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대 총학생회선거] 서류 미비부터 세칙 해석까지. ‘재량’이 넘치는 선거

국민저널 기사 2013.11.08 13:12

[제46대 총학생회선거] 서류 미비부터 세칙 해석까지. ‘재량’이 넘치는 선거


공고대로라면 이번 주 월요일(4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기로 예정되어 있던 제46대 총학생회 선거 유세가, 국민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다음 주 월요일(11일)부터 시작하기로 결정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초 선거일정을 알리면서, 유세 일정을 4일부터라고 공고했다. 이는 선거세칙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한편, 7일 오후까지 선거 공고문에 나온 유세 일정은 수정하지 않은 채로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 2012학년도 하반기 전학대회에서 개정된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17조 (선거기간) 3항은 ‘선거운동은 입후보자 최종등록을 마친 후 최소 일주일이 경과한 후에 시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세 시작 전 각 선본들 간에 룰을 합의하고 선본 상징 색이나 슬로건을 겹치지 않게 정하는 등 분쟁의 소지를 줄이고 사전 준비에 임할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신설된 세칙이다. 이에 따르면 후보자 마감이 지난 1일 금요일에 끝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선거 유세는 11일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4일부터 유세를 예정해 두었다는 것은 중선관위가 처음 선거 공고를 하는 과정에서 관련 선거세칙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칙에 명문화된 일정 확인 안해

선거 유세 기간은 2주일에서 1주일로 줄어들어


다행히 선거시행세칙에 따라 선거 유세 일정이 일주일 늦춰졌지만, 투표는 그대로 19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16조 (선거기간) 1항 ‘학생자치기구 선거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 학년도 11월 중에 실시함을 원칙으로 한다’에 미뤄보더라도, 5주까지 있는 11월 일정상 유권자들의 공약 검증을 위해 한 주 미루는 것도 무방하지만, 중선관위는 투표 일정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선거 일정은 훨씬 촉박해지게 됐다. 통상적으로 총학생회 선거 유세는 중선관위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2주 동안 진행되어 온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번 제46대 총학생회 선거 유세는 1주일 밖에 주어지지 않아, 학생들이 공약 검증이나 후보를 확인하고 고민할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버린 셈이다.


한편, 선거 일정뿐만 아니라 모든 세칙 해석이 지나치게 중선관위의 재량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세칙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중선관위

명문화된 세칙을 투표로 결정할 수 있나


제46대 총학생회 후보심사에 들어갔던 복수의 선관위 관계자에게서 확인한 결과, 본지가 보도한 ‘리필’ 선본의 단과대 학생회장 사퇴시기와 선거시행세칙 7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 ‘중앙선거관리위원 사퇴는 선거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한다’는 보도에 관련해, 중선관위는 ‘학우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한다’는 이유를 들어 최종 후보 등록을 통과시켰다.


후보심사 당시 ‘무한도전’ 선본 김제인 정후보가 “선거시행세칙 7조에 의거해, 상대편 선본 입후보 자격이 되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하자, 최경묵 중선관위원장은 이에 중선관위를 소집했다며 그 회의 결과를 알려주었다고 전해진다.


중선관위원이 모두 소집된 이날, 선거 후보심사 회의에서는 “선거시행세칙 7조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석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지만 “중선관위 위원들이 ‘리필’ 선본을 사퇴시키느냐 마느냐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회의를 했을 때, 재적한 중선관위 위원 전원이 ‘리필’ 선본 출마를 막는 건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했고 사퇴 없이 진행시키기로 결정했다.”고 결정된 사항을 알렸다.


즉, 선거시행세칙에 따른 명문화된 규정을 두고도, 중선관위 회의를 열어 자의적으로 해당 선본의 출마를 결정한 것이다. 7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 항목을 두고도 중선관위 투표로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건 법리적으로도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독자적 선거시행세칙을 가지고도

중선관위에 세칙 해석 도움 청하는 단과대 선관위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 선거에서도 잇단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대 선거 관계자 A학생에 따르면, 많은 후보들이 구비서류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경영대 선관위의 재량에 따라 이들을 모두 통과시켜줬다고 한다. A학생은 “경영대 선관위는 최근 개정된 선거 세칙 말고 이전 선거 세칙으로 후보들에게 공지를 해줬다. 선거세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린 한 후보를 제외하고, 경영대학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뿐만이 아니라 경영대에 속해있는 모든 학부선거 후보들까지 구비 서류를 착각했다”고 말했다.


경영대 선관위가 잘못된 선거세칙을 건네줬다는 것을 서류제출 마감일 이전에 이를 알아차렸음에도, 후보들에게 공지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A학생의 주장이다. 또한 경영대 선거 공고마저도 이전 선거세칙을 참고해, 후보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구비 서류가 잘못된 지 깨닫지 못했다. 이에 경영대 선관위는 <국민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경영대 게시판에 사과문을 부착했고 48시간이 지나 떼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A씨는 경영대 선관위가 각 학부․대학 선본들 자격 심사를 통과시키면서 “중선관위도 후보 심사에 다 통과시켜줬다더라, 우리도 그냥 통과시키자”고 말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경영대 선관위 후보 심사가 중선관위 후보 심사가 끝나고 난 직후였다는 게 A씨 발언의 요지다. 


경영대 선관위는 이에 대해 “세칙과 공고에 차이가 있어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건데, 경영대 선관위 안에서 회의를 통해 중선관위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정했다”고 해명했다. 경영대 선관위의 SOS를 받은 중선관위는 이에 “경영대 선관위원장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다. 하지만 경영대 선거시행세칙과 중선관위 선거시행세칙은 엄연히 다른 규정으로 이는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3조 (적용범위) 2항으로 명문화돼있다. 


각 단과대는 단과대 선거시 발생하는 사안에 따라 기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거시행세칙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단과대가 선거시행세칙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에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나온 세칙을 참고할 수 있으며 경영대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경영대 선거시행세칙과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이 엄연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관리 대상자가 아닌 중선관위에 도움을 요청할 근거는 어떤 규정에도 나와 있지 않다. 


공과대학 선거 역시 일정이 늦어지게 됐다. 공대 선거관리위원회는 1일 입후보 등록을 마감했지만, 선거시행세칙이 충족되지 않은 탓에 후보자 등록을 12일까지로 늦추었다. 원래 후보자 등록일에서 11일이나 늦춘 것이다. 이에 따라 선거 투․개표 기간 역시 25일(월)부터 26일(화)까지로 늦춰지게 됐다. 공과대학 선거관리위원장 최혜랑 씨는 “공고에 나와 있는 정보 이외에는 더 알려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모든 해명을 일축했다. 




▲공과대학 선거는 25일부터 26일까지로 미뤄지게 됐다.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학생회칙 83조에 의거했다지만

학생회칙 83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 


지난 2012년 하반기 전학대회에서 개정된 세칙 자체가 빈틈투성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빈틈은 선거시행세칙의 근거를 규정한 2조 (선거시행세칙의 목적)에 있다. 2조는 “본 선거시행세칙은 국민대학교 학생회칙 16장 선거 83조 선거세칙을 근거로 하여 모든 선거를 민주적이고 공정한 것으로 하기 위하여 선거에 관한 제반 사항에 대한 규정을 목적으로 한다.”고 스스로를 규정하지만, 실제 학생회칙 83조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회칙 중에서 선거시행세칙을 명문화하고 있는 조항은 11장 69조다. 다시 말해 선거시행세칙이 근거로 둔 학생회칙 조항 자체가 부재해 선거세칙의 근거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다.


중운위 → 중선관위로 이어지는 촉박한 일정

부실한 선거 세칙 재고에 대한 목소리도

“자치에서조차 잡음이 심한 학생사회라면

그 누가 동등한 대화의 파트너로 보겠는가"


한편, <국민저널>은 후보 심사 당시 중선관위원들의 결정 사항 공유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알권리를 받들고자, 중선관위에 심사 비디오테이프를 요구했다. 그러나 후보심사 당시 요구하는 일반 학생들 모두에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던 중선관위는 비디오테이프 참관 요청을 거절하며 “<국민대신문>과 협의해서 학교 홈페이지에 후보심사 비디오테이프를 올리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다시 “공식 학교 언론이든 일반 학생이든 관계없다. 후보심사 비디오테이프가 필요한 사람은 그 목적이나 필요한 이유를 서면으로 작성해 제출해서, 중선관위 회의를 통해 이를 심사해서 보여 주겠다”고 말을 번복했다.


처음엔 국민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요구할 시엔 모두에게 열어 두겠다고 했던 심사 과정 공개가, 몇 차례의 번복 끝에 중선관위 회의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이 된 것이다. 명문화된 세칙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것은 물론, 아예 명문화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이전 발언을 뒤집고 새로운 발언을 추가하는 식의 임의대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일부에서는 중앙운영위원회가 고스란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전환되는 체제에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달 30일 국민대 축제 ‘K-amily’가 성황리에 끝났다. 화려한 가수 라인업부터 대학 축제 최초로 도입된 ‘미디어 파사드’까지, 가을 축제를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 총학생회 관계자들은 밤낮 없이 뛰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거의 축제 일정과 동시에 중선관위 일정 또한 진행됐다. 경영대학과 공과대학 학생회장이 빠진 현재 중선관위는 총원 14명으로 구성돼있다. 여기에 추석 등이 겹치면서 중간고사 기간이 예년과 비교했을 때 길어진 것을 더하면, 올해 2학기 총학생회 관계자들이 소화해야 했던 일정의 빠듯함은 가히 살인적이다. 학과 공부를 소화하면서 이 정도의 인원만으로 중선관위 일정과 축제 일정을 동시에 진행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선거세칙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선거 국면에 들어가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선거세칙 자체의 부실함을 이참에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거를 관리하는 주체가 누가 되든지 간에, 세칙 자체의 부실함을 그대로 둔다면 결국엔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한 잡음이나 그 근거에 대한 논란 등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다.


학생사회는 오랜 시간 동안 학생을 대등한 대화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 학교나 사회의 선입견에 맞서 충분한 자치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역설해 왔다. 그러나 학생자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민주선거의 기본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조차 문제점을 계속 드러낸다면, 이는 결국 누가 당선이 되느냐와 무관하게 학생사회 전체의 역량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사회 차원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취재/ 김혜미 조해성 기자 indong9311@naver.com

글/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편집/ 국민저널 편집국 kmujour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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