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月]학교의 성범죄 사건, 대처 과정을 짚어보다

국민저널 기사 2016.11.21 02:37

방학 중 몰래카메라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국민대학교 학생이며,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연행돼 범행을 자백했으며 추후 피해자는 국민대학교로 이 사건을 신고해 가해자의 징계를 요구했다. 학교 내 생활상담센터는 이 사건을 담당해 처리했으며 이후 징계위원회가 개최돼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결정됐다.

 

이 사건은 작년 초 국민대에서 시작된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논란과는 다르다. 당시 언어성폭력 사건에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주된 논란이었다면, 이번 사건은 학교 대응 과정이 타당하냐의 문제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생생활상담센터 소개 갈무리


상담실의 가해자와 피해자 간 중간 역할의 잘못

 

학생생활상담센터 내의 성평등 상담실(이하 상담실)은 사건 접수부터 사건 조사, 대책위원회 회의 개최 등 사건 처리의 전반을 다룬다. 상담실이 성폭력 신고를 받으면 피해자의 신원보장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이와 별개로 사건 조사도 실시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장소를 직접 조사했고 경찰과 정보 교류를 했다고 상담실장 문희경 대리는 밝혔다.

 

사건 조사가 끝나면 상담실은 성폭력 및 성희롱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 회의 개최를 요청한다. 대책위원회는 학내 구성원으로 이뤄지며 사건에 관련된 사안을 결정한다. 대책위원회 회의에선 가해자의 징계요구나 사건에 필요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과정 중 상담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중간에서 전달하는 역할을 해 조심성이 요구된다. 상담실은 피해자의 요구를 가해자에게 전달하며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의견을 상담실은 대신 전해준다. 그러다보니 상담실이 자칫 가해자의 의견을 강조해 피해자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상담실은 피해자에게 가해자는 아직 젊은데등의 사건과 무관한 발언을 한 사실이 있었다. 이에 피해자는 상담실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한편, 생활상담센터는 이 발언에 대해 관계자는 가해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발언을 이후로 상담실은 피해자와의 연락이 더 이상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담실은 사건 진행 현황이나 상담을 제공하며, 사건 종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관리해야하지만 앞서 한 발언으로 피해자의 불신을 초래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 따라서 이 발언은 역할에서 벗어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징계위원회 고민들

공유되지 않아 피해자에게 물음표

 

이후 이 사건은 징계위원회로 넘어왔다. 그러나 피해자는 징계위원회에서도 씁쓸함을 맛 봐야했다. 징계위 회의 개최도 한 번 연기되려 했다. 연기 사유로는 가해자의 휴학상태이기 때문에 징계의 의의가 적다는 것이었다. 이에 피해자는 휴학이 끝난 후로 징계가 결정된다면 현재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납득되지 않는다고 항의하였다. 결국 징계위는 개최됐으나 재판 이후로 징계를 미루는 것으로 결정났다.

 

당시 이 사건은 검찰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었으며, 재판 이후로 징계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초 회의 개최 여부에서도 현재 가해자는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기 때문임을 감안하면 개최 이유가 무색한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런 판단을 하기까지 위원회의 고민들이 피해자에게 충분히 공유가 돼야 하지만 결정만 공고됐을 뿐이다. 이에 학지팀 관계자는 회의록 등은 피해자가 요청하면 볼 수 있고 결과에 불복하면 재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징계에 관한 규정에서 회의록이나 불복절차 등은 규정에 없으며 학내 관계자의 관행적으로 이뤄진 탓에 피해자는 이 사실을 모를 수 밖에 없었다.

 

국민대학교 학칙 갈무리 - 징계에 관한 조항은 이것이 전부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징계

절차의 구체적인 규정화 필요해

 

학생 징계는 학칙 제44조에 규정돼있다. 징계 대상, 수준, 행하는 주체, 위원회 구성, 발의 조건, 교무위원회와의 관계와 가해자의 해명 기회 등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외의 절차라고 부를만한 규정은 없어 매우 부실한 상황이다. 회의록이나 징계 불복 절차 등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내 징계에 관해 불안 혹은 불신을 갖는 상황이 종종 나타난다. 올해 초, 대학 구조조정으로 비상대책위원회는 본부관 점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서 학교가 징계를 고려한다는 말이 돌았다. 학교 본부가 마음만 먹으면 징계를 한다는 불안이 있었다.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징계의 근거도 부실하게 규정돼 있다보니 어느 누구도 이런 불안을 떨치지 못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징계를 받아도 점거는 지속해야한다고 말하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현 징계 규정이 학생들의 점거나 시위 의지를 제약하기도 했다.

 

개정 의견에 관해 학지팀 관계자는 절차가 구체적으로 규정화 되는 것은 동감하고, 개정을 염두해 있다.“고 밝혔으며, ”다만, 징계 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면 오히려 징계 남발이 될 수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사회 내 논제로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해

 

학내에서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학생회는 사실상 제외되어 있다. 비록 대책위원회에 학생 위원 2명이 포함되어 있지만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총학생회 추천제로 임명되는 학생 위원이지만 어떠한 직책을 갖고 있지 않아 학생 사회에서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다보니 학생 사회 내부로 사건은 공유되지 않고 사건과 관련된 논의들은 무시된다.

 

결국 성폭력과 성희롱은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학생 사회는 자신들이 건드릴 수 없는 문제로 간주된다.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을 비롯해 신입생 교외OT에서도, 이번 성범죄 사건에서도 보듯이 성폭력, 성희롱은 학생 사회와 무관한 의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주호준 기자 joo4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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