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月] 2.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선택할 권리' 그리고 '엄친아'

국민저널 기사 2015.05.27 08:35

[5月] 2.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선택할 권리' 그리고 '엄친아'

 

최종수정 : 15.05.27 오전 11시 30분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왜 필수 수업이죠?” 


컴퓨터 프로그래밍(이하 컴프) 수업은 1학기 때 학생들은 엑셀과 간단한 플래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스크래치에 대해 배우고, 2학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에 대해 배운다. 이민석 교수는 수업의 목적을 “1학기 때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2학기 때 오로지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진 컴퓨터 프로그래밍인 파이썬을 배우면서 학생들이 소프트웨어적 고민을 하도록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왜 ‘컴프’ 수업을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F(예대 15)학생은 “수업에 선택의 폭이 있었으면 한다. 내가 가질 가능성이 있는 직업 중 엑셀을 평생 쓸 일이 없을지도 모르는 직업이 대부분인데, 차라리 파워포인트를 알려줬다면 쓸 일이 있었을 것 같다. 프로그램 두 세 개 중 선택할 수 있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는 의견을 밝혔다. G(조형대 15)학생은 “조형대생이면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인데 왜 엑셀을 필수교양으로 들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배워두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필수로까지 들어야할 필요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 과에서 취업을 한다 해도 디자인 쪽으로 하게 될 텐데 디자이너가 엑셀을 쓸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학교 “논리적, 절차적 사고가

전공에 도움 된다”
학생 “글쎄…”


학교가 ‘컴프’를 가르치는 의도를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것에도 간극이 존재한다.


이민석 교수는 수업 의도에 대해 “이 수업을 통해 굳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게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소프트웨어를 배우면서 논리적, 절차적 사고를 하게 된다. 사실 컴퓨터를 잘하기 위해서는 논리와 수학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컴퓨터 언어를 배움으로써 이러한 사고는 늘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비이공계 학생이 전공에서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을 실제로 받고 있는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의도는 달랐다. G학생(조형대 15)은 “소프트웨어적 사고를 결합해서 전공을 심화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된다. 취업률 때문에 실시했으면서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포장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C 학생(정외 15)은 “학교 측의 이러한 사업 추진은 취업률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B학생(국문 15)은 “학교의 취지는 알겠지만 와 닿지는 않는다.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하니까. 그게 다 맞는 말이긴 한데, 머리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또 교수님의 취지대로 수업이 흘러가는 것 같지는 않다.” 는 반응을 보였다.


특성화 없는 주입식 교육
교육의 한계인가, 교육 방식의 한계인가


이민석 교수는 “수업 첫 시간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과 소프트웨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또 과목에 대한 설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전공이 다른 학생들이 소프트웨어를 배워야 하는 필요성을 역설하기 보다는 소프트웨어 그 자체의 중요성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는 거다.


D(국문15)학생은 이 상황에서 오는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강의내용 자체가 주입식이다. 각 과마다 학생들이 가진 특성과 성향이 다른데 접근법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똑같은 온라인 강의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과제를 해결하고 있는 수업을 각 과의 특성에 맞는 수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소통과 수업을 선택할 권리


학교는 학생에게 컴프 수업을 시간표에 배정했다. 강의를 만드는 것에 대해 신입생 혹은 기존의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거나 학생 스스로가 선택한 수업이 아니기에 학교가 내린 결정에 대해 불만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민석 교수는 <국민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역할과 위치가 변해가는 사회 흐름 속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는 컴프 수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수업의 대상자는 학생이기에 이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했다. <국민저널>이 만나본 학생들은 수업의 목적과 의도에 대해 학교의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었다.


‘엄친아’를 원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


ⓒ중앙일보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과 기업은 모든 것에 다재다능한 인재를 찾고 있다. 대학이 사회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면 코딩 교육을 실시 중인 국민대의 과감한 도전은 주목받을 만하다. 그러나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대학이 반드시 동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딴 일을 하는 건 시간낭비 같다”고 말한 D(국문15)학생의 말처럼 기계가 아닌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탁월하게 잘 할 수도 없다.


사회는 엄친아를 부러워하게 만들고 우상화한다. 그 비용을 대학과 개인에게 슬며시 떠넘긴다. 엄친아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그 비용과 능력을 감당하지 못해 ‘보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엄친아가 되지 못한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대학생인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엄친아를 바라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그 시발점이다.

 

취재, 글 | 이수빈 기자 xhqqkq1233@gmail.com
편집 l 김혜미 기자hyeme19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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