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 5. 모두 변화를 말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국민저널 기사 2015.06.09 08:49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 5. 모두 변화를 말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 1.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언론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 2. "징계가 먼저 나오는 건 순서가 아주 잘못됐다는 뜻이죠."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 3. 문제 해결의 역사는 어떻게 쓰여야 할까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 4. 성폭력 사건을 마주하는 학생사회의 역할 <상>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 4. 성폭력 사건을 마주하는 학생사회의 역할 <하>


국민저널은 지난 3월 4차례에 걸친 기획기사로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이 비단 개인의 문제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 현상이다. 국민저널이 인터뷰했던 교외 여성주의 단체들은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 다른 학교에서도 비일비재하지만 단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며, 사건이 단순한 ‘처벌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의 언급이 무색하게 사건은 6명의 학생이 징계위원회에 소집됐고, 그 중 2명이 무기정학, 4명이 근신처분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하면 잘못은 반복된다.


이 기사는 왜 어떤 잘못은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보고서가 될 것이다.


‘프리라이더’ 총학생회, 대책위·개정위 카톡방 개설했지만
지난 4개월 간 단 한 건의 회의도 연 적 없어
복수의 중운위 관계자 “북발위서 성교육 교양 언급도 없었다”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3일 대책위원회 카톡방이 개설됐다. 총학생회·중앙운영위원회가 성폭력논란 성명서를 발표한지 보름 만이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다음을 명확히 했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학과 차원을 넘어서서 전 학생 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인원이 뜻을 같이 했습니다. (중략) 이번에 제대로 대처해야 사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며, 차후에 불행한 사건이 또 일어난다 할지라도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 다음의 자료는 6월 8일 현재 이행되고 있는지의 여부로 평가했다.

총학생회는 지난 4월 국민대학교 학보사 국민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의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결과로 드러난 바 없다.


그들은 대책의 일환으로 7가지 안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중앙운영위원회 산하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먼저였다. ‘대책위원회에선 피해자/가해자에 대한 사후 조치, 가해자들에게 대한 교육 등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입니다.’ 총학생회는 이번 사건이 학생 자치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책위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카톡방에는 총학생회장·총학생회 집행부·단과대·과 학생회 임원과 전 국사학과 비상대책위원장과 본지 기자가 소속돼있었다. 회의를 소집해달라는 몇 차례의 요구 끝에 김정재 총학생회장은 카톡방이 개설된 지 50일이 지나고서야 ‘일정상 목요일 저녁밖에 시간이 없다’고 통보했다. 또한 이는 3월 23일 3차 징계위원회를 통해 4명의 재학생이 최종적으로 근신 처분을 받은 지 한 달 뒤의 일이었다.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나 있었다.

 




대책위원들의 요구에도 회의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황의수 전 국사학과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카톡방에서 나간 상태이다. 그는 국민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동안 총학생회의 모습을 보면 그다지 놀라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 상황에서 총학이 어떤 행동을 취해도 시기상으로도 방법상으로도 이미 늦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책위에 소속된 사회학과 이동현 회장 역시 “대책위를 통해 학생들의 자주적 해결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참여했는데, 회의 소집 의지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라고 전했다.


열리지 않은 것은 대책위만이 아니었다. 본지 김혜미 편집국장은 몇 달 전 선거세칙개정위원회에 들어갔다. 김 편집국장은 선거의 초점이 선거세칙 해석에 관한 시비를 가리는 것에 맞춰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개정위에 참여했으나 이후 개정위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그는 “중운위 회의록에서 개정규정위원회를 열겠다고 본 게 몇 달 전이다. 모집한지 거의 한 학기가 지나가는 상황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중앙운영위원회가 내놓았던 7가지 안의 많은 부분은 대책위원회와 선거세칙개정위원회를 거쳐 논의할 수 있게 돼있었다. 사실상 대책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총학생회는 지난 4월 13일 국민대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틀 뒤 열리는 북악발전위원회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교양과목으로 설정하는 안을 북발위에 올릴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 공약으로 내세웠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4월 15일에 열렸던 북악발전위원회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교양과목으로 설정해달라는 말조차 꺼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발위 속기록이 만들어진 적도 없고 녹음은 중간에 하다가 껐다.”라고 털어놓았다. 역대 총학생회는 그간 북악발전위원회를 진행한 뒤 회의록을 만들어 이를 공개적인 장소에 게시했다. 지난 4월 북악발전위원회 회의록은 현재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여성교류국의 성폭력 예방 캠페인 ‘라면 먹고 갈래?=그린라이트?’
참신했으나 일회성에 불과, 강제성도 없다는 지적
모두가 동의하는 ‘인식 개선’은 지속성에 달려 있어


그렇다면 총학생회는 사건이 발생하고 어떤 역할을 했을까. 대표적으로 올해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참석한 학생대표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교육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이마저도 피상적으로 진행돼 대학교 실정에 맞는 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당시 전학대회에 참석한 사회학과 이 회장은 “‘성폭력의 개념’과 같은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다. 학생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차별이나 폭력 사례, 학생들의 대응 방안까지 제시해주지 못했다.”며 강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식 개선은 성교육을 한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처음 시도된 만큼 학생 대표자의 의견을 취합해 실질적인 사례 중심의 여러 번에 걸친 성교육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총학생회 여성교류국이 서울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와 연계한 성폭력 예방 캠페인도 눈에 띈다. 성폭력 예방 캠페인 ‘라면 먹고 갈래?=그린라이트?’는 축제 기간 동안 민주광장 앞에 부스를 설치해 진행됐다. 부스는 콘돔 사용법과 같은 실질적인 성지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있었다.


행사에 참여한 식품영양학과 학생 A씨는 “콘돔 끼우는 방법 등을 체험하는데 구경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꼭 필요한 건데 이런 체험마저 터부시하는 것 같았다. 모르면 실전에서 큰일 나지 않나.”라며 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는 선택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만 하는 건데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제성이 없는 프로그램에 아쉬워했다.


인식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아
반 년 전과 비교해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오랜 기간에 거쳐 생기는 인식은 단숨에 바꿀 수 없다. 총학생회 역시 인식의 중요성에는 동의했지만 공약했던 대책들은 지켜지지 않았고 성폭력 문제를 일회성에 걸친 행사로 대응하는 모습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쏟아지는 문제에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시간은 분명 존재했지만, 이미 많이 지나고 말았다. 앞으로의 진행 과정을 묻기 위해 총학생회에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그것 또한 닿지 않았다.


이는 결국 실패의 기록이 됐다. 결국 다수의 성폭력 사건들이 그랬듯이 이번 사건 또한 가해자들만의 일탈로 귀결될 모양새다. 성폭력 부스에 참여했던 많은 학생들이 ‘내가 대학 내 교수, 선배, 동기 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을 때, 학교가 나를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부정적인 답을 보냈다. 학교 본부는 지난 4월 국민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월 중으로 성인지 관련 온라인 인식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이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그저 원점으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당시 카톡방에서 여학생을 성적대상화하던 카톡을 주고받던 2명의 학생이 무기정학 처리를 받았고 4명이 근신처분을 받았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변화라 할 수 있을까.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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