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ge] 중국어로 노래하는 트라볼타, 싱그러운 젊음의 몸짓

[The Stage] 중국어로 노래하는 트라볼타, 싱그러운 젊음의 몸짓

 

중어중문학과 제 29회 원어 뮤지컬 <그리스Grease>

 

 

 

 

포마드 기름으로 빳빳이 올린 머리, 청바지와 가죽 자켓으로 무장한 그들. 뮤지컬 <그리스Grease>는 어쩌면 전형적이게도, 미국의 50년대 하이틴 문화의 향수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살짝 뻔하고 유치하기까지 한 사랑싸움까지도 사랑스럽다. 하지만 이 모든 대사가 중국어로 진행된다면? 일단 머릿속에 가늠하기 힘든 아득함이 찾아올 것이다. 중국어를 하는 존 트라볼타라니! 중어중문학과 학생들의 시작점은 바로 그곳에서부터였다.

 

꺼지지 않을 것만 같은 네온사인. 그것이 <그리스> 무대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어스름한 무대 사이로 한 줄기의 빛이 쏟아진다. 그리고 그 곳엔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 남자가 서 있다. 그 남자가 바로 주인공 대니다. 그의 첫 등장은 극 전체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다. 흡사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하는 몸짓, 한 방울의 허세와 함께 벨트 버클을 잡은 시그니쳐 포즈는 은근한 섹시미를 드러낸다.

 

한국어로 옮겨 놓으면 지중해 연안의 국가 그리스와 동음이의어가 되지만, 이 작품의 제목인 그리스Grease는 50년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한 머릿기름을 말한다.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작곡과 대본을 맡은 짐 제이콥스와 워렌 케시 스스로가 10대 시절 머릿기름을 바르고 다니고 엘비스 프레슬리를 동경한 Greaser였기 때문이었다. 고교 시절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아 쓴 <그리스>는 당대의 문제적인 작품이었다. 청소년들의 일탈, 로큰롤, 10대들의 임신, 패싸움이라는 소재는 70년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제이콥스와 케시는 그렇게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도전과 실험의 바람을 몰고 왔다.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

 

70년대에 제이콥스와 케시가 있었다면, 지금 눈앞에는 중어중문학과 학생들의 새로운 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누구나 쉽지 않을 것이라 했고, 이미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획을 맡은 권예슬(중문, 11)씨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1학년 때 배우를 했던 학생들이 스태프로 포진되어 있어서, 그 때의 경험을 살려 극을 올리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강독’이라는 일종의 각색을 맡은 8명의 학생들과 기획·연출은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는 3월 이전부터 대본을 수정해왔다. 기존 공연 대본을 중국어로 직역한 다음, 문맥에 맞게 의역을 하고, 담당 교수에게 확인을 받는 과정을 모두 끝내고 나면 그때서야 캐스팅이 시작된다.

 

매년 중국 문학을 바탕으로 한 연극을 올려오다가, 올해 처음으로 뮤지컬을 시도하는 만큼 어려움도 많았을 터. 왜 뮤지컬을 선택했냐는 물음에 연출을 맡은 지해성(중문,11)씨는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어도, ‘재미’를 느끼고 함께 교감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리스>는 50년대 청소년들의 삶과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첫사랑을 두근거림을 가지고 있는 샌디와 대니, 그리고 이들의 친구인 티버드파와 핑크레이디파는 함께 대중문화를 즐기고, 고민과 추억들을 공유하며 한 단계 성장한다. 주조연 사이의 미묘한 심경 변화와 반복되는 오해, 그리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도리어 그 솔직한 감정들이 오히려 풋풋하게 다가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여기에 신나는 로큰롤 음악과 복고 문화는 덤. 무대 디자인과 의상은 시대의 공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시종일관 벨트에 손을 얹고 있는 티버드파의 군무와 핑크레이디파의 다채로운 옷들은 관객의 시야를 사로잡았고 댄스경연대회 장면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복고 음악들과 춤의 향연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끼 많고 재능 있는 후배들
노련한 경험의 선배들이 이뤄낸 협업

 

1972년 초연 이후로 1980년에 막을 내리기까지 3,388회나 공연이 되었고, 전 세계 20개 이상의 나라에서 공연이 된 만큼 폭넓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 공연은 더욱 특별하다. 한국에서 중국어로 공연되는 미국 뮤지컬이라는 점 때문이다. 국가를 넘나드는 화려한 수식어구 만큼이나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았을 터.

 

하지만 중어중문학과의 <그리스> 공연은 깔끔한 개사와 한국 정서에 맞는 적절한 각색으로 우려를 잠재웠다. 성조를 가진 중국어 특유의 운율을 통해 섬세한 감정표현들이 느껴지는 동시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가창력이 더해져 몰입도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자막이 별도로 제공되었지만, 그들의 노래와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상황과 감정이 전달됐다. 조연과 주연의 구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어느 하나 소홀이 여겨지는 캐릭터가 없었고, 알맞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천연덕스러웠다.

 

 

 

 

결과적으로 끼 많고 재능 있는 배우진 후배들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하게 이끌어나가는 연출 스태프진의 조화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선후배간 교류와 학과 단합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의의를 바탕으로 좋은 공연으로 관객 앞에 설 수 있다면 더 없는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리고 중어중문학과 학생들은 실제로 그것을 해냈다.

 

공연을 준비한 이들에게 <그리스>는 무슨 의미였을까? 샌디 역의 김성지(중문,11)씨는 ‘청춘’을, 대니 역의 박민호(중문,11)는 ‘인연’이란 단어를 꼽았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8개월 간 다사다난한 시간들이었는데,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글, 사진 노현선 기자 sean11@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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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ge] 서로의 눈과 현이 음악을 이룰 때 - 필뮤즈 정기 연주회

[The Stage] 서로의 눈와 현이 음악을 이룰 때 - 필뮤즈 정기 연주회


국민저널의 2014년 새 연재 ‘The Stage(더 스테이지)’에서는 한 해 동안 종합복지관 지하1층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다룹니다. 클래식기타부터 뮤지컬, 연극까지 다양한 무대가 해를 거듭하며 다양한 색으로 돌아옵니다. 문화생활에 대한 갈망은 넘치건만, 정작 곁에 있는 질 좋은 무대는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요. 


때론 싸우고 웃고 울며 몇 개월에 걸쳐 만들어진 그들의 '무대'를 국민저널 기사로 만나보시겠습니다. / 편집자 주 





“자, 1마디부터 다시 시작해볼게, 다시 한 번 갈게.”


두 번째 중주의 연주를 맡은 양재효(신소재 09) 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13일 목요일 저녁, 공연을 이틀 앞두고 종합복지관 제1공연장에서는 동아리 ‘필뮤즈’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15일 토요일 오후 6시 국민대학교 클래식기타 동아리 필뮤즈가 제26회 신입생환영연주회를 연다. 지난 1974년에 결성된 필뮤즈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필뮤즈는 신입생만 지원자를 받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200여명 정도 되는 인원이 동아리 가입원서를 쓴다고 한다. 그리고 연습 때가 되면 재학생인 선배가 신입생에게 클래식 기타를 가르친다. 방학에도 어김없다. 지난겨울, 일주일에 평균 3회 이상 나와 공연을 준비했다. 이네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3월에 있는 신입생환영 연주회, 9월 가을정기 연주회와 11월 연주회를 열고 있다. 40년이라는 세월은 그냥 쌓인 것이 아니다. 


이번 연주회는 중주 둘, 독주, 합주 순으로 무대가 구성돼 있으며 총 20명이 넘는 동아리원이 겨울방학이 시작할 때부터 준비해 클래식기타에 걸맞게 편곡을 끝마쳤다. 2월 중순 대성리로 ‘MC(Music Camp)'를 떠나 첫 리허설을 마친다고 한다. 클래식기타 곡으로 즐겨 편곡되는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대표작 ‘리베르탱고(Libertango)'부터 영화 ‘달콤한 인생’ OST로도 쓰였던 일본 뉴에이지 그룹 ‘어쿠스틱 카페(Acoustic Cafe)’의 ‘라스트 카니발(Last Carnival)’을 포함한 노래 4곡이 오로지 클래식기타 4대로 연주된다. 이진혁(법학 10) 씨는 어쿠스틱 카페 곡을 연주하며 “‘마지막 축제(Last Carnival)'인 만큼 어쿠스틱 카페의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슬픈 멜로디’를 살리려고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기타로 쉽게 접근 가능한 뉴에이지 곡뿐만이 아니다. 이번 무대에는 한승희(임산 09) 씨의 지휘를 필두로 클래식 기타 20대가 한 데 모여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한다. 드보르작의 교향곡은 그간 여러 악기로 연주돼왔지만, 이번 무대의 ‘신세계 교향곡’은 좀 특별하다. 지휘자 한승희 씨는 “오케스트라를 본떠 다양한 악기가 아닌 클래식 기타라는 단일 악기 20대만으로도 음색이 달라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건, “관객이 즐겁고 ‘음악을 들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지휘하는” 것이기에 그는 지휘봉을 잡고 연습을 계속했다. 



▲ 클래식 기타 동아리 '필뮤즈' 회장 백마가 씨가 무대 위에서 Acoustic Cafe의 Last Carnival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국민저널=유지영)


동아리 회장 백마가(신소재 13) 씨는 회장이기는 하지만 이번 제26회 신입생환영연주회 무대가 ‘필뮤즈’라는 이름으로 서는 세 번째 무대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무대’가 그에게 어떤 곳인지를 질문했다. “무대에 서기 전에는 잘 몰라요. 연습을 하고, 음악이 들리면 그냥 들리는구나, 하죠. 그런데 무대에 서면 가끔 연주하는 사람들이랑 서로의 눈빛이 마주칠 때가 있어요. 교류라고 해야 하나? 통한다고 해야 하나. 서로 합을 맞추기 위해 눈을 맞추거든요. 그 즐거움 때문에 계속 무대에 오르고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필뮤즈 제26회 신입생환영 연주회 

2014년 3월 15일 토요일 오후 6시 

국민대학교 종합복지관 지하1층 제1공연장 




유지영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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