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봐서 아는데] 반복되는 알바, 우리는 과연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국민저널 기사 2017.10.10 03:49

내가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처음 시작한 건 언제였을까? 2011년? 2010년? 모르겠다. 중학생이었는지 고등학생이었는지 학생이었던 건 분명하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건 전단지뿌리기(?)뿐이었다.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좋은 기억은 아니다. 그 무렵부터 구두쇠 기질이 생긴 것 같다. 역시 돈을 벌어봐야 그 가치를 알게 되더라니까. 수능을 보고 본격적으로 알바몬이 됐다. 처음 제대로 된(?) 알바를 한다는 생각에 걱정과 설렘이 교차했다. 첫 알바는 K프랜차이즈 치킨집이었다. 책에서 배운 근로기준법은 현장에 없었다.


“근로계약서 쓰나요?”

“응 안 뽑아”

근로조건도 채용공고와 달라


주변에서 알바를 구할 때 근로기준법을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 없이 알바를 구했다. 다른 건 모두 통과. 그런데 항상 마지막 “언제까지 할 생각이에요?”라는 물음에 “방학 동안 하려고요”라고 답하면 어디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알바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직할 수 없다고. 그 명제를 인정하기 싫어 끝까지 거짓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운 좋게 어느 편의점에서 연락이 왔다.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한다. “근로계약서 쓰나요?” 문자 한 마디에 출근도 하기 전에 해고됐다. 그리고 K프렌차이즈 치킨집에서 연락이 왔다. 최저시급 줄 테니 와서 일하라고. 이번에도 근로계약서를 말했더니 써준다고 했다. 말로만. 한 달을 일했던 것 같다. 그만둘 때까지 근로계약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도 못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2016년 표준근로계약서,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계약서에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이를 서면 교부해야한다. ⓒ고용노동부


일도 그랬다. 손님이 없으면 일찍 집으로 보냈다. 서빙 업무로 뽑아놓고 배달, 캐셔, 주방 일도 거들라고 했다. 서빙이라는 게 원래 그런 줄 알았다. 화장실도 허락을 받고서야 다녀왔다. 일을 그만둔 과정도 인상 깊다.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평소보다 손님이 수 배, 아니 수십 배 많았다. 평소엔 없던 사장님 남편이 도와주러 나와서는 욕설을 해댔다. 주문이 이미 한 시간 치는 밀렸는데 어떤 XX가 주문 더 받았냐고. 서버한테 미쳤냐며 윽박질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다음 날 그만뒀다.


주휴수당, 연차수당?

최저시급만 줘도 다행


나중에 친구 말을 듣고 내가 당한 일들이 모두 부당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을 찾아봤다. 월급도 적었다. 억울해서 주휴수당을 요구했더니 “가게 2년하면서 그런 거 줘본 적이 없다”라고 뻔뻔스레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일을 구했다. 수습 기간이라며 최저시급을 안 준다고 버젓이 게시한 광고들도 넘쳐났다. 법적으로 피고용자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주휴수당은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40시간)X8시간X시급’으로 계산된다. 한 달 근무 일수를 모두 채우면 유급휴가를 추가로 하루 받을 수 있다. [각주:1]



 

▲수습기간은 1년이상 계약할 경우에 둘 수 있다. 최저임금의 10%까지 감액할 수 있고 수습기간은 최장 3개월이다. ⓒ알바천국


“제55조(휴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개정 2012.2.1>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개정 2012.2.1>” 

▲근로기준법 일부 발췌(링크를 통해 법령 전문을 볼 수 있다.)


그 후에 했던 S프랜차이즈 편의점 알바도 그랬다. 고용노동청에 신고하겠다고 통보하고서야 받을 수 있었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는 인생 조언은 덤이었다. C프랜차이즈 편의점 직영점에 가서야 근로기준법대로 대우받았다. 최저시급, 야간수당, 주휴수당, 연차수당… 이름조차 생소한 각종 수당을 처음으로 받고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이제서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과장 조금 보태 드디어 사람 취급받는 것 같았다. 법을 지키는지, 아니 최저라도 지키는지가 내게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지로 느껴졌다.


대학병원 내 편의점이라 일은 정말 많았지만 만족스러웠다. 매일 전표에 200~300박스가 찍혀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물건을 받아오고 정리했다. 물론 캐셔, 청소도 했다. 직영 C편의점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다음 방학에는 다른 지점에서 일했다. 가맹점보다 업무량이 많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학기 중에 주말 알바로 일을 계속했다. 그랬더니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본사 지시와 함께 일 8시간짜리 근무가 일 7시간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주 14시간 근무가 되고 주휴수당이 사라졌다. 직영점에서도 결국 노동자는 지출비용이었고 꼼수의 대상이었다.


언제쯤 근로기준법

‘최저’를 지키는 사회가 올까


그 후에도 여러 알바를 했지만, 아직도 나아진 건 하나도 없다. 몇 년이 지난 최근에 있던 일이다. 한 프리미엄 백화점 알바에 두 번 면접을 갔다. 한 블록 가게 면접에 갔더니 “신규오픈이라 채용기간 내 알바 50명을 채워야 한다고 무조건 붙는다”고 했다. 주휴수당을 준다길래 연차수당과 근로계약서를 물었더니 준다던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카페는 주휴수당마저 주지 않는다며 “그 뭐 수당 같은 거 안주면 안 할 거죠?”라며 돌려보냈다. 몇 년이 지나도 나아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요새 유명 A사이트에서 채용공고를 보면 ‘근로기준법을 지키기로 약속한 기업’이라는 휘황찬란한 마크가 붙은 기업이 늘었다. 그 당연한 것에 무슨 상이라도 탄 양 배지를 달아준 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전보다는 나은 일이라 생각하고 말았다. 그마저도 근로기준법상 ‘최저’시급을 주겠다는 거였지 그 이상 주겠다는 곳은 거의 없었다.


  

▲ 근로기준법 준수가 당연하다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알바천국



최근 L브런치 카페에서 일하게 됐다. 첫날 근로계약서도 작성했다.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ㅇㅇ하면 ‘을’이 모두 배상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도 몇 장을 작성했다. 노동자에게 매우 불리한 것들이었지만, 법에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일단 서명했다. 그래야 돈 벌 수 있으니까. 며칠 다녀보니 직원-알바 간 엄격한 수직구조로 운영됐다. 직원은 초면의 알바에게 무조건 반말을 들이밀었고, 알바는 무조건 존대해야 했다. 법에 호칭, 조직문화에 대한 제약은 없으니 일단 다니기로 했다. 언제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사항들이 지켜지는 날이 올까? 수년간 알바를 해봐도 정말 모르겠다. 다만 ‘최저’로 표기된 걸 ‘최고’로 읽는 사람이 많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최저시급이 과연

노동 가치에 부합할까?


2017년 최저시급은 6,470원이다. 최근 9년간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9년(6.1%), 2010년(2.8%), 2011년(5.1%), 2012년(6.0%), 2013년(6.1%), 2014년(7.2%), 2015년(7.1%), 2016년(8.1%), 2017년(7.3%)다. 평균 인상률은 6.2%. 내년에만 비교적 큰 폭 16.4%(7,530원) 상승한다. 지난 9개년 평균 인상률에 비추어 볼 때 상승 폭이 커졌다. 하지만 노동계에서 꿈에 그리던 시급 1만원은 무산됐다.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사회 주류의 평이다. 시급 1만원에 사업가는 ‘영세상인 다 망한다’며 거품을 물고 반대했고 정계는 고용이 5.2% 감소할 거라며 구체적인 수치로 노동자들을 겁박했다. 그래서 나온 7,530원. 이 정도면 정말 노동 가치에 부합하는 합리적 수준의 임금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니다. 나는 지금 시급 6,470원을 받지만 내가 일하는 브런치 카페에서 가장 싼 음식은 8,900원이다. 1시간을 일해도 메뉴 하나도 먹지 못한다. 하지만 시급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던가. 한 시간 동안 사용자가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권력을 의미하지 않던가. 심지어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노동자를 부를 힘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6,470원, 아니 그렇게 많이 올렸다는 7,530원이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우일까?


이명동 기자 lmd809@gmail.com


  1.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나, 상시 근무자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 할 경우 가산수당(연장, 야간, 휴일근로), 연차, 휴업수당 미발생, 부당해고 구제신청 불가, 근로시간 제한 규정 적용제외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주휴수당은 상시 근무자 5인 이하의 사업장에서도 받을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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