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月] 이토록 추악한 언론의 민낯

국민저널 기사 2014.05.29 23:50

[5月] 이토록 추악한 언론의 민낯 


‘성신여대’ 뉴스로 검색해보니 … 

전형적 뉴스 어뷰징 이용한 기사 밀어내기

언론사의 책임 무시 못해 


지금 네이버에 ‘성신여대’를 검색해보자. ‘성신여대’라는 검색어로 걸리는 오늘자 기사는 총 16개. 하지만 실질적 내용은 3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오늘 성신여대에서 열린 제1회 예절다도경연대회 행사 기사이며, 다른 하나는 ‘성신여대 3대 퀸카’라는 민지원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쇄골라인을 드러냈다는 기사. 마지막 하나는 성신여대 총학생회가 학교 환경 미화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각각 6개, 5개, 5개의 기사가 생산됐다. 



▲ '성신여대'로 검색했더니 … 첫 페이지 뉴스 ⓒ 네이버


통상적으로 이는 언론사마다 관행적으로 온라인 사이트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쓰는 뉴스 ‘어뷰징(Abusing)’ 기사이다. 하지만 오늘자 ‘성신여대’ 관련 뉴스를 단순 ‘어뷰징’으로만 보기에는 어쩐지 석연찮은 구석이 엿보인다. 당장 네이버 뉴스 검색이 2페이지를 넘어가자마자 성신여대가 학생을 고소했다는 언론사의 뉴스가 연속해서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이 학교 비판 기사가 네이버 검색 첫 페이지에서 사라지도록 의도적으로 다른 기사를 재생산하는 ‘기사 밀어내기’를 했다는 데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 하지만 둘째 페이지로 넘기면 … '심화진 비리 의혹'과 관련된 뉴스가 나온다. ⓒ 네이버 


우선, 16개 기사 모두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현장에 오지 않았다. 16개 기사에 첨부된 사진 모두 성신여자대학교 학교 본부에서 제공한 것으로 돼있다. 성신여대는 오늘만 3종류의 보도자료에 사진을 첨부해 언론사 기자들이 기사를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배포했다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 






특히, A 모 회사는 동일한 기자가 성신여대 제1회 예절다도경연대회만으로 3개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를 클릭해보니 사진만 포함돼 있는 기사가가 2개였다. 기사에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 또한, 성신여대 3대 퀸카 민지원 씨에 대한 기사는 5개가 생산됐지만, 내용은 동일했다. 전형적인 ‘어뷰징’ 형태의 ‘뉴스 밀어내기’식 기사다. D 모 언론사의 경우 해당 뉴스를 기자 바이라인 없이 ‘디지털뉴스팀’이 처리했다. 


M 모 선거캠프 관계자는 “이런 형태의 ‘뉴스 밀어내기’ 기사는 선거 국면에서 비일비재하다. 출마한 후보를 비판하는 기사가 언론사에 게재될 경우 간단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중소 인터넷 언론사에 실어달라고 부탁하는 거다. 일단 포털사이트에 후보 이름을 검색하면, 비판 기사를 볼 수 없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뉴스 밀어내기’가 자주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말했다. 


한편, A 모 언론사에서 성신여대 관련 뉴스를 집중적으로 쓰는 이 모 기자는 해당 언론사에서 오늘만 성신여대 관련 작성된 기사 5개 중에 기사 4개를 작성했다. 이 모 기자는 <국민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성신여대로부터 보도 자료가 온다. 매번 그랬다. 보도 자료를 받아서 기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기사 개수를 정해주기도 하나’는 질문에는 “따로 개별적인 요구는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저널>이 소속된 자치언론 연대체 <자치언론네트워크> 성명서에서 밝힌 대로 성신여대는 작년 11월 자치언론 <성신 퍼블리카>의 서혜미 편집장을 비롯해 10명가량의 재학생에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업무방해’로 수사를 의뢰했고 이 중에 지난달 6명이 경찰의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이들은 그간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해온 바 있다. 학교 측은 수사 의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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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구글은 자체 알고리즘에 의거해 기사 순서가 정해진다 ⓒ 구글 검색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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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놀러가는 거 아니에요” 성대 자치언론 <고급찌라시> (2부)

국민저널 기사 2014.04.09 10:07

“엄마, 저 놀러가는 거 아니에요” 성대 자치언론 <고급찌라시> (2부)


고급 찌라시. 2012년 3월 창간 이후 그들은 늘 베일에 싸여 있었다. 다른 매체의 연락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들이 늘 궁금하던 차. 그들은 ‘콕 찌르기’ 버튼으로 <국민저널>과 <성신 퍼블리카> 페이스북을 찌르며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2부 기사는 4월 4일, 고급찌라시 편집장 개마고원과 뒤늦게 동석한 밍기뉴, 분노의 메로나와 함께 진행했다. 밍기뉴는 고급찌라시 창간 당시부터 있었고, 분노의 메로나는 올해부터 <고급찌라시>에 새로 합류하게 됐다. 그리하여 인터뷰는 어쩌다 보니 <고급찌라시>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게 됐다. 



돈도 안 주고 기자들 사비를 털어서 매체를 만든다. 다들 뭘 보고 <고급찌라시>에 들어오는 걸까? 편집장이 보는 <고급찌라시>의 매력은? 


개마고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고찌 지원서를 보면 그런 말들이 많이 쓰여 있기도 하고. 



오후 4시, 늦잠을 자고 이제 일어나 나왔다는 분노의 메로나가 동석했다. ‘분노의 포도’라는 작품을 읽고 감명을 받은 나머지 ‘분노의 포도’로 필명을 지으려던 찰나, 자신은 ‘포도’보다 ‘메론’을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단다. 여기에 개마고원이 “발음하기도 힘들고 뭔가 덜 닦은 기분이라” ‘메로나’로 바꿔서 ‘분노의 메로나’가 됐다. 분노의 메로나는 올해 2월에 새로 들어온 신참이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기자다. 성대신문이라는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 


분노의 메로나(이하 분메): 성대신문은 내 선택지 안에 없었다. 그냥 찌라시여서 들어온 거다. 언론을 할 생각이 없었다. 재미있어 보여서 들어온 거다. 그게 끝이다. 


<고급찌라시> 어떤가. 막상 들어오니 다른 점은 없던가? 


분메: 재밌다. 

개마고원: 무릎이 떨리는 것 같은데, 지금? 

분메: 그건 그냥 떠는 거다. 버릇!


재밌는 질문은 다 끝났다. (일동 시무룩) 학보사나 자치언론은 아무래도 결이 많이 다르다. 앞으로의 대학 언론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하나. 


개마고원: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옳은지 잘 모르겠다. 그걸 알고 있으면 우리가 해결책을 찾아낸 거지 않나.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이 맞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자치언론이든 학보사든 언론으로서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신문이 받침대로 사용되지 않고 받침대로 사용되더라도 신문이 제시한 화두에서 이야기가 오고 가는 수준은 돼야하지 않을까. 사실 대학 언론만이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이정도 수준을 유지하면, 망한다. 그들이 망하길 원해서가 아니라,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서이다. 학우들은 변하는데, 우리는 그대로지 않나. 어쨌든 변화는 필요하고 그 변화를 이야기해보고자 대학언론포럼이라는 자리가 만들어졌지만 아쉽게도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오후 4시 30분, 마지막으로 밍기뉴가 동석했다. 밍기뉴는 창간 때부터 고급찌라시에 있었다. 그에게 고급찌라시 창간 당시와 달라진 점을 물었다. 



밍기뉴: 창간했던 사람들은 완성된 형태에서 들어왔다.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확실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점차 합의해 온 형태로 이루어진 거다. 지금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고급찌라시’라는 기대치라는 게 있는 거다. ‘여기 들어오면 이럴 거야’ 라고 생각한 게 있으니 나도 바뀌는 면이 있고 다른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있는 거다.


예전의 고찌는 언론에 집중된 형태가 아니었다. 언론에 우선된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있어, 그런데 이걸 하려면 언론의 형태가 좋겠어.’라는 결정이 난 거다. 이전 고찌에게 언론이라는 형태는 도구고 수단이고 선택이었다면, 지금 같이하는 분들이랑은 이게 언론이고 이 상태에서 만들어가야 하는 거니까. 무게가 달라진 거다. 


예전의 고찌는 뭘 하고 싶었나?


밍기뉴: 처음 모인 사람들은 학생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많이 치이고 데인 친구들이 모였고, 그만큼 학교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많지만 못한 이야기가 많은 친구들이었다. 우리가 가진 정보를 알려 학생 사회 정보의 간극을 메우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언론이라는 형태가 나온 거다. 


제일 오래 있었는데 왜 편집장 안하고 있나? 


밍기뉴: 힘들다. 원래 그냥 입만 터는 역할이었다. 힘든 건 개마고원 시키고.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는 관계인가? 


개마고원: 아니다. 내가 일방적으로 착취당한다. 

밍기뉴: 양으로 솔직히 따져볼래? 착취라면 안 질 자신 있다. 

개마고원: 이게 참 자랑이 아닌데. 허허.


<고급찌라시>, 착취당하며 계속 하는 이유가 뭔가? 


밍기뉴: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대학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끝물이라고 생각한다.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졸업이 다가오니까. 노망나기 직전이다. 졸업은 대학운동가의 숙명이다. 그 직전에서 학교의 역사를 오래 본 사람으로서 전달해줄 수 있는 게 가장 큰 것 같다. 학교에 오래 있었던 것만으로도 할 일이 많다. 흐름이 끊기지 않나. 뭘 알 것 같으면 졸업해서 떠나고 그러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 일의 원인이 뭔지 기억조차 남아있게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남아있고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본다. 


<고급찌라시> 활동을 운동이라고 보나? 


밍기뉴: 나에게는 운동이다. 학생 운동이 대학 운동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안녕들하십니까나 독립 언론이 대학 운동으로서 하나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운동과 학생운동의 차이점이 뭔가? 


밍기뉴: 학생운동이라는 건 8-90년대 군부 독재 치하에서 했던 특수한 운동이다. 한국의 학생 운동을 영어로 번역하자면 student activist, 운동가가 학생이라는 뜻이다. 한국 학생운동의 경우 민주주의나 노동 운동의 선봉장에 서는 운동을 했지 않나. 첨병, 기수 역할을 했는데 단정적으로 말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이게 슬슬 한계에 부딪히지 않았나 생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이는 한국에만 있는 예외적인 현상이다. 이제 대학 운동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노동 운동도 좋지만 학생 운동 자체가 노동 운동이 된다는 것 자체에 좀 회의적인 입장이다. 대학 내에서 대학 구성원이 대학에 거점을 두고 대학, 대학 문제를 중심에 두고 해야 한다는 거다. 결국 당사자 운동이다. 


약 3시간동안 떠들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개마고원: 부모님께 하겠다. 엄마. 나 절대 놀러가는 게 아니다. 진짜 바쁘고 만날 회의하느라 바쁜데, 그걸 말하지 못한다는 게. 나 절대 다른 거 안 한다. 열심히 공부 중이다. 엄마랑 아빠랑 내가 만날 놈팽이처럼 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말 꼭 하고 싶었다. 어디 나갈 때마다 혼난다. 또 학교 가냐고. 내가 학교에 가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분노의 메로나: ‘분메’라고 줄여 부르지 말아달라. 풀네임으로 불러달라. 미들네임도 만들 거다. 분노의 ‘드’ 메로나. 미들네임 ‘드’ 붙여달라. 


개마고원: 우리 다음 호 공지로 띄우자. ‘공지: 개마고원, 개마 드 고원으로 개명’ 오 역시 미들네임이란 건 노블레스 같다. 

밍기뉴: 다음 호 다 이렇게 바꾸자. 제호 노블레스로 하자. ‘고찌에게 노블레스란? 미들네임’ 






밍기뉴: 총장님에게 하고 싶다. ‘총장님 이번 만우절 장난의 주역은 저였습니다. 제가 샤이니 오빠들을 좋아하듯이 평범하게 총장 오빠를 좋아하고 싶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제 개그센스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매우 슬프네요. 총장님만은 제 마음을 알아주세요... ♥’ 아참 마음은 채워져야 하니 검은 하트로 처리해주세요. 



글‧인터뷰/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공동 인터뷰/ 서혜미 <성신 퍼블리카> 기자 wesels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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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가 아니라 ‘성노동자’입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상>

국민저널 기사 2013.12.23 11:10


01


정치적 의견, 성매매 여성도 “안돼” ‘안녕들’ 대자보의 자격


02


“창녀가 아니라 ‘성노동자’입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상>


정치적 의견, 성매매 여성도 “안돼” ‘안녕들’ 대자보의 자격  

“창녀가 아니라 ‘성노동자’입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상> 

"나는 늘 내가 자랑스럽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하> 




“창녀가 아니라 ‘성노동자’입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상> 


개인과 사회의 안녕을 묻는 소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자보가 대학가를 뒤덮는 동안, 어느 성매매 업소 밀집 지역에 지난 18일 “저는 성매매를 하는 여성입니다.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가 정말 유행이기는 한가 봅니다.”라고 시작하는 자보 하나가 붙었다. “성매매를 하러 온 구매자 남성이 자신도 자보를 썼다며 자랑스럽게 얘기를 하더군요. 거기에 제대로 호응하지 않았다고 주먹질을 당해야 했습니다. …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해당 자보에 대한 인터넷 상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뉘었다. 사실 확인 없이 “‘안녕들 하십니까’ 자보의 열풍에 물타기를 하려는 자작 자보 같다.”라는 주장이 나왔고, 이에 대해 “민주사회에서 자신의 안녕을 말하는 데 자격요건이 필요하단 말이냐.”는 반론이 뒤를 이었다.


그 다음날,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에는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라는 단체의 이름 아래 ‘여러분, 부디 안녕합시다’라는 자보가 붙었다. ‘지지’의 활동가 ‘밀사(성신여대)’는 “창녀는 말할 자격이 없다? 도대체 이 세상 누가 사람의 말할 자격을 함부로 논할 수 있습니까? 창녀는 사람도 아닌가요?”라고 주장했다. 자치언론네트워크에서는 성노동자의 권리를 높이고자 결성된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인터뷰는 크게 성매매 일반과 밀사 개인적 이야기를 다룬 <상>과 성매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다룬 <하>로 진행된다. 또한,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인터뷰이에 대한 존중으로 본 기사 또한 ‘성매매’ 대신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을 미리 밝힌다.



Q 자보를 붙인 이유가 궁금하다. 


- 대학생 중에도 성노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에서 소통할 장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안녕’ 자보를 공동으로 게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행동하게 됐다. 학생들이 얼마나 해당 자보를 읽었을지는 모르겠다, 금방 철거해버렸으니. 


Q. 처음 올렸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떼어져서 성신여대 학생지원팀에 직인을 받으러 갔다고 들었다. 


- 지난 19일 수정관 게시판에 총 4장의 대자보를 올렸는데 떼어졌더라. 자보를 붙이려면 허락을 맡아야 한다 해서 직인을 받으러 갔지만, 성신여대 학생지원팀에서는 ‘정치적인 내용의 자보는 게시할 수 없다’고 했다. “나도 학교 학생이고 붙일 권리가 있다”고 말했더니, “휴학했네요? 왜 아직 졸업 안하셨어요? 이러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붙이지 않겠어요?”라 하더라. 게시판은 모두의 공간이어야 하고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목적으로 쓰여야 하는데, 기업 광고 같은 것만 붙어있다. 게시판이 왜 존재하나. 학생들의 말할 권리를 학교가 틀어막는 꼴이다. 





▲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에서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에 "여러분, 부디 안녕하십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부착했으나 이내 떼어졌다. ⓒ '밀사' 제공




Q 여성 성노동자가 ‘안녕들 하십니까’ 자보를 썼다는 것 자체가 학교 망신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학내에 성노동하는 사람 하나가 공개적으로 드러난대도, 학우 여러분의 취업과 취집[각주:1] 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물론 혐오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특정 대상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겉으로 내비치는 건 다른 이야기다. 성노동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여성의 견해에는 분명 공감한다. 사회 구조가 성노동을 혐오하게 돼있고, 그렇게 학습되어 왔기 때문이다. ‘학교 망신’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왜 학교 망신이라고 생각했는지, 왜 옳지 않은지를 먼저 성찰해야하지 않나. 


Q 밀사가 올린 대자보가 ‘안녕들 하십니까’ 자보 행렬에 본질을 흐린다든지, 소위 ‘물타기’를 한다는 주장이 있다. 


- ‘안녕’ 자보는 자신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말하고 타인의 안녕을 바라며 연대를 요청하는 것이고, ‘지지’의 자보는 여기서 어긋날 게 전혀 없다. 단지 우리(성노동자) 이야기를 듣기 싫다는 거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민주주의를 사상으로 정한 사회에서,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건데.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할 권리를 제한하는 게 정당한가? 일베[각주:2] 를 폐쇄하지 않는 이유도 그런 사람들에게도 말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지 않나.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성노동자를 멸시하는 일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Q 처음 등장한 여성 성노동자의 자보에 대해 ‘자작’ 의혹을 제기한 곳은 소위 ‘정숙한 슬럿워크[각주:3] ’를 추진하는 캠페인 단체 ‘돈두댓(Don’t Do That)이었다. 기존의 슬럿워크가 지나친 노출과 자극적인 행동을 해왔다며,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기존의 슬럿워크와 다르게 과다노출과 구호를 하지 않는다.’는 차별성을 내세우는 단체인데.


- 그 단체 자체가 여권 하락을 야기하고 있다. 돈두댓의 슬럿워크는 남성이 보는 기준의 건전함을 택했다. 이는 ‘정상 여성’이라는 기준의 건전함이다. 남성이 꿈꾸는 여성의 가치에 위반하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운동하겠다는 건데, 이는 슬럿워크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 물론 운동이라는 것도 요구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대중과 타협해야 하지만, 돈두댓의 타협은 대중에 대한 성찰이라기 보단 자신들이 다칠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Q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라는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지’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줄 수 있나. 


- ‘지지’는 지난 2009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5주년 토론회를 진행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지지(支持)한다’는 의미와 ‘GG(Giant Girls)’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면서 성노동자 투쟁이 있어 왔고, 그로부터 1년 후 ‘전성노련(전국성노동자연대)’이 만들어졌다. 전성노련에 연대하던 사람들이 ‘성노동네트워크’라는 단체를 조직해 활동했는데, ‘지지’는 여기서 활동하던 사람들 중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일본에서 살해당한 한국인 성노동자 ‘하루코’의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했고 이를 주제로 ‘목소리전’[각주:4] 이라는 전시를 하게 된다. 6월 29일 성노동자의 날 기념행사는 꾸준히 해왔고,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9월 23일마다 성매매특별법과 관련된 토론회를 진행해왔다. 또 6월 즈음 ‘안전한 섹스, 즐거운 섹스’라는 주제로 강좌를 열었다. 내년에는 성노동 이론이나 성노동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강좌를 기획할 생각이다.


Q 직접 성노동을 체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계기가 궁금하다.


2010년에 성신여대에서 여성학 교양 수업을 들었다. 대한민국의 페미니즘 학자 대부분이 반성매매를 주장하고, 수업을 가르치던 교수도 반성매매를 주장하셨다. 하루는 성매매특별법 홍보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에 ‘탈(脫)성매매 후 다른 직업을 구한 여성이 ‘돈의 가치가 다르다’고 이야기 하더라. 이상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랑 섹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노고가 들어가는데, 왜 이를 부정할까. 그 여성이 사회 보편의 가치를 스스로 내면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노동을 스스로 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한 달 동안 '조건만남(‘돈’이라는 ‘조건’을 걸고 만나 섹스를 하는 일. 주로 구매자가 요청한 공간에서 만난다. 밀사는 업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조건만남을 선택한다고 말한다.)'을 했다. 돈이 필요해서 한 일은 아니었다.


Q 성노동을 단순 서비스업이라 생각한다고 들었다.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만났던 인상적인 ‘손님’이 있나? 


-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돈을 못 받고 폭력을 당한 적은 한 번 뿐이었다. 이것도 기술인데, 사전에 손님과 조율이나 흥정을 끝마쳐야 한다.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일했던 것 같다.





Q 성노동에 대한 밀사의 주장은 어떤 것인가. 


- 알선자, 구매자, 판매자 모두 범죄 취급을 받지 않는, 완전한 ‘비범죄화’가 돼야 한다. ‘성매매 합법화’는 국가가 성노동을 노동으로 승인하고 관리하고 규제하는 건데, 지금은 없어졌지만 독일의 경우 국가에 성노동을 등록하고, 이를 관리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성노동을 다른 노동과 똑같이 여기지 않고 특별 취급하는 거다. 성노동의 완전한 비범죄화를 이룬 국가는 호주 몇 개 주와 뉴질랜드뿐이다.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성매매 여성’만 비범죄화 하라고 말한다. 스웨덴의 경우 이를 적용했다가 성매매 자체가 음지화 돼버렸다. 구매자들이 처벌받기에 성매매의 증거물이 될 수 있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든지. 그러면서 성노동자들 역시 음지로 밀려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반대한다. ‘성매매 여성만 비범죄화하라’는 주장의 기저에는 구매자와 업주를 혐오하는 감정이 존재한다. 물론 업주나 구매자가 많은 폭력을 저질러 온 건 사실이고, 이는 분명히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존재야’라고 말하면 이는 낙인찍기가 된다. 


Q 꼭 성을 사고팔아야 할까? 


- 성적 욕망은 사람마다 다양하고 성노동은 다양한 수요에 따라간다. 결국 성노동자가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분명 전문 노동의 영역으로 (성노동을)대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는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애인을 만들 능력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깔끔한 섹스를 원하기 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고, 여성을 상대하는 남성 성노동자들도 있고, 다양한 성적 욕망을 가진다. 마스터베이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욕망의 측면에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첫 손님을 받았을 때, 연장 요청을 받았다. 나의 경우 구매자가 내가 했던 성적 서비스에 만족한다든지, 특정 체위를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럴 때 뿌듯하고 보람이 있다.


Q 성매매는 이미 수요 측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공급을 못하게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급이 발생하는 거다. 이는 경제의 아주 기본 원리다. (웃음) 이것 말고 딱히 할 말이 없다. 공급은 수요가 있는 한 차단될 수 없다. 억지로 차단하려고 하면 음성화된다. 성노동이 지금껏 그런 취급을 받아왔기 때문에 음지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Q ‘성매매 여성’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어린 아이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유도한다는 주장도 있다. 


- 그 가치관이 뭔지 먼저 질문해야 한다. 어떤 게 올바른 혹은 올바르지 않은 가치관인가? 또한 그 가치관을 누가 정했고 누가 구성하는지도. 사회는 결국 이데올로기에 의해 움직이는데, 도덕은 항구불변적인 것이 아니다. 예컨대 독일 나치 시대의 도덕은 나치에 순종하는 것이었다. 나치에 충실히 복무했던 아이히만이라는 사람도 그 시대에는 합법적이고 충실한 시민이었다. 그가 저지른 죄는 단지 그 ‘합법’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도덕관 혹은 윤리관을 자신의 입장에서 재고하고 비판하지 않는 무력함과 불성실함 역시 죄가 될 수 있다.


Q 성노동을 인정하는 순간 여성의 주체나 권리가 침해된다는 주장이 있다. 


- 이는 성노동자를 여성으로 생각하지 않는 시각이다. 성노동자의 인권은 여권이 아닌가? 여권을 하락시키는 건 어떻게 보면 성노동자가 아니고 여성을 위계화하고 그 아래 있는 여성을 밀어내려는 다른 여성들에 의해 생기는 거다. 여성 노동 대부분은 이미 남성에게 성애화돼있다. 좀 더 예쁜 여성이 취업에서 이익을 얻는다든지, 이런 것에서 노동의 성애화를 잘 보여주지 않나. 지금 여성노동은 어디를 얼마만큼 팔고 있냐는 것에서 위계화 돼있는 상태이지, 사실 모두 성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문제 삼지 않고 성노동자만을 비판하는 건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는 거다. 


Q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한다든지 다이어트를 한다든지 이런 것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다 


- 그렇다. 예컨대, 여성이 성적 행동을 하지 않아도 성적 의도에 의한 행동이라 받아들일 소지가 있지 않나. ‘몰라서 그랬다’는 성추행 가해자의 발언이 있고. ‘여성’이라는 건 이미 그렇게 돼있다. 굳이 성노동자만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Q ‘지지’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밀사 개인은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 활동을 계속 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나 어떻게 살지’라는 고민을 자주 한다. 취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지지’의 활동과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아니면 계속 활동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대학원을 준비할 수도 있다. 지적 열망이 강한 편이라 나름대로 세워놓은 체계를 구체화하고, 한국의 페미니즘(여성주의)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Q 한국의 페미니즘에서 문제를 느낀다면 어떤 부분이 그런가? 


- ‘성노동’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이 많다. 주로 성매매 혹은 성판매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이를 노동이 아닌 폭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이를 어떤 방식으로 바꾸고 싶은가? 


- 성노동 문제에 대해 보다 제대로, 많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분명 현대 사회에서 노동과 폭력은 분리될 수 없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철도파업으로 폭력을 당하고 있지 않나. 노동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폭력을 경험하고 정당치 못한 대우를 받는데, 폭력을 제거할 생각을 해야지 노동 자체를 부정할 생각을 한다는 건, 성노동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이 성노동으로 소외되고 사회 저변으로 밀려난다는 것에 대해서만 선정적으로 강조하는 건, 여성주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여성주의자들은 대부분 성노동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세계에서 여기 시궁창을 바라보며, ‘쟤네 불쌍해, 안타까워’라고 생각한다면, 정면으로 부딪혀 아픔을 직시해라, 고 말하고 싶다.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성노동자들이 당하는 폭력의 선정적 묘사가 성노동 자체를 혐오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이 말하는 페미니즘을 정당화하기 위한 재물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기존 여성들이 성노동자를 혐오하는 이유, 자신의 애인이 성노동자와 섹스를 했다는 상황을 생각한다. 애인과 합의했다면, 여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고, 합의하지 않았다면 이는 관계 불성실의 문제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성노동자가 비난 받아야할 이유는 없다. 이는 서로간의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인터뷰/ 유지영 김혜미 기자 hyeme1992@naver.com

서혜미 <성신 퍼블리카>기자 weselson@gmail.com 

글/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저작권자(c)자치언론네트워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1. &nbsp;<br/>1. 취집: ‘취업’과 ‘시집’을 합성한 신조어. 취업난으로 인해 취업을 선택하는 대신 결혼을 택하는 행태를 뜻한다. [본문으로]
  2. &nbsp;<br/>2. 일베: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준말. 극우 성향의 사용자가 주를 이룬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본문으로]
  3. &nbsp;<br/>3. Slut Walk: 집회의 일종. “여성이 성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창녀(slut)처럼 헤프게 입지 말아야 한다”는, 즉 ‘여자들의 야한 옷차림이 성폭력을 유발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발로 시작한 저항 운동이다. 슬럿워크를 진행할 때, 이를 지지하는 여성들은 몸을 드러낸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한다. 여성은 어떤 옷이든 원하는 옷을 입을 권리가 있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성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본문으로]
  4. &nbsp;<br/>4. 목소리전: ‘하루코’씨는 목이 잘린 채로 살해당했다고 한다. 이는 그의 ‘목소리’가 사라진 것이기에 목소리를 낸다는 취지에서 목소리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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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견, 성매매 여성도 “안돼” … ‘안녕들’ 대자보의 자격

국민저널 기사 2013.12.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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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견, 성매매 여성도 “안돼” ‘안녕들’ 대자보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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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가 아니라 ‘성노동자’입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상>


정치적 의견, 성매매 여성도 “안돼” ‘안녕들’ 대자보의 자격  

“창녀가 아니라 ‘성노동자’입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상> 

"나는 늘 내가 자랑스럽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하> 




정치적 의견, 성매매 여성도 “안돼” ‘안녕들’  대자보의 자격


학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대자보 제거

성매매 여성이 쓴 대자보엔 ‘물타기’라며 자격 시비


고려대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자보 열풍은 대학가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지만, 일부 대학에선 학칙을 근거로 학생들이 쓴 대자보를 제거하고 있다. 사전에 학교의 승인을 받지 않았거나 철도 파업 지지 등 정치적 의견이 담긴 글은 게시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성신여대의 게시물 부착 규정에 따르면 학생지원팀의 직인을 받지 않은 게시물은 게시판에 붙일 수 없다. 성신여대 본부는 학생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직인이 없는 대자보를 대자보가 붙기 시작한 16일부터 뜯어냈다.


12월 20일 오전, ‘성노동자권리모임’인 지지(持志·GG)의 활동가 ‘밀사(가명)’는 전날 자신이 모교에 붙인 4장의 대자보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그는 그 날 오후 다시 대자보를 인쇄해 학생지원팀에 도장을 받으러 갔다. 그러나 교직원은 “정치적인 내용의 자보는 게시할 수 없다. (그걸 허락하면) 너도 나도 대자보를 붙이지 않겠느냐”라며 도장 찍기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오기도 했다. 밀사가 교직원에게 녹음을 해도 되냐고 묻자, 교직원은 이를 오해하고 허락을 구하지 않은 녹취는 불법이라며 경찰을 불렀기 때문이다. 



▲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에 붙었던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게시글. 현재는 떼어진 상태이다. ⓒ '밀사' 제공



성매매 여성이 쓴 글은 ‘안녕들 하십니까’의 취지를 흐리는 글?


'안녕들 하십니까' 흐름에 동참하는 대학생 사이에서도 대자보를 작성할 ‘자격’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논쟁의 시발점은 18일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 중 하나에서 시작됐다. 


“저는 성매매를 하는 여성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글은 “성매매를 하러 온 구매자 남성이 자신도 자보를 썼다며 자랑스럽게 얘기를 하더군요. 거기에 제대로 호응하지 않았다고 주먹질을 당해야 했습니다.”라며 적었다. 글쓴이는 “낙태를 하고도 돈을 벌기 위해 쉬지도 못하고 오늘도 성매매를 하러갑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라고 글을 끝맺었다. 


일부 학생들은 “‘안녕들 하십니까’를 폄하하기 위한 의도적 글 같다.”, “진위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성매매는 불법인데 철도파업과 이게 같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밀사는 그와 같은 의견을 비판하며 "창녀는 말할 자격이 없다? 도대체 이 세상 누가 사람의 말할 자격을 함부로 논할 수 있습니까? 창녀는 사람도 아닌가요?"라는 자보를 썼다. 밀사는 이 대자보를 성노동자 권리모임의 다른 활동가 2명과 함게 경희대, 이화여대, 성신여대에 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성신여대 재학생 ㄱ씨는 “여성으로서 굉장히 수치심을 느낄 만한 내용이다. 문제는 그 대자보를 성신여대 학생만 쓴 게 아니라 외부 사람들도 같이 와서 썼다는 것이다. 불법적인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대학생들의 흐름에 편승해서 우리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지지’를 비판했다. 


밀사는 이에 대해 “단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말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거다. 헌법에서도 보장하는 권리지 않나.”라고 말했다. 


인터뷰/ 유지영 김혜미 기자 hyeme1992@naver.com

인터뷰·글/ 서혜미 <성신 퍼블리카> 기자 wesels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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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내가 자랑스럽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하>

국민저널 기사 2013.12.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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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견, 성매매 여성도 “안돼” ‘안녕들’ 대자보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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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가 아니라 ‘성노동자’입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상>


정치적 의견, 성매매 여성도 “안돼” ‘안녕들’ 대자보의 자격  

“창녀가 아니라 ‘성노동자’입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상> 

"나는 늘 내가 자랑스럽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하> 




"나는 늘 내가 자랑스럽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 <하>


결국, 타인의 시선이 나를 구성한다. 성매매를 행하는 사람은 불특정 다수의 냉혹함과 무차별적 적의와 마주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시선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대략이나마 짐작할 뿐이다. ‘창녀’부터 ‘갈보’ 혹은 ‘성매매 여성’, ‘성판매자’ 그리고 ‘성노동자’까지. 그들을 지칭하는 단어만큼이나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할 것이다. 인터뷰 <하>에서는 타인의 시선부터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천천히 톺아보았다. 





Q 부모, 애인 혹은 친구가 바라보는 ‘밀사’ (지인의 시선) 


- 엄마가 어떻게 하다 보니 내가 조건만남을 몇 번 가졌다는 걸 알게 됐다.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말씀하시더라. ‘지지’의 활동을 탐탁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왜 그런 걸 하느냐’에서 ‘우리 딸이 불쌍한 사람들(성노동자)을 위해 운동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신다. 전혀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다. 이제 제대로 된 일을 찾아야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시지. 


지금까지 만났던 애인들은 내가 하는 활동을 지지해줬다. 같이 ‘지지’ 활동을 하는 한 친구는 10년 지기에게 자신이 성노동을 했다는 사실을 ‘커밍아웃(자신의 성적 정체성, 광범위하게는 사상을 밝힌다는 의미로 쓰인다:편집자주)’을 했더니 더럽다며 연락을 끊었다더라. 그러니까 당장 친구나 애인이나 혹은 가족이 성노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성노동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그들을 삭제해버리며 그렇게 화를 내는 거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건 진실을 받아들이는 거라 생각한다. 세계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사태를 직시하고 바르게 판단하는 자세들이 필요하다. 


Q 대중매체가 바라보는 ‘밀사’ (언론의 시선) 


- 지금껏 많은 인터뷰를 했다, 물론 좋은 인터뷰도 있었지만 마치 동물원의 신기한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취재를 당하고 있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성노동에 대해 제대로 성찰해보지도 않고 흥미 본위의 질문만 던진다든지 그런 태도는 결국 성노동의 본질을 호도하게 된다. 언론은 그간 성매매를 선정적으로 묘사해왔다. ‘돈을 벌려다가, 몸만 버리고 말았다’는 기사 제목만으로도 언론의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나지 않나. 


Q 성노동자가 바라보는 ‘밀사’ 혹은 ‘성노동자’ (성노동자의 시선) 


- 굉장히 다양하다. 그녀들도 태어난 순간부터 성노동자는 아니었지 않나. 사회의 견고한 이데올로기를 답습하면서 자라왔는데, 성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자의적‧타의적 상황에 처했을 때. 일시적으로 머물다가 훌훌 털고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이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도덕적 관념과 충돌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을 ‘성노동자’로 지칭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사실 자신을 성노동의 주체로서 정체성을 세운다는 건 굉장히 어렵다. 


(이런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어떤 사회의 단편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성노동을 하는 언니들이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는 당당한 주체로 이야기할 수 없기에, 자존감 하락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거다. 사회가 반감을 갖고 부정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자존이 좀 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경우 당사자분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모색해야 한다. 


Q ‘밀사’가 바라보는 ‘성매매 여성=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시혜적 공식을 가진 타인 (불특정 다수의 시선) 


- 많은 성노동자들이 사회적 조건과 처우로 인해 불쌍한 삶을 사는 건 사실이다. 충분히 시혜적 시선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바라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성노동자 역시 자신의 삶에 당당한 주체이고,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행한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의 주체성을 함부로 정의내릴 수 있냐’고. 누군가의 삶을 재단하거나 연민할 권리는 없는 거다. 


Q. ‘밀사’가 바라보는 ‘밀사’ (스스로의 시선) 


- 나는 내가 늘 자랑스럽다. 내가 성노동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이런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 프라이드(자부심)에 대해서 인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럴 수 있겠다고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지금은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성노동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인터뷰/ 유지영 김혜미 기자 hyeme1992@naver.com

서혜미 <성신 퍼블리카>기자 weselson@gmail.com 

글/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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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토르의 돈암라이프] 태조감자국 - 아버지뻘인 감자탕집

  옛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국민저널>은 성북구에 위치한 이웃, 성신여자대학교 자치언론 <성신 퍼블리카>와 함께 백지장을 맞들어 보기로 했다. 서로의 콘텐츠를 나누고, 급한 소식들은 공유하며 함께 자치언론의 역량을 쌓아보기로. 그렇게 뜻을 모은 두 매체는 "자치언론네트워크"라는 연대체를 만들었다. 그 첫 번째 결과로 <국민저널>의 기사 [최통장의 정릉라이프]가 <성신 퍼블리카> 지면에 실렸고, <성신 퍼블리카>는 [서토르의 돈암라이프]를 보내왔다. 성북구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닮은 듯 다른 두 칼럼, 첫 협력의 결과물을 부디 즐겨주시길. 



왜 사람들은 여대생 대부분이 포크로 파스타면을 돌돌 말아 한 입에 쏙 넣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할까요? 물론 여대 주변을 둘러보면 양 적고 느끼한 음식을 파는 곳이 도처에 널려있긴 합니다만, 우리는 경험상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미취학 아동시절부터 50대 아저씨 입맛을 자랑했던 '여대생 서토르'가 [서토르의 돈암라이프]를 통해 조금은 색다른 음식으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양 적고 느끼한 요리가 아니라 푸짐하고 얼큰한 요리들입니다. 더불어 이 글로 인해 남학우들이 여대에 품고 있는 환상들이 '콰쾅ㅇ쾅콰오'하는 소리를 내며 깨지길 바랍니다. 



 아버지뻘인 감자탕집 - < 태조감자국 >  



날이 부쩍 추워졌다. 친구 두 명과 같이 시험공부를 하다 도서관을 나오며 팔을 쓸어내렸다. 어디 추위뿐인가. 요새 공부하느라 잠을 불규칙하게 잤더니 속도 쓰리다. 정문으로 내려오자 어떤 남자가 ‘남친존’(남자 사람이 성신여대에 다니는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장소: 각주)에서 어정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시험기간인데도 데이트를 할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친구들과 눈이 마주친 건 순간이었다. 눈빛에서 추위와 속 쓰림과 외로움, 그리고 서로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그 사실을 깨닫자 이대로 집에 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받은 우리의 몸과 영혼을 치유하는 일이 시급하다. 

 "야, 감자탕 먹으러 갈래?"



파스타보다 감자탕이 좋은데요


가끔 학교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선입견을 마주하곤 한다. “여대니까 미팅이나 소개팅 많이 하죠?”, 혹은 "여대 사람들은 파스타 많이 먹죠?"라는 질문들이 그렇다.   


 단언컨대 미팅과 소개팅은 부익부 빈익빈이 적용되는 영역이며, 모든 여대생이 파스타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먹는 것도 아니다. 밤샘 후에 먹는 해장국이 일품인 것은 성별을 가리지 않거늘 왜 그런 선입견을 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러분이 여대에 가진 환상을 와장창 깨기 위해 감자탕으로 메뉴를 정했습니다. 




▲환상을 파괴하기 위해 선택한 태조감자국. 1958년부터 3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오늘 갈 곳은 돈암제일시장에 있는 ‘태조감자국’이다. 여기 말고도 얼마 전 가게를 옮기기 전까지 나란히 붙어 있던 ‘황해옥 감자탕’ 집도 유명하다. 두 가게 모두 TV에 몇 번 나왔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이라 저녁이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들어찬다. ‘태조감자국’엔 6시 전에 도착했지만 벌써 가게 안에 손님들이 반 정도 찼다. 7시가 넘으면 기다려서 들어가야 하니, 바로 들어가고 싶다면 그 전에 가길 권한다. 



참이슬 후레ㅅ…가 아니라 사이다 주세요


보통 다른 가게에서는 ‘소-중-대-특대’로 양을 조절한다. 태조는 여느 곳과는 달리 ‘좋다-최고다-무진장-혹시나’로 양을 정한다.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3명이 먹기엔 ‘무진장’이 적당하다고 한다.  


 음식을 주문하자 아주머니가 “술은 뭐로 줄까?”라고 물었다. 하마터면 참이슬 후레쉬를 달라고 할 뻔했다. 매번 공부를 안 해서 학점이 엉망이긴 하지만 시험기간에 술을 마시지 않을 정도의 양심은 남아있다. 아쉽지만 소주 대신 사이다를 시켰다. 




▲‘무진장’은 大에 해당한다. 그래서 그런지 크고 아름답다.



감자탕이 나오기 전엔 밑반찬이 나온다. 구성은 단순하다. 깍두기와 고추, 양파, 쌈장이 전부다. 깍두기를 몇 개 집어먹으며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다 보니 감자탕이 나왔다. 곧 국물이 끓기 시작했다. 성질이 급한 우리는 수제비와 당면이 채 익기도 전에 깻잎을 젓가락으로 건졌다. 건져 먹었다. 고기에 적당히 간이 밸 즈음, 각자 접시에 고기를 덜었다. 깻잎에 발라낸 살코기를 싸서 입에 넣고, 쫀득쫀득한 수제비와 깍두기를 한 입 베어 물면……. 아, 아까 소주 시킬 걸 그랬나.  




▲살이 가득 차 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고기를 먹어 치우니 저절로 ‘힐링’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고작 고기 몇 조각 먹었다고 끝난 게 아니다. 모름지기 ‘-탕’으로 끝나는 음식은 마지막에 밥을 볶아먹어야 하는 법. 그래야 어디 가서 감자탕을 제대로 먹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밥을 볶아먹지 않는 것은 감자탕을 모욕하는 행위다. 



대부분 음식점이 그러하듯 이곳도 특별한 재료를 이용해 밥을 볶진 않는다. 조금 남은 감자탕 국물에 밥과 잘게 썬 김치, 김, 참기름이 전부다. 잠시 약한 불에 두자 밥이 눌어붙기 시작한다. 눌어붙은 밥은 또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먹어야 제 맛이다. 


밥을 다 먹고 텁텁한 입을 사이다로 헹구며 머릿속을 셈을 해봤다. 한 사람당 약 8,000원을 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감자탕 大자 크기와 사이다 두 병을 먹는 사치를 부렸는데도 이 가격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좀 전까지 느꼈던 열패감은 사라지고, 셋 모두 괜히 기분이 좋아 배를 두들기며 가게를 나섰다. 



서토르 wesels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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