이 발표(2013년 4월호 참조)되고 재단 이사회를 통과하는 동안에도, 제대로 된 학생 의견 수렴은 없었다.

 

그래서 법무학과 문제는 마무리됐으나 마무리된 것이 아니다. <국민저널>은 지난 4월 2일과 5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 법무학과 학생회장 임준택(법무․11)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법과대 교수진과 학생들의 노력 덕분에

총장으로부터 ‘폐지 논의 중단’ 약속 받아

 

Q. 법무학과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 “어수선하다. 법무학과 학생들은 대체로 직장인이라 주간 학생들보다는 학과의 존폐 위기에 있어 신경을 많이 쓸 수 없다. 어쨌든 졸업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위기의식을 갖고 있진 않은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학연, 지연이라는 관계를 무시 못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법무학과의 정통성이 이어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 중심으로 과감히 폐지 반대를 주장했다.”

 

Q. 법무학과 폐지 기류를 이전부터 알고 대응했다던데.

 

- “3월 15일 기획처를 중심으로 폐지 논의가 나왔다. 그래서 3월 22일에 이름으로만 존재하던 법무학과 학생회를 부랴부랴 만들었다. 그 달 27일 법무학과 이동기 지도교수와 면담을 가졌고, 31일에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 날(4월 1일) 법무학과 임시 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공 수업을 거부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과 폐지 반대 서명을 받자는 사항들이 결정됐다. 특히 3일로 예정된 교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각 단과대학장들을 일일이 찾아가 호소할 계획도 마련했다.”

 

Q. 성명서 발표 후 채 이틀도 안돼 학교가 “4월 3일 교무위원회 회의 안건에 법무학과 폐지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어떠한 속사정이 있었나?

 

- “2일 아침 표성수 법과대학장과 이동기 지도교수에게 계획을 알리니 ‘학생들의 처지도 십분 이해되지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한테 잠깐의 시간을 달라. 그 안에 우리가 해결 못하면 학생들의 계획대로 움직여라’고 답을 주더라. 몇 시간 후 유지수 총장과 표성수 법과대학장이 독대를 가졌고, 그 결과 다음 날에 열리는 교무위원회에 법무학과 폐지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총장의 구두 약속을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 우리(법무학과 학생 일동)는 그 약속을 믿고 수업 거부와 서명 운동을 철회했다.”

 

 

▲지난 3월 31일 법무학과 학생회장 임준택(법무․11)씨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 학교 본부가 일방적으로 법무학과(야간)를 폐지하려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는 일순간 페이스북에서 수많은 '공유'와 '좋아요'로 학생들의 주목을 받았다. (출처 : 법과대 학생회 페이스북 계정)

 

의견 수렴 실종된 윗선 결정

학생들에겐 그저 ‘일방 통보’뿐

 

Q. 이후 교무위원회 회의에선 유지수 총장의 약속대로 안건 상정이 취소된 것인가?

 

- “회의 내용에 관해선 들은 바 없다. 학장님과 교수님의 약속을 믿고 있다. 다행히 존치하는 것으로 결정 났지만, 교무처와 기획처의 주장도 일면 이해는 간다. 신입생이 일정한 수준까지 들어와야 운영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논의했다는 것이 기분 나빴다. 문제가 있다면 최소한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서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대안을 찾던지 노력해야 하지 않나. 의사 결정 과정에 몹시 불만을 느낀다.”

 

Q. 학생 모집에서 어려움이 적잖은 듯한데, 신입생 숫자가 해가 지날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2011년 당시에는 우리 학과처럼 ‘특성화고졸재직자특별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는 대학이 전국에 5곳 밖에 없었다. 학과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다 보니까 입학자 수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상황이었는데, 올해 64개 대학에서 이 전형을 도입했다. 수요는 평행선을 달리는데, 공급량이 많아지니 당연히 입학자 수가 줄어든다. 해당 전형을 도입한 학과 가운데 97%가 정원 미달 사태에 맞닥뜨렸다. 일각에서 학과 홍보 부족을 지적하는데 깊은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공급처가 늘어나 공급 과잉 상태가 돼 버린 데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

 

*특성화고졸재직자특별전형 :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 중 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자를 대상으로 한 대학 입시 전형.

 

Q. 하지만 학교 당국이 학과 홍보에 전력을 기울였다면 신입생 모집 여건이 나아졌으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간 학과 홍보에 쏟은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 “법무학과 교수님들이 애를 많이 썼다. 특성화고등학교 방문을 홍보의 주된 방향으로 잡았나 보더라. 교수님들은 특성화고교 졸업생들이 적어도 졸업 후 3년까지는 모교에 인적 네트워크를 갖춰놓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성화고교를 직접 찾아가 학생들과 일대일로 대면해 이야기도 들려주고, 심지어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듯하다. 고교에서는 졸업생들을 지도해 주진 않는다. 교수님들도 미래 수요보다는 당장의 수요를 얻을 수 있는 대상을 목표로 설정해 홍보 방법을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Q. 교육부 예산 자료를 살펴보니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을 실시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투입하는 예산이 따로 배정돼 있던데, 어떻게 쓰이나?

 

- “평생학습을 진흥하고 그에 따른 교재 연구를 원활히 돕게끔 교육 콘텐츠를 구성하는데 쓰인다. 법무학과의 목적이 평생교육과도 결부돼 있지 않나. 국가에서도 마이스터고 같은 특성화고교 졸업생들이 이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자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평생학습 활성화 지원 명목으로 대학에 주어지는 예산이 지난해 85억 원에서 올해 170억 원으로 늘었다. 선취업 후진학 제도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 예산 또한 12억 원에서 28억 원으로 증가됐다.”

 

 

▲클릭하면 이미지를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매년 지원 예산을 집행

경제적 문제로 인한 폐과 주장은 맞지 않아

 

Q. 그렇다면 학과를 유지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르기에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겠다는 학교 본부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충분히 운영하고 남을 수준의 재정 지원금이 내려온다.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만들면 학교에 예산이 배정된다. 작년에도 법무학과에 5천만 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을 시행하는 학교마다 평균 2억 5천만 원 정도가 지원될 예정이다. 교육부에서 계속 지원을 늘리는 마당에 신입생이 적게 들어와서 돈이 안 되거나 운영이 어렵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Q. 재학생의 눈으로 보기에 학교 본부가 무슨 이유로 법무학과를 폐지 직전까지 내몰았다고 생각하나?

 

- “현재 우리학교에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을 통해 입학할 수 있는 학과가 법무학과와 기업경영학부, 두 군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우리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이 분배된다. 그런데 예산을 한 학과로 몰아주면 집행하는데 있어서 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다. 학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학생들이 더 많이 입학하는 기업경영학부에 몰아주는 게 효율이 크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학교에서 기업경영학부를 더 확대 발전해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이어지는 인터뷰 2부에서는 법무학과 재학생들이 공부하면서 겪은 고충과, 이를 바탕으로 개선돼야 할 사항을 임준택 법무학과 학생회장의 입을 통해 들어 보고, 학과 폐지를 막기 위해 교수진과 학생들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실천할 것인지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글․인터뷰/ 김선영 최용우 기자 julyten@daum.net

정리/ 이승한 박동우 기자 pdwpdh@naver.com

사진 제공/ 법무학과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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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만든 서가]갑(甲)질의 추억 - 나쓰메 소세키 <나의 개인주의>




“어째서 제가 근거도 없이 그걸 좇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선배도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럼 바꿀 수도 있잖아요.”

그는 안경 너머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막사회테두리에 진입한 그는어른의 목소리와 말투로 내게 말했다. 넌 너무 철이 없다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고. 그건원래부터 그런 거라고. 그는 말을 멈추고 웃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사회에 나가면 지금처럼 윗사람한테 눈 똑바로 뜨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거야. 알아듣니?”

나는 말로도 사람을 때릴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실로 오랜만에, 이념 싸움 없이도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일들이 연달아 터졌다. P사 임원 기내식 라면 사건, P제과업체 회장 폭행 사건, N유업 폭언으로 이어지는 3대 갑()질은갑을(甲乙) 사회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객관적인 악한을 설정해 하나로 뭉쳐 단죄하며 누리는 자기충족적 쾌감 때문인지.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헌법의 기본 정신에 따라서인지. 키보드 앞, 냉장고 속 우유 앞에서의 정의구현이 각계각층에서 실현되고 있다. ‘저희는 N유업 우유를 팔지 않습니다.’라는 신속한 입장표명이 온 동네 마트들을 뒤덮는 한편, 표준계약서의이라는 표기마저 없어진다고 한다. 이리도 아찔한 속도로 정의가 구현되는 나라에서 그동안 갑을 관계는 대체 어떻게 유지되어 온 걸까.

 

누가 봐도 분명한 악을 설정하고 돌을 던지는 건 쉽다. 그것이 자신의 정의나 선을 드러낼 수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들어 척결 대상으로 거듭난 갑질은 매혹적인 절대악이다. 우리 중 대부분은 살면서 한번쯤은 갑의 갑질 앞에 서러웠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니, 절대불변의 악인 갑에 대한 을의 투쟁은 만인의 동의를 구하기 수월하다.

 

그러나 갑과 을은 생각처럼 그리 명쾌하게 나뉘지 않는다. 갑과 을을 설정하고 나면 그 속에서 갑과 을은 다시 무한소수로 쪼개져 상대를 달리해 갑질할 대상을 찾아낸다. 직장에서 한바탕 당한 을이 가정에 들어서자마자 군림하는 갑이 되는 상황은 얼마나 흔한가. N유업 폭언 사건만 봐도 갑은 힘들이지 않고 을 혹은 병()에게 자신의 업무를 가중시킨다. 이 무간지옥은 을이 병을, 병이 다시 정()을 착취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갑과 을은 늘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다.

 

따라서기내에선 진상을 피우지 말자’, ‘그 제과업체가 망했다더라’, ‘정의를 위해 마시던 우유를 버리자는 말들은 오로지 해프닝으로 소모될 뿐, 어떤 방식으로도 충족될 수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갑질을 향한 소모적인 싸움을 계속해야 할까.

 

“원래 의무를 수반하지 않은 권력이라는 형태가 세상에 있을 리 없습니다. 내가 이렇게 높은 단상 위에서 여러분을 내려다보며 1시간이나 2시간 동안 내가 말하는 것을 정숙하게 듣기를 요구할 권리를 보유한 이상 내 쪽에서도 여러분을 정숙하게 할 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4,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학습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의 개인주의>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높은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 자칫 남용할 수 있는 권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상에 올라 자기 멋대로 떠들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 이를 남용하지 말고,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나의 개인주의>에서 발췌한 문장은 권력을 지닌 자인이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1914년의 강연에서는 단상 위에 서 있는 소세키가 갑이고 그의 강연을 듣는 학생들이 을이다. 권력자 갑에게 부여된 모든 권력은 언제나 피권력자 을에 대한 의무를 수반한다. 무한한 의무를 진 갑이 동등한 견지에서 을의 의향을 살피는 형태의 소통은 인간을 유토피아적 평등으로 이끈다.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펼쳐지는 갑질의 무간지옥은 갑에게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이 무간지옥은더러우면 출세하면 된다는 성공 신화를 동력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 짓을 모두 때려치우고 갑을 따끔하게 단죄하고픈 을의 무한한 욕망, 언젠간 자신도 갑의 위치로 올라서고 싶은 욕망으로 이룩된 신화 말이다.

 

을은 의무 없는 권력을 가진 갑을 탐하고, 의무를 방기한 권력은 그를 아무렇게나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을은 눈을 감고 병이나 정에게 자신의 권력을 행사한다. 이 질서는 너무도 편안해서 짐짓원래부터 그런 것이었다는 말들과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을들의 은밀한 욕망 속에 은폐된다. 소세키는 말한다. “의무를 수반하지 않은 권력이라는 형태가 세상에 있을 리 없다고.

 

지금은 당연한 듯 분개하고 이야기되는 평등의 역사는 매우 짧다. 불평등은 인간 역사를 이룬 가장 오래 지속되던 상식 중 하나였다. 한때원래부터 그런세상의 원리였던 불평등은철없는이들이 꿈꾼 유토피아적 평등에 대한 갈망과,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이들의 오랜 세월의 투쟁 끝에 청산해야 할사회악으로 강등됐다. 세상에 원래부터 그런 건 사실 아무것도 없다.

 


 





 

나의 개인주의 私の個人主義

나쓰메 소세키 夏目漱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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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2004) 813.45 하351ㄴ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편집/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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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月]대외활동에 총장 허가 있어야?…학칙 개정 원해도 학생은 ‘소외’

국민저널 기사/FOCUS 2013.05.13 14:32

[5月]대외활동에 총장 허가 있어야?…학칙 개정 원해도 학생은 ‘소외’

<연속 기획-위기의 학생 자치, 길을 묻다> Ⅰ. 독재의 잔재 ‘학칙’ 언제까지 가나?

 

캠퍼스의 낭만을 채 누리기도 전에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대학 생활 4년, 적잖은 학생들은 더 많은 경험과 ‘스펙’을 쌓기 위해 학교 밖으로 눈을 돌린다. 조금만 둘러봐도 유수의 기업들이 주최하는 인턴십이나 공모전, 각종 정당이나 단체의 청년 활동 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외활동의 기회는 곳곳에 널려 있다. 학교 안까지 밀려들어 온 각종 포스터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탐색하고 ‘스펙’도 높이라고 속삭인다.

 

학교도 사회도 모두 한목소리로 ‘진취적으로 도전하라’고 응원하는 것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런 대외행사에 참여하는 순간 학생들은 모두 자동으로 학생준칙 위반자가 된다. 비록 사문화되어 엄격하게 적용되진 않는다지만, 사전에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는 한 우리학교 학생준칙 제14조 ‘학생으로서 대외행사에 참가하고자 할 때에는 총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를 위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정당이나 회원단체에 가입은 했지만, 아직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요?” 안타깝지만 이것도 마찬가지다. 우리학교 학생준칙엔 ‘정당이나 회원단체에 가입하거나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학생준칙 13조)도 있다. 지난 대선 기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뛴 학생들은 졸지에 학생준칙 위반자로 낙인찍힐 판이다.

 

이처럼 우리학교에는 오늘날 대학가의 세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법규가 다수 존재한다. 물론 대부분 이미 사문화되다시피 한 준칙들이지만, 법을 집행하는 주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것을 근거 삼아 학생들을 처벌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이들 조항은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전면 개정 또는 삭제해야 할 대상으로 지적받았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6년이 흐른 지금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유신 치하서 만든 학생준칙

마지막 개정은 14년 전 이뤄져
교직원 요구 때 학생증 제시에
교표는 왼쪽 가슴에 달고
‘총장 또는 학생처장 허가’까지
비민주적 시대의 잔재, 여전히 ‘유효’

 

1948년 제정된 우리학교의 학칙은 그간 105차례에 걸친 개정을 거쳐 현재 총 5편(▲1편 학교법인 ▲2편 학칙 ▲3편 직제 ▲4편 학사행정 ▲5편 기타)으로 구성된 규정집에 속해 있다. 학칙을 살펴보면, ‘21장 학생활동’에서 학생회, 학생회비, 집회, 학생간행물 등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와 행위를 8개 조에 걸쳐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를 추상적으로 서술해 놓고, 자세한 사항은 세부 규정에 위임한 것이 특징이다. 본지 취재 결과 학생활동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세부 규정은 학생준칙, 학생준칙 시행요강, 학생자치활동 지원에 대한 내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중심에 놓을 수 있는 학생준칙은 유신 정권 치하인 1974년에 제정된 이래 마지막 개정이 14년 전인 1999년에 이뤄졌다. 오랜 기간 방치돼 있다 보니 오늘날 헌법 이념과 거리가 먼, 구시대적 잔재가 다분히 들어 있다.

 

준칙 2조는 ‘학생은 교내외를 막론하고 항시 학생증을 휴대하며 교직원으로부터 요구가 있을 때에는 언제든지 이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70년대 경찰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을 대상으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던 불심검문과 빼닮았다. 심지어 있지도 않은 교표를 왼쪽 가슴에 달 것(준칙 5조)을 의무로 못 박아 놨다. 이 밖에도 집회 개최·인쇄물 배포·대자보 부착 등에 대해 총장 또는 학생처장의 허가를 받도록 적시함으로써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생학칙개정운동 준비위원장을 지낸 박현서(이화여대 법·06)씨는 “대학가에 존재하는 학칙은 학생 사회를 통제하고 탄압하기 위해 유신 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매우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조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비공개 규정으로 학생자치권이 침해받는 사례도 속속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25일 부실대 대책위 주최 비상학생총회에서 ‘동아리 지도교수 의무제 폐지’를 안건으로 올렸던 최희윤(경영·08)씨는 “방학 중 공연을 기획했던 한 동아리가 지도교수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습실을 대관하지 못해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며 “직접 이에 관한 규정을 알아보기 위해 학생지원팀에 찾아가 열람을 요청했으나 ‘기밀이라 보여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을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규정 내용이 비밀에 부쳐지니 기준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적용된다. 지난해 법과대 학생회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대자보를 게시하러 학생지원팀을 찾아가 신청했는데, 담당 교직원이 지도교수의 직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더라”며 “학생회는 지도교수가 없어 결국 학부장 교수의 직인을 얻어 대자보를 게시할 수 있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학칙 개정에 학생 설 자리 없다
그나마 학생 참여 보장된 ‘대학평의원회’
평의원 11명 中 학생은 ‘2명’

개정안 의견 수렴은 받는다지만
홈페이지 7일 공고로는 “짧다” 지적

 

이렇듯 학칙은 학생들의 활동을 폭넓게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개정할 때에는 정작 이해 당사자인 학생이 참여할 여지는 극히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칙을 개정하려면 교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학평의원회가 개정안을 의결해 규정심의위원회에 부치고, 이를 법인이 승인하면 총장이 최종적으로 공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서 유일하게 학생에게 참여권이 보장된 기구는 대학평의원회다. 이곳에는 총학생회가 추천하는 학생 평의원이 2명 들어간다. 그러나 전체 11명의 평의원 중 교직원만 무려 6명으로 과반수를 훌쩍 넘어 학생의 발언이 지니는 무게감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물론 학교는 학칙을 개정할 때 홈페이지 게시 등의 방법으로 7일 이상 개정안을 공고해(학칙 84조 2항) 의견 수렴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홈페이지 공고 기간을 7일(일주일)에 딱 맞추는 편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학생들이 학교 홈페이지를 매일 같이 방문하지 않는 이상 학칙 개정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에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너무나 짧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이 학칙 개정에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요원한 셈이다.

 

올 초 한양대 학생단체 ‘청춘과 지성’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초청해 특강을 개최하려다 학교 측이 제동을 걸었다. 덕성여대 당국은 총학생회가 열려던 ‘진보 2013’ 강연회를 저지하려고 버스까지 동원해 정문을 가로막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의 행태는 정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잠들어 있던 학칙이 ‘합법’이라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 학칙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이유다.

 

박현서 전 대학생학칙개정운동 준비위원장은 “학칙이 사문화됐다고는 하지만, 언제든지 학교 당국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자치활동에 대해선 학칙을 꺼내 들 소지가 다분하다”며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학교가 자의적으로 적용하지 못하도록 학칙 개정을 이뤄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주무 부처 교육부는 “나 몰라라”

일각선 ‘학생자치권 보장’ 법제화 시도
그래도 변화의 주체는 학생이 돼야

 

하지만 학교는 꿈쩍도 않고 있다. 정작 대학가의 문제를 정책적으로 조율해야 할 교육부는 어디까지나 “대학 구성원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학내 개입을 꺼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등 시민단체 일각에선 고등교육법 등 등록금 관련 법률 개정안 입법 청원을 추진하면서 ‘학생자치권의 보장’을 조문으로 삽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 집단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여전히 중론을 이루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투표로 뽑힌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의견을 학교 측에 전달해 학칙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부터 관심을 두고 문제 제기를 하는 동시에, 전체 학생들의 힘을 모아 대학가에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학교 당국을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생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글․취재/ 구본철 조해성 기자 indong9311@naver.com

정리/ 이승한 최용우 박동우 기자 pdwp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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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CH OF THE WEEK] 2013.05.10 야스크 vs. 판타지스타 - 북악리그, 축구와 삶의 향기가 묻어나다

스포츠/match of the week; 2013.05.12 22:29

 

[MATCH OF THE WEEK] 2013.05.10 야스크 vs. 판타지스타 - 북악리그, 축구와 삶의 향기가 묻어나다

 

2013510() 경기

야스크(국제) vs. 판타지스타(행정정책) (1:0)

 

후반 7. 이현우

 

상반기 북악리그가 종료되는 시점에 리뷰에서 다루지 못했던 팀들의 경기 일정을 살펴보던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경기가 있었다. 야스크(국제)와 판타지스타(행정정책)의 경기. 두 팀의 현재 성적은 성곡리그 1위 야스크, 2위 판타지스타, 우연하게도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야스크는 1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일 것이며 판타지스타는 1위를 탈환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우연한 맞대결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리뷰를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눈치를 챘을 수도 있겠지만, 기자가 관전한 북악리그 경기는 단 하루도 화창한 날씨에 치러 진 적이 없다. 이날도 역시 오전에 내린 비로 인해 기온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1위라는 자리를 걸고 하는 경기에 어느새 경기장에는 열기로 가득 찼다. 게다가 양 팀 모두 지금까지 무패의 성적을 달려온 터라 이 경기에서의 패배는 곧 첫 패배로 기록될 것이었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비장함이 감도는 가운데, 경기의 휘슬이 울렸다.

 

성곡리그 1, 2위 팀간의 맞대결

'위너'들의 향연, 긴장감 한 가득

 

전반 시작과 동시에 양 팀은 약속이나 했듯 공격전술로 맞불을 놨다. 야스크는 판타지스타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세였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는 몸싸움과 오로지 공을 향해 돌진하는 저돌적인 모습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판타지스타는 유리한 신체 조건을 이용한 공중전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 초반 서로 공방전이 오가던 중, 야스크는 판타지스타의 수비 뒤 공간으로 공을 띄우고 공격수를 수비와 경쟁시키는 전술로 서서히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전반 중반 들어 경기는 더 뜨거워졌다. 몸싸움은 격렬해졌고, 양 팀 선수간의 욕설도 오갔다. 야스크는 측면으로 공을 돌리지 않고 짧은 패스와 돌파를 이용해 집요하게 중앙으로 파고드는 전술로 판타지스타를 서서히 압박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상대 수비수와 경합을 벌이며 어느 위치든 수비가 떨어지면 바로 슛으로 연결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런 야스크의 맹공을 잘 막아내던 판타지스타는 전반 막바지 결정적 위기를 맞이했다. 오른쪽 측면 드로인(throw-in)을 얻은 야스크는 바로 판타지스타의 페널티 박스 안에 있는 야스크 공격수의 머리로 공을 이었다. 헤딩 패스로 이어진 공을 김영진 선수가 멋진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하면서 판타지스타는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판타지스타에겐 다행히도 슛이 빗나갔다. 이후에도 판타지스타는 야스크의 거센 공격을 잘 막아내며 무실점으로 전반을 마쳤다. 신장의 열세를 측면 크로스 대신 짧은 공격으로 극복해 낸 야스크의 전술이 눈에 띈 전반이었다.

 

전반부터 이어진 치열함은 후반전에 들어 마침내 불이 붙었다. 야스크의 공격 상황, 판타지스타의 수비수가 터치라인 가까이에 붙은 공을 빼앗기 위해 야스크의 공격수와 몸싸움을 벌이다 고성이 오가면서 경기가 중단된 것이다. 신경전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양 팀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몸을 밀치는 상황은 결국 심판이 중재에 나서 경기를 재개하기 전까지 계속 됐다. 이 신경전이 마무리되자마자 오른쪽 측면에서 드로인을 얻은 야스크는 길고 정확한 드로인으로 바로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다. 전반과 유사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판타지스타 골키퍼의 환상적인 선방에 막혔다.

 

 

▲야, 지하주차장으로 따라와 10일 야스크(국제)와 판타지스타(행정정책) 선수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주황색 조끼를 입은 심판진이 이를 중재하고 있다. (서울=국민저널/조해성 수습기자)

 

'야생마' 야스크의 저돌적인 돌파
서서히 기선 제압 '알랑가몰라?'

 

후반 중반 들어 양 팀의 공격은 더욱 더 치열해졌다. 먼저 찬스를 얻은 건 판타지스타였다. 야스크의 수비자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판타지스타는 정교한 킥으로 야스크의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득점은 야스크의 몫이었다. 후반 7, 김영진 선수의 자로 잰 듯한 드로인을 판타지스타 수비수가 실수로 뒤로 빠트리자, 이현우 선수가 전광석화와 같이 뛰어들어 골을 성공시켰다. 한 골을 성공시키자 기세가 살아난 야스크는 계속하여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 골이 터지고 3분여가 지난 시점, 야스크의 골킥이 공격수와 판타지스타 골키퍼 사이에 떨어지자 골키퍼가 뛰어나와 다급하게 헤딩으로 걷어냈다. 그러나 걷어낸 공이 야스크의 양용비 선수의 발에 걸렸고, 바로 연결한 슛이 빈 골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절체절명의 순간, 판타지스타의 수비수가 골문 바로 앞에서 공을 걷어내며 야스크는 추가득점의 기회를 날렸다.

 

후반막판이 되자 급해지기 시작한 판타지스타는 총공격을 감행했다. 총공격 중 판타지스타가 오른쪽 측면에서 시도한 스루패스(through pass)가 공격수에게 연결된 순간은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까지 이어지는 듯 했지만, 언제 들어왔는지 야스크의 수비수가 몸을 날려 슈팅을 저지하며 득점을 무산시켰다. 이후 야스크는 경기 호흡을 조절하며 1:0 승리를 지켜냈다. 투포환 선수를 연상케 한 야스크 선수들의 빠르고 정확한 드로인이 만든 승리였다.


세계가 주목한 최신 S/S 축구 스타일
대학 아마 축구의 미래를 선도하라
"오빤, 야스크 스타일"

 

이번 경기는 기자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즐거움을 선사했다. 첫 번째는 축구적인 면이다. 과거 축구 전술을 보면 왼발잡이는 왼쪽 측면에, 오른발잡이는 오른쪽 측면에 두었다. 돌파에 이어 중앙으로의 크로스가 원활하게 연결되도록 한 선수 구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세계 축구의 트렌드는 그 반대다. 왼발잡이를 오른쪽 측면에, 오른발잡이를 왼쪽 측면에 두어, 양 측면에서 크로스보다는 중앙으로 바로 치고 들어가는 전술이 대세다. 야스크는 그런 최신 전술을 적용하고 있었다. 아마추어 축구에 불과한 북악리그도 세계 축구의 조류를 빠르게 흡수해 경기에 적용해 보이고 있다는 점이 기자에게 첫 번째 신선한 충격이었다.

 

두 번째는 기자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다. 언젠가 우연히 야스크가 연습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내심 키도 작은 이들이 과연 리그에서 성적이나 낼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기자가 틀렸다. 야스크는 신체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공에 대한 열정과 끈기로 북악리그에서 무패행진을 이어나갔다. 그런 야스크 선수들을 보면서 기자는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북악리그를 통해 기자는 이토록 공 하나에 열정을 다 바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지 않고 무얼 하는가하는 고민을 했고, 지금은 북악리그 덕분에 동기부여를 얻고 있다. 좋은 경기를 펼쳐 기자의 편협한 시각을 깨고 리뷰에 의욕을 불어넣어준 북악리그의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취재/ 조해성 최용우 기자 julyten@daum.net

정리/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취재 협조/ 45대 총학생회 오픈투게더스포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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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봐서 아는데]최 병장, 8시간 동안의 호국 일기

[내가 해봐서 아는데]최 병장, 8시간 동안의 호국 일기

본격 기자 체험 자랑 칼럼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 첫 번째, 최용우 기자의 예비군 훈련 체험기

 

 

▲선배님들, 버스에 탑승하시지 말입니다 지난 2일 서울 모처에서 우리학교 학생 예비군들이 훈련장에 입소하기 위해 시내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서울=국민저널/최용우 기자)

 

5월만큼 북악에서 아름다운 달이 또 있으랴. 시험은 끝났고, 대기 중엔 봄 향기가 가득하며, 축제를 앞둔 설렘이 피부로 느껴진다. 온 캠퍼스는 초록으로 물들고, 옷장 앞에서 옷을 고를 때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느껴진다. 하지만 역시 5월의 북악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라면, 누가 뭐라 해도 예비군 훈련이다.

 

학생예비군 훈련은 4월부터 하는데 왜 5월의 가장 큰 행사냐 묻지 마시라. 4월의 예비군과 5월의 예비군은 다르다. 4월은 아직 꽃샘추위가 옷 안으로 파고들고 극한의 일교차가 오감을 지배하는 계절. 같은 군복을 입어도 야상을 걸쳐야 하는 4월과 야상 없이도 집을 나설 수 있는 5월은 다르다. 야상을 걸치느냐 마느냐에 누적 피로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아는 이들이라면 기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예비군은 5월이 제 맛, 5월엔 예비군인 것이다.

 

이 군복엔 슬픈 마력이 있고

이 버스엔 사람 말고 군인만 있어

 

남북관계가 경색일로를 걷고 있는 이 시기, 기자는 8시간짜리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옷장에서 오랜만에 군복을 꺼내 입고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 최 병장으로 거듭났다. 평소와 같은 시간의 잠을 잤음에도, 군복을 입자마자 알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진다. 만사가 귀찮아진다. 가까스로 집을 나와 지하철에 올라탔다. 결국 최 병장은 마치 「아이언 맨」의 슈트처럼 마력을 지닌 군복에 굴복한 채, 당고개역을 향하는 내내 지하철에서 잠을 자 버렸다.

 

도착했는지 군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눈을 떠보니, 군복을 입은 시커먼 예비군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훈련 전에 지쳐버린 육신을 간신히 이끌고 훈련 교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싣는다. 만차가 된 버스 안을 둘러보니 승객 모두가 군복을 입고 있다. 놀라운 광경이다. 휴가·외박을 나오는 군인으로 가득 차 있는 버스에 탄 어느 할머니가 남긴 명언, “이 버스에는 사람은 없고, 군인만 있네”가 뇌리를 스친다.

 

두 정거장 뒤 예비군 교장 앞, 버스가 섰고 기사님만 홀로 남겨둔 채 예비군 모두가 하차한다. 현역 조교들과 교관(동대장*)들이 정문에서 예비군들을 반긴다. 교관이 군화, 고무링, 벨트 등 복장 점검을 한 후 2열 종대 줄을 세운다. 10여 분의 행군 끝에 연병장에서 개인 장구류를 지급받는다. 철모, 탄띠, M-16 소총 한 정. 최 병장은 휴대폰을 반납하고 8시간 동안 잠시 세상과의 연을 끊는다. 연병장 한 모퉁이에서 모든 예비군이 장구류를 지급받고 집합할 때까지 30여 분을 기다린다. 역시 대기 시간은 현역 때든, 예비군 때든 똑같이 지루하다.

 

*동대장 : 지역 최소 단위인 ‘동’에 거주하는 향토예비군을 책임지는 지휘관. 장교 또는 퇴역 군인(대위 이상) 중에 선발된다.

 

내가 못 쏜 게 아니야

내 옆에 있던 놈이 스나이퍼라서 그래

 

설렁설렁 입소식을 끝내고 첫 훈련인 사격에 나선다. 그나마 예비군 훈련 중 가장 훈련다운 사격. 올해부터 조기 퇴소제가 생겨, 훈련 과정을 평가하여 우수자는 먼저 퇴소시킨다는 교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다들 좀처럼 믿지 않는 분위기다. 사격장으로 이동한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역시 대기다. 나라를 지키려면 체력 관리는 필수, 최 병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예비군들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잠을 청한다. 역시 예비군은 기승전잠이다.

 

드디어 최 병장의 순서가 왔다. 이미 사로에 준비가 된 총을 잡고 표적에 6발을 쐈다. 산발되어 있지만 표적지에 6발이 다 들어가 있다. ‘아직 최 병장 살아있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교관이 와 표적 검사를 하기 시작한다. 정말로 평가를 하는 거다. 교관이 최 병장의 눈을 보며 웃는다. “아시죠?” 얄짤 없는 불합격. 다음은 옆 전우, “잘 쐈네. 합격!”이라는 교관의 평가가 이어진다. 그러자 그 전우의 대답, “네, 스나이퍼입니다.” 아니, 왕년에 스나이퍼 아니었던 사람이 어디 있다고. 내가 현역 때는 말이지….

 

준장님 나를 재우시고

여성분 나를 깨우시니

 

다음 교육은 예비군 훈련의 취침시간인 정신교육 시간. 역시 내용은 언제나 일관성이 있어 좋다. 안보교육 PPT는 한 사람이 만드는지 내용도, 구성도 예전과 똑같다. 강연의 주인공은 현역 시절이었다면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던 존재인 예비역 준장. 하지만 전역한 예비군에게 준장이 대수랴. 전역과 동시에 동네 옆집 아저씨로 내 마음 속 보직 변경을 하는 게 장교요, 간부다.

 

강연이 시작된 후 강당의 가장 뒷자리에 위치한 최 병장은 불과 몇 분 만에 기적을 경험한다. 최 병장 앞자리 예비군들이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것이다. 흡사 모세의 지팡이 끝에서 홍해가 갈라지듯, 차례로 숙여진 고개 너머로 어느새 예비역 준장과 맨 뒷자리 예비역 병장이 눈빛 교환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날카로운 눈빛의 조교들이 깨우러 다니지만 소용없다.

 

그러나 기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강연에 나타난 한 존재가, 조교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자 전우들의 숙여진 고개를 일으키는 기적을 행하신 것이다. 그 존재는 여자. 북한의 실태를 알리는 내용의 동영상이 강단 스크린에 뜨고, 뒤이어 8명의 새터민 여성이 토크쇼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짙은 수컷 향기가 진동하던 예비군 교장에 뜻밖의 화사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숙여져 있던 고개들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뭐야?” “여자야?” “여자 왔어?” 최 병장이 5년간 받은 예비군 안보교육 중 집중력은 최고조에 이른다. 뼛속까지 안보 정신이 충만해진다.

 

전투의 패배는 용서할 수 있어도

보급의 실패는 용서할 수 없어

 

강연 말미 교관이 꺼낸 점심 이야기에 예비군들의 집중력은 폭발한다. 자, 이번 시간이 끝나면 점심시간인데, 국민대학교는 총장님의 배려로 점심 값을 학교에서 일괄지급 했습니다. 총장님께 박수 한번 주시죠. 강당이 떠나갈 듯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이번 기적은 예비군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신 총장님께서 행하셨다. “자, 식사하러 가십시오.”라는 교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예비군들의 구보가 시작된다. 비록 군을 떠난 지 수년 됐으나, 식사에 대한 집념은 현역 못지않다. 식당으로 가던 한 전우는 넘어져 손바닥이 다 까졌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훈련 중 손실된 근육에 단백질을 제공할 고기산적과 동그랑땡, 주린 배에 포만감을 줄 양배추 샐러드, 한국인의 동반자 김치, 입맛 없는 이에게는 축복과 같은 김, 훈련으로 쌓인 피로를 한꺼번에 풀어줄 비타민이 듬뿍 담긴 과일음료, 그리고 쌀밥과 미역국. 맛이 있느냐고? 뭘 묻는가. ‘짬밥’은 일단 배를 채우고자 먹는 것이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배부르다”는 말이 목적 지향적 식사를 요약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배가 불렀을까? 전우들의 발길은 PX(충성클럽)로 향한다. 예비군의 베스트셀러, 아이스크림을 위해서다. 길게 늘어선 줄. 하지만 PX병의 한마디에 온 예비군이 술렁인다.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오늘 아이스크림이 보급이 안 됐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이런 기본적인 보급조차 실패하다니,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어찌 안보를 논하고 국방을 논한단 말인가. 전투에서의 패배는 용서가 돼도, 보급의 실패는 용서할 수 없거늘.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가서 100개 사먹어야지’라는 마음을 되뇌며, 과자를 몽땅 사서 분대회식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내가 꼭 집에 일찍 가고 싶어서

‘약진 앞으로’를 외친 건 아니야

 

“선배님들,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조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느긋느긋 움직이는 예비군들을 조교들이 계속 재촉하지만 ‘배도 불렀겠다,’ 더 느긋해 보인다. 꾸역꾸역 모인 예비군들 앞에 나타난 동대장 아저씨가 오후 일정을 브리핑한다. “바로 시가지전투 훈련이 있습니다. 일명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하죠. 이 훈련이 오늘 조기 퇴소자를 선발하는 하이라이트가 될 겁니다. 선발자는 16시에 퇴소합니다. 열심히 훈련에 임해주세요.” 아직까진 “일찍 퇴소해서 뭐해.”라는 웅성거림이 대다수다.

 

시가지전투 훈련장에 들어선다. 시가지처럼 만들어 놓은 모형 훈련장이 눈에 뛴다. 동대장 아저씨가 “원래 공격조, 방어조로 나누어서 훈련을 해야 하는 데 안전문제로 공격조만 편성하여 훈련합니다.”라고 공지를 한다. 서바이벌 전용 총 한 정, 페인트탄 다섯 발을 지급받고 보호 장구를 착용한 후 훈련에 임한다. 그런데 이것 봐라. 먼저 훈련하는 분대들이 내지르는 ‘약진 앞으로’ 구호가 갈수록 커진다. 아, 조기 퇴소. 밀려오는 식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시크하게 굴던 예비역들의 귀가본능을 일깨운 것이다.

 

최 병장이 속한 분대 순서가 왔다. 최 병장은 자신도 모르게 ‘약진 앞으로’를 미친 듯이 내지른다. 그리고 엄청난 기동력으로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통제관이 전방에 있는 표적지를 향해 격발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전방에는 인민군 복장을 한 표적이 보인다. 오전에 있었던 안보교육 덕분인지 최 병장의 안보 의식은 이미 충만했다. 최 병장은 백발필중의 정신으로 눈앞에 있는 인민군 표적에 페인트탄 다섯 발을 원점 타격 하였다. 페인트 탄이 터지면서 인민군 표적을 물들게 한 주황빛에 최 병장은 왠지 모르게 끓어오르는 귀가본능, 아니, 애국심을 느낀다.

 

국방부 시계는 자비심이 없지 말입니다

예비역이라고 봐 드리지 않지 말입니다

 

시계바늘이 16시를 향해가고 있다. 시가지전투 훈련을 마친 전우들은 잠을 청하고 있다. 어디서든 잘 수 있는 예비군의 참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자, 조기 퇴소자를 발표하겠습니다. 호명되는 예비군은 바로 퇴소하겠습니다.”라는 동대장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진짜 하는 거야?” “아, 총 좀 잘 쏠 걸.” “1시간 일찍 가서 뭐하려고….”등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OO번 예비군, 퇴소.”, “OO번, OO번 예비군 퇴소.” 동대장 아저씨의 발표에 모두가 들썩인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함성. “5분대는 우수 분대로 분대 전원 퇴소합니다.” 현역 못지않은 5분대의 함성이 교장을 가득 메웠다. 조기 퇴소자들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안고, 남은 예비군들을 놀리며 정문 밖으로 나간다. 이게 뭐라고 발표 순간 은근히 기대가 되었던 건 뭐고, 조기 퇴소자가 부러운 이 심정은 또 뭔가. 사람마음 참 간사하다.

 

“남은 예비군들은 수류탄 투척 훈련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훈련장에 도착하니, 조교들이 준비되어 있던 모의 수류탄을 한 발씩 지급해 준다. 수류탄 파지법(손에 쥐는 방법) 설명을 듣고, 10여 미터 앞에 설치된 인민군 표적이 있는 박스 안에 수류탄을 던져 넣는다. 하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예비군들이 투척한 수류탄이 들어갈 리 있나. 바로 앞에만 안 떨어지면 다행이다. 실제 전투 상황이었다면 분대 전원이 폭사해도 이상할 게 없는 거리에 모의 수류탄들이 툭툭 떨어진다. 조기 퇴소 탈락으로 멘붕에 빠진 최 병장 또한 취재가 어려울 정도로 전의를 잃은 지 오래. 적당한 거리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지만, 시간이 참 안 간다. 예비군도 군이라고, 국방부 시계는 참 느리게도 간다.

 

어느덧 17시, 1년 치 국방의 의무가 끝나가고 있다.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연병장으로 이동하여 장구류 반납하고 퇴소하겠습니다.” 동대장 아저씨의 말에도 이제 힘이 없다. 아저씨도 참 수고가 많습니다. 연병장에 도착하니 8시간 동안 나라를 지킨 역전의 용사들이 가득 차 있다. 장구류를 반납하고 휴대폰을 돌려받는다. 옆에 있던 과 후배에게 “휴대폰 켰는데 메시지 하나도 안 와있으면 정말 비참할 것”이라 말하며 휴대폰을 켰다. 다행히 카톡(카카오톡 메시지)이 와있다. 뭔지 모를 뿌듯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카톡 비밀번호를 풀고, 채팅창을 들여다봤다. “이런, 젠장 단톡방(단체카톡방) 메시지밖에 없다니….” 순간 내 자신이 비참해 진다.

 

훈련비로 지급받은 1만원을 들고 과 선·후배들과 끝나고 뭘 먹을지 대화를 나누며, 교장을 빠져나가는 데 머리위로 물방울이 떨어진다. 비다. “이런 젠장, 다 끝나니까 비라니, 다 끝나니까 비라니!” 훈련 할 때 좀 퍼부어 줬으면 모두가 비를 피해 잠을 청하며 체력보충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꼭 훈련을 피해 내리는 걸 보니 비조차도 5월의 꽃이 예비군 훈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5월의 꽃은 예비군 훈련이다. 꼭 기자가 8시간 구르다 와서 하는 말이 아니지 말입니다!

 

글·취재·훈련 참여/ 최용우 기자 julyten@daum.net

정리/ 이승한 에디터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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