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즐겨찾기] 잘 먹고 싶은 혼자, 방에서 한 발자국 나와 함께 하는 식탁 ... Eat 2(To) Connect

[성북구 즐겨찾기] 잘 먹고 싶은 혼자, 방에서 한 발자국 나와 함께 하는 식탁 ... Eat 2(To) Connect 

 

최종수정 : 15.05.18 오후 12시 21분

 

증가하는 1인가구
하지만 ‘잘’ 챙겨먹지 못하는 사람들


흔히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나이라 부르는 20살,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이들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만, 먼 곳에 있는 대학에 붙은 이들은 진짜로 홀로서기의 첫 발을 뗀다. 기숙사나 자취방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이유들로 방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왕복 2~3시간의 통학을 감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오래지 않아 지쳐 결국 방을 구하게 된다. 둥지를 떠나 제 둥지를 트는 ‘혼자 살기’의 역사가 시작되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26.5%, 2030년에는 32.7%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1인 가구를 타겟 삼은 가구, 집, 생활용품, 음식 등이 시장에 나온지 오래고, 이를 다룬 TV 프로그램도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이 중 1인 가구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음식’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에 대해서는 늘 관대해진다. 머리는 건강을 생각해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몸은 배고픔을 대충 ‘때우는’ 식사에 그친다. 즉석밥에 집에서 챙겨온 반찬을 먹는다면 그나마 잘 챙겨먹는 편이고, 후식으로 과일이라도 먹는다치면 호사인 것이다.


원룸촌에 있는 작은 공간 꿈튀기는 공작소
그 공간을 채워줄 eat 2(to) connect


ⓒ네이버 지도/'꿈 튀기는 공작소' 제공


고대보건대 정류장에서 골목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쭉 올라가면 국민대, 서경대생들이 자취하는 원룸촌이 있다. 이곳에 1인 가구를 위한 공간이 있다. 골목에서 보면 작은 카페로 보이는 이곳은 사실 보통 카페가 아니라 '꿈 튀기는 공작소(이하 꿈튀공)‘이다.


헌집을 임대, 창조 공간으로 재구성해 예술가, 활동가들에게 제공해 주는 ‘두꺼비집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꿈튀공은 정릉골의 빈집을 고쳐 재구성한 가게다. 꿈튀공은 두 번째 임차인과 보낸 시즌2를 마무리하고 시즌3을 준비 중인데, 시즌3의 문을 열어줄 새로운 집지기는 ‘eat 2(TO) connect(이하 잇투)'다.


처음 ‘잇투커넥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먹음으로써 연결한다'고 이해했다. 어떤 먹을 것으로 누구를 연결하는 걸까.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성북구 7년차 주민인 잇투 소속의 김가희씨는 “잇투는 문턱 낮은 먹거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음식과 사람, 사람과 공간 등을 연결해 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음식과 요리가 매개체다”라고 했다.


5월 중순, 꿈 튀기는 공작소에서
새로운 도약을 할 잇투커넥트의 메뉴


김가희씨는 ‘함께 만들고 먹는 것’의 전문가다. 그는 작년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청년사회적 기업과 육성사업‘에 선정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잼, 차 등 먹을 것을 마켓에서 팔기도 하고, 서울역 뒤 동자동 쪽방촌에서 4-5개월간 ’함께 만드는 밥상’, 그러니까 같이 반찬도 만들고 요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가 카페에서는 대학생들과 같이 요리하고 밥 먹는 활동을 했다. 그러던 도중 꿈튀공 측의 제의를 받고 정릉으로 오게 됐다고 한다.


ⓒeat 2 connect 제공


김가희씨는 잇투의 계획 포인트로 건강한 먹거리와 간식류를 꼽았다. 그는 “혼자 살면 일상의 균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건강한 삶의 방식과 요리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인걸까. 잇투에서는 ‘신선함’이 돋보인다. 잇투는 생과일 쥬스, 과일키트, 그리고 핸드드립으로 내린 원두커피를 판매한다. 생과일 쥬스는 제철과일을 사용하고, 과일키트는 1.5인분 기준으로 진공포장을 한다. 덕분에 냉장고에 넣으면 4~5일 가량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다. 아쉽게도 기존에 팔던 볶음밥키트는 5월 중순부터 판매를 중단하지만, 꿈튀공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볶음밥키트를 다시 판매할 예정이라 한다.


추가될 메뉴와 계획도 있다. 다가올 여름에는 달콤한 팥을 직접 끓여 만든 과일빙수와 파스타도 테이크아웃 형태로 판매할 예정이다. 지역 어르신과 지역 자취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어르신들만의 비법이 담긴 반찬 노하우 전수하기, 같이 만들어 먹기 등 ‘같이 할 수 있는’ 활동도 구상하는 중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제안, 피드백 참고할 계획
좋은 생각이 있다면 이곳의 문을 두드려 보자


오픈 예정인 잇투에서는 대학생들의 다양한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자취방에 김치가 남아도는데 처치곤란이다 싶은 학생들은 이곳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이곳에서 ‘같이’ 해결할 수 있다. 혼자라면 감당치 못해 버려야 했던 것들을 가지고 와서 함께 밥 먹고 이야기 나눌 매개로 삼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것이 있을까. 또 괜찮은 메뉴가 떠오른다면 이곳에 말하면 된다. 혹시라도 자신이 말해준 메뉴가 6월에 신메뉴로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동자동 쪽방촌, 정릉의 원룸촌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곳


김가희씨는 동자동 쪽방촌에 대해 이야기 했다. “동자동 쪽방촌은 집안에 부엌이 없다. 그렇기에 식사를 하기엔 경제적, 환경적으로 힘든 조건이다. 먹거리가 가장 열악한 동네다. 대신 공동부엌(서울시, 기업, 대학교가 함께 만든, 부엌과 도서관이 합쳐져 있는 형태)이 있다. 그 곳에는 마을분들이 같이 밥을 해먹는 문화, 누군가가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루는 문화가 있다. 이런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서 들어갔었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과 정릉의 원룸촌은 1인가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가희씨가 느꼈던 동자동 쪽방촌과 정릉의 원룸촌과의 차이점은 뭘까. 그는 “거주하는 구성원들이 달라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동자동 쪽방촌의 구성원은 대개 노인 1인 저소득 가구,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시는 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릉, 꿈튀기는 공작소 가게 근처는 초, 중, 고, 대학생들 그중 대학생 자취생들이 주를 이룬다”고 했다.


동자동 쪽방촌과 정릉 원룸촌 사이 또 다른 차이점은 공동부엌이다. 공동부엌은 요리란 것이 단순히 음식을 조리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안에 대화와 사람을 포함하는 일이란 사실을 일깨워 준다. 혼자 밥을 해먹는 일은 외롭다. 자취를 해본 이라면 알겠지만, 조용한 방에서 혼자 밥을 먹다보면 들리는 소리라곤 그릇과 수저가 부딪히며 내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 입 속에서 음식을 씹는 소리 뿐이다. 숟가락 위에 밥과 반찬, 외로움까지도 쪼개 얹어 목구멍으로 꿀꺽 넘겼다. 어떨 땐 이 소리들이 듣기 싫어서 크게 티비를 틀어놓고 밥을 먹기도 했지만 혼자 식사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꿈 튀기는 공작소에서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는 모습

ⓒeat 2 connect 제공


혼자 밥을 먹다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참지김치찌개를 끓여먹었던 순간은 행복하고 든든했다. 만드는 음식의 양, 수저 갯수, 반찬의 가짓수도 늘어나 수고스러웠지만, 함께 만들고 함께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건강해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밖에서 언뜻 보면 작은 카페로만 보이는 꿈 튀기는 공작소. 하지만 잇투가 지닌 ‘음식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가치는 작은 꿈튀공 가게를 가득 채울 만큼 크다. 동자동 쪽방촌의 공동부엌처럼, 친구들과 함께 찌개를 끓여먹었던 자취방처럼 말이다. 잇투는 꿈튀공에서 5월, 실험적인 모습으로 새단장 중이다. 이러한 실험들이 실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음식에는 대화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공동 부엌처럼, ‘eat 2(To) connect'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맛나게 연결해 줄 채비를 마치고 있다.


글 취재ㅣ손인혜 기자 ssohn0912@naver.com

편집 l 김혜미 기자 hyeme1992@naver.com


<저작권자(c)국민저널.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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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즐겨찾기] You Don't know me! … 희망을 파는 돈(Don)카페

[성북구 즐겨찾기] You Don't know me! … 희망을 파는 돈(Don)카페

 

최종 수정 : 15.04.08 오후 12시 7분

 

돈(Don) 카페!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운영하는 이 가게
분명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알고 먹자!


추적추적 비가 내렸던 날, 정석대로라면 막걸리에 파전이지만 학교에서 해야 하는 실험과제가 있어서 양심이 이끄는 곳으로 갔다.


콰이러 옆 집에 뭐 생겼대, 가볼래?


국민대 후문 언덕을 지나 콰이러 옆에 새로 생긴 돈카페. 이곳은 페이스북 ‘국민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타코야끼 사진으로 유명해진 뒤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는 밥집이다.

 

친구와 터덜터덜 걸어 도착한 뒤 구석자리에 가방을 놓았다. 메뉴판엔 이미 먹어본 메뉴들과 처음 반기는 메뉴들이 있었다. 주문을 하고 몇 분 뒤 내가 시킨 오야코동과 친구가 시킨 노리벤동이 나왔다.



오야코동은 튀기지 않은 닭고기와 몽글몽글한 계란이 어우러져 풍미를 더했다. 양파와 생강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노리벤동은 밥 위에 얹힌김, 닭튀김, 돈카츠, 계란말이를 소스에 찍어 먹으면 양껏 즐길 수 있다. 살짝 느끼할 것 같으면 직원분에게 김치를 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위에 가게는 뭐고 밑에
붙어있는 집은 또 뭘까


그러다가 궁금증이 들었다. 내가 앉아있는, 비닐하우스 같기도 가게같이 생기기도 한 정체 모를 이 곳. 도대체 뭘까? 인터뷰 약속을 잡고 8시에 다시 왔을 때 이 곳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K2인터네셔널 코리아라고 불리는 이 가게는 1989년 일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 곳의 직원인 코보리 모토무씨는 “돈카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소외된 청년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자립을 목적으로 '다 같이 의논하고 즐기자'는 컨셉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사업은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닫혀있는 청년들에게 큰 세상을 열어주기 위해 시작됐다”고 말했다.


원래 이 곳은 대학가인 합정, 홍대에 가게를 둬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릉시장의 전통적인 느낌과 지역사회의 활기에 매료돼 정릉으로 옮겼다. 그는 “지역사회의 활기는 소외된 청년들, 니트족, 캥거루 족에게 주위 이웃들이 줄 수 있는 희망의 연결고리다. 이 관심들이 모여 병든 사회를 치유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친구와 나는 여기서 (병들지는 않았지만) 고픈 배를 음식으로 치유했으니까.


덮밥과 타코야끼 그리고 정릉시장과의 만남


밥을 먹다 말고 밥 위에 얹어져있는 고추튀김이 눈에 보였다. 고추가 매울지 안 매울지, 먹을지 말지 고민했었다. 코보리 모투무씨는 “고추튀김은 한국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의미로 넣었다”고 했다. 예의 있는 나와 친구는 고추를 먹었다.


고추를 넘어서 이 가게의 음식재료는 어디서 가져오는 걸까? 또 요리법은 어떤 걸까? 궁금해졌다. 그는 “음식의 기본 재료는 마을 활성화를 위해 정릉시장에서 구해온다”고 했다. 대신 이곳에서 구할 수 없는 마요네즈, 간장과 같은 소스 재료는 일본에서 수입해 온다. 보통 외국에서 들여오는 음식은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들어오기 마련인데 이곳은 기본 맛과 요리법이 본연의 것과 같다고 했다.


국대전에서 화제가 됐던 매주 주말 정릉시장에서 파는 타코야끼에 대한 궁금증도 풀렸다. 그는 “오코노미야끼의 역사는 25년, 타코야끼는 10년 정도 됐다. 일본 내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했다. 오랜 경력과 좋은 재료에 대한 고집 그리고 과거엔 다소 어두웠던 청년들이 정성과 애정을 담아 만든 삼합의 기운이 타코야끼에 녹아 있었다.



 

학생들과의 작은 교류를 통한 소통
앞으로 특별메뉴도 추가!


이곳에는 소소한 이벤트가 있다. 직원과 팔씨름을 해서 이기면 먹은 음식값에서 500원을 빼주는 귀여운 이벤트다. 나 역시 일주일 전 친구들과 도전했지만 처참히 지고 말았다.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느낌이었다. 코보리 모토무씨는 “작은 교류를 통해서 국민대 학생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는 이벤트”라고 했다. 여태까지 직원을 이긴 학생이 있냐고 물어보니 딱 2명이 있었다고 한다.

 

인터뷰는 어느새 마지막 질문은 남겨두고 있었다. 음식을 먹는 학생들은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 “학생이라 그런지 즐거워 보인다. 더 친해지고 싶다”라고 했다. 그가 웃긴 가면을 쓰고 배달하는 이유도 "학생들에게 더 많이 보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배달가방도 예쁘게 꾸밀 예정이라고 한다.


4월에 들어선 지금, 하와이풍 메뉴가 4월에만 판매된다며 꼭 먹어보라고 추천해주셨다. 5월에도 5월의 메뉴가 나오는데 그 달에만 판매된다고 한다. 기본 메뉴는 사계절 내내 동일하다. 그리고 여름, 겨울 계절별로 특별 메뉴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귀띔해주셨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끼 식사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메뉴를 고른다. 나 역시 그랬고 그래서 고른 이 돈카츠에 사실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 후 돈카츠 한 그릇에 담긴 의미는 달라졌다. 누군가에게 밥 한 끼는 단순히 먹는 것에서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자립, 더 나아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청년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숟갈이다. 그래서 한 그릇에 담긴 의미를 알고 먹는 밥은 왠지 더 맛있었다. 밥 한 끼에 많은 이야기를 담는 이 집, 오늘 점심 때 한 번 가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 글ㅣ손인혜 수습기자 ssohn0912@naver.com

편집ㅣ김혜미 기자 hyeme19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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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통장의 정릉라이프] 정릉시장 토요 장날

  < 정릉시장 토요 장날  

 

 

 

 

 

 

토요일 오후, 나른하다 못해 맥이 풀린다. 온종일 침대에 누워, 움직인 신체기관이라고는 스마트폰을 향한 눈동자와 집게손가락뿐인 최통장은 문득 자신이 한심스러워진다. 딱히 할 일은 없지만, 집 밖을 나가고 싶다. 주말이면 자신을 스스로 집에 가둔 최통장은 ‘셀프 올드보이’ 생활을 접고, 동네라도 거닐고자 문밖을 나서본다. 주말 가을의 햇볕이 생각보다 따갑다. 하지만 최통장은 걱정하지 않는다. 햇볕은 물론, 동네를 나갈 때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부스스한 얼굴과 떡진 머리를 가려주는 후드티가 있기 때문이다.

 

 

  정릉시장 토요 장날에는 정릉시장 길을 통제하고 천막으로 가득채운다. 

 

 

후드 모자를 눌러쓰고 정릉시장으로 방향을 잡는다. 갑자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고, 눈에는 인파가 들어온다. 좀처럼 정릉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에 최통장은 후드 모자를 눈 위까지 내려 본다. 도로에는 좌판이 깔렸고, 오가는 사람이 명동 저리 가라다. 정릉도 서울은 서울인가보다. 서울에 처음 온 촌놈처럼 주변을 두리번대는 최통장에게 한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오늘은 정릉시장 토요 장날’이라고 귀띔해준다. 지방에서 올라온 최통장에게 서울 속 장날이라니. 서울에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아직 촌놈이 맞나 보다.

 

 

  문어숙회를 팔고 있다. 옆의 소주병이 눈에 들어온다. 

 

 

 

 

 

  핫바 하나를 물고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서울 장날이든 시골 장날이든 역시 장날에는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장날의 기본인 파전부터 시작해 평소에 보기 힘든 문어숙회도 보인다. 그런데 최통장의 눈에 띄는 먹거리는 따로 있다. 주말이면 ‘셀프 올드보이’가 되어서인지, 후드 모자를 눌러 쓴 꾀죄죄한 모습에 ‘황해’의 하정우가 떠올라서인지 최통장의 손에는 만두와 핫바가 들려있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최통장은 선 채로 핫바 먹방을 찍어본다. 이미 타인의 시선 따위는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역시 장터에 노래가 빠질 순 없다. 

 

 

노랫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그 앞에는 무대가 펼쳐져 있다. 한 아주머니가 무대 위에서 맛깔나게 한 곡 뽑고 계신다. 정릉판 ‘슈퍼스타K’ 아니, ‘전국노래자랑’이 맞겠다. 장날에는 뽕끼 가득한 트로트와 무대 앞에서 흥을 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면 충분하다. 초대가수도 있다. 이름 옆에 ‘유명가수’라는 수식어를 보니 스케일이 어마어마한가 보다. 그런데 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들일까. 최통장은 의아하기도 했지만 뭐 어떠한가? 장날의 흥만 돋우면 족하다.

 

 

  젓갈을 파는 가판대, 가격은 흥정으로 결정된다.  

 

 

 

 

 

  정릉 장터에서는 온 몸에 다 좋다는 한약재도 팔고 있다.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장터가 맞긴 하나 보다. 반찬거리며, 심지어 약재까지 팔고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가격이 안 보인다. 손님과 상인의 흥정으로 가격은 정해진다. 대북 심리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에서는 승리한 사람이 부르는 게 값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옷을 팔고 있는 좌판은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5천 원이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나온 정형돈이 G-Dragon에게 한 패션 지적이 떠오른다. 황학동 못지않은 저렴한 가격과 감각적인 색감, 스타일에 최통장도 패션 지적을 해본다. ‘정형돈, 보고 있나?’

 

 

  '깡통 창작소'라는 이름의 공예품을 만들어보고 소개하는 공간도 있다. 

 

 

정릉 장날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끝에 최통장의 눈에 신기한 물건들이 들어온다. ‘깡통 창작소’라는 이름을 가진 천막에는 깡통 형태를 변형시켜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화분, 액자, 수납통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형마트에서 하는 문화센터가 정릉 장터에도 존재한다. 대형마트 때문에 골목상권이 죽어간다는데, 골목상권도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었다. 정릉에 살면서 대형마트가 없는 점을 아쉬워했던 최통장은 또 스스로가 한심해진다. 자신의 한심스러운 모습에 길을 나섰던 최통장은 다른 한심함을 한가득 가지고 집으로 향한다.

 

 

※ 정릉시장 토요 장날은 매달 둘째주, 넷째주 토요일

 

 

 

글, 사진 / 최통장 julyt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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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토르의 돈암라이프] 태조감자국 - 아버지뻘인 감자탕집

  옛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국민저널>은 성북구에 위치한 이웃, 성신여자대학교 자치언론 <성신 퍼블리카>와 함께 백지장을 맞들어 보기로 했다. 서로의 콘텐츠를 나누고, 급한 소식들은 공유하며 함께 자치언론의 역량을 쌓아보기로. 그렇게 뜻을 모은 두 매체는 "자치언론네트워크"라는 연대체를 만들었다. 그 첫 번째 결과로 <국민저널>의 기사 [최통장의 정릉라이프]가 <성신 퍼블리카> 지면에 실렸고, <성신 퍼블리카>는 [서토르의 돈암라이프]를 보내왔다. 성북구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닮은 듯 다른 두 칼럼, 첫 협력의 결과물을 부디 즐겨주시길. 



왜 사람들은 여대생 대부분이 포크로 파스타면을 돌돌 말아 한 입에 쏙 넣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할까요? 물론 여대 주변을 둘러보면 양 적고 느끼한 음식을 파는 곳이 도처에 널려있긴 합니다만, 우리는 경험상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미취학 아동시절부터 50대 아저씨 입맛을 자랑했던 '여대생 서토르'가 [서토르의 돈암라이프]를 통해 조금은 색다른 음식으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양 적고 느끼한 요리가 아니라 푸짐하고 얼큰한 요리들입니다. 더불어 이 글로 인해 남학우들이 여대에 품고 있는 환상들이 '콰쾅ㅇ쾅콰오'하는 소리를 내며 깨지길 바랍니다. 



 아버지뻘인 감자탕집 - < 태조감자국 >  



날이 부쩍 추워졌다. 친구 두 명과 같이 시험공부를 하다 도서관을 나오며 팔을 쓸어내렸다. 어디 추위뿐인가. 요새 공부하느라 잠을 불규칙하게 잤더니 속도 쓰리다. 정문으로 내려오자 어떤 남자가 ‘남친존’(남자 사람이 성신여대에 다니는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장소: 각주)에서 어정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시험기간인데도 데이트를 할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친구들과 눈이 마주친 건 순간이었다. 눈빛에서 추위와 속 쓰림과 외로움, 그리고 서로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그 사실을 깨닫자 이대로 집에 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받은 우리의 몸과 영혼을 치유하는 일이 시급하다. 

 "야, 감자탕 먹으러 갈래?"



파스타보다 감자탕이 좋은데요


가끔 학교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선입견을 마주하곤 한다. “여대니까 미팅이나 소개팅 많이 하죠?”, 혹은 "여대 사람들은 파스타 많이 먹죠?"라는 질문들이 그렇다.   


 단언컨대 미팅과 소개팅은 부익부 빈익빈이 적용되는 영역이며, 모든 여대생이 파스타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먹는 것도 아니다. 밤샘 후에 먹는 해장국이 일품인 것은 성별을 가리지 않거늘 왜 그런 선입견을 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러분이 여대에 가진 환상을 와장창 깨기 위해 감자탕으로 메뉴를 정했습니다. 




▲환상을 파괴하기 위해 선택한 태조감자국. 1958년부터 3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오늘 갈 곳은 돈암제일시장에 있는 ‘태조감자국’이다. 여기 말고도 얼마 전 가게를 옮기기 전까지 나란히 붙어 있던 ‘황해옥 감자탕’ 집도 유명하다. 두 가게 모두 TV에 몇 번 나왔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이라 저녁이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들어찬다. ‘태조감자국’엔 6시 전에 도착했지만 벌써 가게 안에 손님들이 반 정도 찼다. 7시가 넘으면 기다려서 들어가야 하니, 바로 들어가고 싶다면 그 전에 가길 권한다. 



참이슬 후레ㅅ…가 아니라 사이다 주세요


보통 다른 가게에서는 ‘소-중-대-특대’로 양을 조절한다. 태조는 여느 곳과는 달리 ‘좋다-최고다-무진장-혹시나’로 양을 정한다.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3명이 먹기엔 ‘무진장’이 적당하다고 한다.  


 음식을 주문하자 아주머니가 “술은 뭐로 줄까?”라고 물었다. 하마터면 참이슬 후레쉬를 달라고 할 뻔했다. 매번 공부를 안 해서 학점이 엉망이긴 하지만 시험기간에 술을 마시지 않을 정도의 양심은 남아있다. 아쉽지만 소주 대신 사이다를 시켰다. 




▲‘무진장’은 大에 해당한다. 그래서 그런지 크고 아름답다.



감자탕이 나오기 전엔 밑반찬이 나온다. 구성은 단순하다. 깍두기와 고추, 양파, 쌈장이 전부다. 깍두기를 몇 개 집어먹으며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다 보니 감자탕이 나왔다. 곧 국물이 끓기 시작했다. 성질이 급한 우리는 수제비와 당면이 채 익기도 전에 깻잎을 젓가락으로 건졌다. 건져 먹었다. 고기에 적당히 간이 밸 즈음, 각자 접시에 고기를 덜었다. 깻잎에 발라낸 살코기를 싸서 입에 넣고, 쫀득쫀득한 수제비와 깍두기를 한 입 베어 물면……. 아, 아까 소주 시킬 걸 그랬나.  




▲살이 가득 차 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고기를 먹어 치우니 저절로 ‘힐링’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고작 고기 몇 조각 먹었다고 끝난 게 아니다. 모름지기 ‘-탕’으로 끝나는 음식은 마지막에 밥을 볶아먹어야 하는 법. 그래야 어디 가서 감자탕을 제대로 먹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밥을 볶아먹지 않는 것은 감자탕을 모욕하는 행위다. 



대부분 음식점이 그러하듯 이곳도 특별한 재료를 이용해 밥을 볶진 않는다. 조금 남은 감자탕 국물에 밥과 잘게 썬 김치, 김, 참기름이 전부다. 잠시 약한 불에 두자 밥이 눌어붙기 시작한다. 눌어붙은 밥은 또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먹어야 제 맛이다. 


밥을 다 먹고 텁텁한 입을 사이다로 헹구며 머릿속을 셈을 해봤다. 한 사람당 약 8,000원을 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감자탕 大자 크기와 사이다 두 병을 먹는 사치를 부렸는데도 이 가격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좀 전까지 느꼈던 열패감은 사라지고, 셋 모두 괜히 기분이 좋아 배를 두들기며 가게를 나섰다. 



서토르 wesels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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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통장의 정릉라이프] 정릉천 - 산책하길 좋은 길

왜 우리는 학식과 배달음식으로만 주린 배를 채우는가? 정릉골로 약간만 발을 옮겨보자. 맛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포털 검색창에 ‘정릉’을 치면, 왜 나오는 게 ‘건축학개론’ 뿐인가? 정릉골로 조금만 발품을 팔아보자. 사람 냄새나는 곳이 또 정릉이라. 자칭 타칭 정릉골 통장이라 불리는 자취 5년차 최통장이 <최통장의 정릉 라이프>라는 새로운 코너로 정릉에 숨어 있는 맛집부터 생활정보, 자취생활의 팁까지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최통장 백

 

 

 

  산책하기 좋은 길 < 정 릉 천  

 

 

 

  

 

 

 

 

[정릉 라이프]를 접하면 알겠지만 최통장의 생물학적 성 정체성은 XY 염색체를 지닌 남성, 사회학적으로도 “그런데 예뻐?”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여성을 좋아하는 대한민국의 흔한 남성이다. 더군다나 최통장은 요즘 대세인 혼자 사는 남자이다. 최통장은 문화방송(MBC)에서 방영 중인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그네들을 볼 때마다 격한 공감을 하곤 한다. 데프콘의 먹방에 야식을 챙겨 먹고, 노홍철의 깔끔함을 따라 하려 노력하고, 김용건을 동경하고 있다.

 

 

 

  정릉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정릉천밖에. 

 

 

혼자 산 지 5년이 넘다 보니, 최통장에게 대한민국에서 남자 혼자 하려면 눈치 보이는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은지 오래다. 쇼핑은 혼자가 편하고, 1년에 한 번쯤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 당연하고,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본다’는 씨스타의 노래에 혼자 술을 기울인다. 하지만 나 혼자의 백미로, 호젓하게 거니는 동네 산책을 꼽고 싶다. 정릉에 흘러들어오기 전 모 여대 부근에서 자취했던 최통장은 대담하게 슈퍼에 가는 복장을 하고도 여성이 그득한 모 여대 옆 하천을 산책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정릉 주변에서 산책할 만한 곳을 찾았다. 국민대학교 쪽이 산도 있고 공기도 좋고, 한데 이 오르막은 엄홍길 대장만이 정복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릉천밖에.

 

 

 

  정릉천은 다리 밑으로 흘러 복개천으로 한강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정릉천은 정릉시장으로 향하다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시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눈만 뜨고 있다면 물길의 모습은 쉬이 찾을 수 있다. ‘북한산에서 발원하여 정릉을 지나, 월곡천과 만난 후 청계천, 중랑천 순으로 흘러들어 마지막에는 한강까지 이어진다’고 위키백과에 나오는 데, 정릉천을 자주 다니는 최통장도 처음 안 사실이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그만이다.

 

 

 

  옛 정취 물씬 풍기는 정릉천 주변 골목이 정겹다. 

 

 

날씨도 선선하니 잉여로움을 즐기기에 정릉천이 제격이다. 게다가 정릉천 주변에는 골목골목 맛 나는 음식점에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골목이 어우러지니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다. 음식점들도 소개하고 싶지만 이번에는 순서가 아니다. 다음에 다루기 위해서라도 아껴둬야 한다. 아니, 글을 더 쓰려면 힘들다.

 

 

 

  짧고 좁은 물길은 천이라기보다 동네개울에 가깝다. 

 

 

 

 

  오리도 짝이 있거늘... 오리 커플 한 쌍이 정릉천을 노닐고 있다. 

 

 

이름은 정릉천이지만, 정릉개울이 더 어울릴 정도다. 도보로 산책할 수 있는 구간은 걸으면 고작 10분가량이다. 하지만 슬슬 나이를 먹어가는 최통장에게 10분이면 충분하다. 뒷짐을 지고 정릉천에 마실 나온 최통장 앞에 청둥오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서울 시내에 청둥오리라니 … 놀랄 따름이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오리 커플 한 쌍이 정릉천을 노닐고 있다. 오리 커플에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놀건마는’으로 시작하는 황조가가 떠오르는 이 감상은 또 무어냐. 최통장이 감상에 젖어들 때쯤 갑자기 시끌벅적한 동네 꼬마들 소리가 들린다. 오리를 잡겠다고 난리다. “이런 커플 브레이커 … 아니, 생태계 파괴자 녀석들, 걔들 멸종 보호종이다.”

 

 

 

  정릉천의 오리들이 물 속에 머리를 박고 멱을 감고 있다. 

 

 

 

 

  정릉천도 다른 산책길과 다름없이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다. 

 

꼬마 녀석들이 최통장의 감상을 깨버렸다. 다시 걷다 보니, 역시나 정릉천 산책길도 아주머니들이 많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남성보다 여성이 높다던데, 전국의 산과 산책로를 점령한 아주머니들의 건강은 이상 없어 보인다. 꼬마들과 아주머니, 혼자남 최통장의 눈은 그저 정릉천을 향해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저녁이 되면 종종 산책길을 운동하는 젊은 여성들도 발견할 수 있다. 정릉에 사는 미혼 남성들이여, 최통장이 정릉천을 추천하니, 한번 가보시라. 짝을 찾을지 누가 알랴? 그때, 최통장 옆을 오리가 아닌 사람 커플이 지나간다. 최통장은 아까 오리 커플을 괴롭혔던 꼬마 녀석들이 갑자기 이해가지만 무심하게 정릉천을 걷고자 다짐한다.

 

 

 

 

글, 사진 / 최통장 julyt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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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통장의 정릉라이프] 만두전 - 자취생 요리

왜 우리는 학식과 배달음식으로만 주린 배를 채우는가? 정릉골로 약간만 발을 옮겨보자. 맛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포털 검색창에 ‘정릉’을 치면, 왜 나오는 게 ‘건축학개론’ 뿐인가? 정릉골로 조금만 발품을 팔아보자. 사람 냄새나는 곳이 또 정릉이라. 자칭 타칭 정릉골 통장이라 불리는 자취 5년차 최통장이 <최통장의 정릉 라이프>라는 새로운 코너로 정릉에 숨어 있는 맛집부터 생활정보, 자취생활의 팁까지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최통장 백

 

 

  자취생 요리 < 만두전 >  

 

 

 

 

 

 

 

'귀차니즘'은 자취생활을 규정짓는 만고진리의 철학이다. 하지만 살기 위한 생존본능은 귀차니즘을 초월하여 방안의 냉장고를 열게 한다. 항상 그렇듯 텅텅 빈 냉장고, 설마하고 연 냉동실에 2kg짜리 김치만두 봉지가 보인다. 찐만두, 군만두, 만둣국, 만두라면 … 주구장창 먹을 줄 알고 야심차게 대용량을 사서 6개월째 방치 중이다.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게 용하다. 김치만두를 잘 보살펴 준 냉장고의 성능에도 감사하다. 선택의 여지없이 만두를 먹어야 할 판이다. 조리 기구를 꺼내기 위해 수납장을 여는 순간, 김치전을 해먹겠다고 사놓고 뜯지도 않은 부침가루 봉지가 눈에 들어온다. 부침가루와 김치만두의 조화, 왠지 김치전이 될 거 같은 예감이 최통장의 머릿속을 관통한다. 이미 두 손에는 부침가루 반죽과 김치만두가 섞이고 있다. 그렇게 만두전은 시작됐다.

 

 

 

 ▲ 오랜 유물마냥 냉동 보존처리 된 만두를 뜨거운 물에 녹인다 

 

 

 

재료라고 해봐야 부침가루와 만두다. 부침가루는 500g짜리를 1850원에 구매해서 몇 개월째 먹고 있고, 만두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글은 분명 요리를 소개하기 위해 써졌지만 ‘소금 몇 스푼, 물 몇 리터’ 따위의 디테일한 재료 분량 설명은 바라지마라. 최통장에게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먹는 음식일 뿐이다. 그냥 먹을 만큼 부침가루를 덜어내서 반죽하고, 만두도 반죽과 비슷한 양이면 된다. 약간의 친절함을 베푼다면, 대략 밥 한 공기 정도의 반죽에 만두 두 알이면 만두전 한 장이 나온다.

 

 

 

 부침가루와 물의 비율은 그냥 눈대중, 손대중이다

 

 

 

 

 반죽은 떠먹는 요거트 정도의 점성이면 된다

 

 

 

오랜 유물마냥 냉동 보존처리 돼있던 만두는 일단 삶아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다. 하지만 ‘귀차니즘’의 신봉자 최통장은 만두를 삶기보다는 무선주전자로 끓인 물로 녹인다. 어차피 나중에 식용유 두르고 부치면 다 익는다. 일반적으로 전을 부칠 때는 부침가루와 물의 비율을 1:1로 맞추면 된다고 하는데, 음식이 무슨 수학인가? 그냥 눈대중과 손대중이다. 대충 떠먹는 요거트 정도의 점성이면 된다.

 

 

 

  삶아졌는지, 녹았는지 알 수 없는 만두를 반죽에 넣는다

 

 

 

 

  만두를 가위로 잘게 자른다. 

 반죽과 섞을 때 가위를 그대로 사용하면 설거지 거리를 줄일 수 있다

 

 

 

반죽이 완성될 쯤이면 만두는 녹았을 것이다. 만두를 건져 반죽에 넣고, 만두를 가위로 잘게 자른다. 만두소보다는 만두피를 집중 공략해야 한다. 만두를 자르면서 동시에 가위로 반죽과 만두를 섞는 고급 스킬 시연에 최통장의 손이 아려온다. 하지만 아픔을 참아야 한다. 가위를 떼고 다른 주방도구를 쓰면 설거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 완성된 반죽의 모습은 흡사 김치전 같다

 

 

 

간은 필요 없다. 만두소의 MSG를 믿어보자. 이제 마지막 단계인 ‘부치기’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부어 얇게 펴면 된다. 그리고 계란 프라이하듯 부친다. 계란 프라이도 못한다면 애써 만두전에 도전하지 마시라. 참고로 반죽에 계란을 넣으면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지만 최통장에게 계란은 사치다. 맛은 몰라도 저렴한 가격과 간단한 조리법만큼은 ‘KBS 해피투게더-야간매점’에 등장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계란 프라이처럼 부치면 된다. 계란 프라이를 못한다면 그냥 포기하시라. 

 

 

 

완성된 비주얼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배고픔 때문인지 식감은 진짜 김치전 못지않다. 사치를 부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계란을 넣었다면 이런 바삭함과 쫄깃함을 느끼지 못할 테다. 맛은 그냥 김치만두다. 무얼 바라겠는가? 들어간 재료라고는 김치만두뿐인데. 하지만 만두 맛을 전의 식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하다. 변변치 못한 재료로 이 정도의 맛을 냈다는 사실에, 최통장은 인간의 생존본능의 위대함에 놀라움을 느끼며, 본능에 충실하게 뱃속을 채운다.

 

 

 

글, 사진 / 최통장 julyt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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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통장의 정릉라이프] 두부큐 - 손두부 전문점

왜 우리는 학식과 배달음식으로만 주린 배를 채우는가? 정릉골로 약간만 발을 옮겨보자. 맛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포털 검색창에 ‘정릉’을 치면, 왜 나오는 게 ‘건축학개론’ 뿐인가? 정릉골로 조금만 발품을 팔아보자. 사람 냄새나는 곳이 또 정릉이라. 자칭 타칭 정릉골 통장이라 불리는 자취 5년차 최통장이 <최통장의 정릉 라이프>라는 새로운 코너로 정릉에 숨어 있는 맛집부터 생활정보, 자취생활의 팁까지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최통장 백

 

 

   손두부 전문점 < 두부  >  

 

 

 

 

 

 

무엇을, 아니면 어디를 첫 번째 순서로 선택할지 최통장은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정릉골 3년차라는 자부심은 더욱 최통장의 선택을 고통스럽게 했다. 그래도 일단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 먹거리를 선택했지만 ‘그럼 어디?’라는 고민이 새로 찾아왔다. 며칠간의 고심에 최통장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렇게 하얘진 머릿속에, 하얀 두부가 가득 차올랐다. ‘그래!, 두부큐!

 

 

▲ 넓지 않은 공간에 10개 남짓의 식탁이 자리 잡고 있다

 

 

‘두부큐’로 가는 길은 학교 후문으로 나서야 순조롭다. 청덕초등학교 방향으로 굴다리(터널)를 지나, 정릉골에서 유명한 맛집인 빨간 간판의 중식당콰이러가 등장해도 잠시만 참길 바란다. 오늘은두부큐. ‘콰이러입구를 끼고 우회전해서 좁은 길을 1분만 내려가면, 평범한 가정집 입구에 나무 데크로 처리한두부큐라는 간판이 보인다. 전혀 식당 같지 않은 외관에 주춤대지 말고 아무렇지 않게 문을 지나 돌계단을 올라 집안에 들어가면 된다. 좌식 식당이기에 신발을 벗기 불편하거나 발 냄새로 고생 중이라면 참고해두자.

 

 

▲ 나무조각으로 만든 메뉴판에 눈길이 간다

 

 

가정집이라 그런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10개 남짓한 식탁이 자리 잡고 있다. 벽 한 켠에 걸린 나무 조각에 손 글씨로 써서 만든 메뉴판에 눈이 간다. 직접 만드는 손두부 전문점인 만큼 대표메뉴인 하얀순두부찌개를 우선 먹어보자. 혹시라도 시원한 맛을 찾는다면 메뉴판에는 없지만 김치순두부찌개도 있으니 그 쪽도 좋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정갈한 반찬이 식탁을 먼저 채운다. 때때로 반찬의 종류가 바뀌긴 하지만, 학교 주변에서 보기 드문 직접 담근 김치와 으깬 감자로 만든 샐러드가 별미다. 특히 감자샐러드는 주린 배로 가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깨끗하게 비우게 된다.

 

 

▲ 정갈한 반찬 중 으깬 감자 샐러드(가장 우측)는 별미다.

 

 

반찬으로 입맛이 돌 때쯤 뚝배기에 담긴 순두부찌개가 나온다. 흔히 생각하는 빨갛고 계란이 풀어진 얼큰한 순두부찌개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얀 국물에 몽글몽글한 순두부가 가득 차 있는두부큐의 순두부찌개는 촉촉한 계란찜을 떠오르게 한다. 흑미로 지어낸 밥의 검은 윤기 덕에 하얀 순두부찌개는 더 이색적이다.

 

 

▲ 흡사 계란찜을 닮은 하얀 순두부찌개가 이채롭다.

 

 

첫 수저에 편안함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순두부가 입안에 퍼지면, 삼삼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맛에 입안도 속도 편안해진다. 저렴한 가격에 추가로 주문한 꽁치구이 한 마리(1,000)는 식사에 간과 쫄깃함을 더해 식사의 식감을 더 다채롭게 한다. 흑미밥 한 공기와 뚝배기 한 그릇, 그리고 꽁치구이. 깨끗하게 비우면 뱃속에 기분 나쁘지 않은 든든함이 가득하다. 기름진 배달음식과 단조로운 학식에 지친 위에 휴식을 준 듯하다.

 

 

▲ 저렴한 가격의 꽁치구이는 부담없이 즐겨도 좋다.   

 

 

왜 학생들은 이런 집을 잘 모르고 있을까. 이경옥 사장님은이미 교수님이나 교직원 분들은 많이 찾아온다, ‘학생들도 찾기는 하지만, 손님이 너무 많이 오시면 바빠서 손님들 한 분 한 분께 신경을 못쓸까봐 저녁이면 간판에 불을 꺼놓기도 한다고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사장님은예약을 하면 편하실 거라고 귀띔을 주기도 했다.

 

나서는 길, 예전에 찾았을 때 정원에 있던 강아지 두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최통장의 뒤로 다가온 사장님은두 달 전에 하늘나라로 갔다, ‘14년을 키웠더니, 요즘 텅 빈 강아지 집을 보면 당분간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오래 두고 아끼던 곁을 계속 추억하는 정이 마치 순하고 진한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고향 같은 정릉골의 편안함도 닮아 보였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사장님은 문 앞까지 나와 최통장을 배웅하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 사진/최통장 julyt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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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 : 서울 성북구 정릉3716-111

▷ 전화 : 02-941-0158

▶ 영업시간 : 평일 11:00 ~ 21:00 (일요일 휴업)

▷ 주요메뉴 : 하얀순두부찌개(6,000), 만두(6,000),

두부전골(-20,000/ -25,000/ -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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