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통장의 정릉라이프] 만두전 - 자취생 요리

왜 우리는 학식과 배달음식으로만 주린 배를 채우는가? 정릉골로 약간만 발을 옮겨보자. 맛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포털 검색창에 ‘정릉’을 치면, 왜 나오는 게 ‘건축학개론’ 뿐인가? 정릉골로 조금만 발품을 팔아보자. 사람 냄새나는 곳이 또 정릉이라. 자칭 타칭 정릉골 통장이라 불리는 자취 5년차 최통장이 <최통장의 정릉 라이프>라는 새로운 코너로 정릉에 숨어 있는 맛집부터 생활정보, 자취생활의 팁까지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최통장 백

 

 

  자취생 요리 < 만두전 >  

 

 

 

 

 

 

 

'귀차니즘'은 자취생활을 규정짓는 만고진리의 철학이다. 하지만 살기 위한 생존본능은 귀차니즘을 초월하여 방안의 냉장고를 열게 한다. 항상 그렇듯 텅텅 빈 냉장고, 설마하고 연 냉동실에 2kg짜리 김치만두 봉지가 보인다. 찐만두, 군만두, 만둣국, 만두라면 … 주구장창 먹을 줄 알고 야심차게 대용량을 사서 6개월째 방치 중이다.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게 용하다. 김치만두를 잘 보살펴 준 냉장고의 성능에도 감사하다. 선택의 여지없이 만두를 먹어야 할 판이다. 조리 기구를 꺼내기 위해 수납장을 여는 순간, 김치전을 해먹겠다고 사놓고 뜯지도 않은 부침가루 봉지가 눈에 들어온다. 부침가루와 김치만두의 조화, 왠지 김치전이 될 거 같은 예감이 최통장의 머릿속을 관통한다. 이미 두 손에는 부침가루 반죽과 김치만두가 섞이고 있다. 그렇게 만두전은 시작됐다.

 

 

 

 ▲ 오랜 유물마냥 냉동 보존처리 된 만두를 뜨거운 물에 녹인다 

 

 

 

재료라고 해봐야 부침가루와 만두다. 부침가루는 500g짜리를 1850원에 구매해서 몇 개월째 먹고 있고, 만두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글은 분명 요리를 소개하기 위해 써졌지만 ‘소금 몇 스푼, 물 몇 리터’ 따위의 디테일한 재료 분량 설명은 바라지마라. 최통장에게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먹는 음식일 뿐이다. 그냥 먹을 만큼 부침가루를 덜어내서 반죽하고, 만두도 반죽과 비슷한 양이면 된다. 약간의 친절함을 베푼다면, 대략 밥 한 공기 정도의 반죽에 만두 두 알이면 만두전 한 장이 나온다.

 

 

 

 부침가루와 물의 비율은 그냥 눈대중, 손대중이다

 

 

 

 

 반죽은 떠먹는 요거트 정도의 점성이면 된다

 

 

 

오랜 유물마냥 냉동 보존처리 돼있던 만두는 일단 삶아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다. 하지만 ‘귀차니즘’의 신봉자 최통장은 만두를 삶기보다는 무선주전자로 끓인 물로 녹인다. 어차피 나중에 식용유 두르고 부치면 다 익는다. 일반적으로 전을 부칠 때는 부침가루와 물의 비율을 1:1로 맞추면 된다고 하는데, 음식이 무슨 수학인가? 그냥 눈대중과 손대중이다. 대충 떠먹는 요거트 정도의 점성이면 된다.

 

 

 

  삶아졌는지, 녹았는지 알 수 없는 만두를 반죽에 넣는다

 

 

 

 

  만두를 가위로 잘게 자른다. 

 반죽과 섞을 때 가위를 그대로 사용하면 설거지 거리를 줄일 수 있다

 

 

 

반죽이 완성될 쯤이면 만두는 녹았을 것이다. 만두를 건져 반죽에 넣고, 만두를 가위로 잘게 자른다. 만두소보다는 만두피를 집중 공략해야 한다. 만두를 자르면서 동시에 가위로 반죽과 만두를 섞는 고급 스킬 시연에 최통장의 손이 아려온다. 하지만 아픔을 참아야 한다. 가위를 떼고 다른 주방도구를 쓰면 설거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 완성된 반죽의 모습은 흡사 김치전 같다

 

 

 

간은 필요 없다. 만두소의 MSG를 믿어보자. 이제 마지막 단계인 ‘부치기’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부어 얇게 펴면 된다. 그리고 계란 프라이하듯 부친다. 계란 프라이도 못한다면 애써 만두전에 도전하지 마시라. 참고로 반죽에 계란을 넣으면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지만 최통장에게 계란은 사치다. 맛은 몰라도 저렴한 가격과 간단한 조리법만큼은 ‘KBS 해피투게더-야간매점’에 등장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계란 프라이처럼 부치면 된다. 계란 프라이를 못한다면 그냥 포기하시라. 

 

 

 

완성된 비주얼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배고픔 때문인지 식감은 진짜 김치전 못지않다. 사치를 부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계란을 넣었다면 이런 바삭함과 쫄깃함을 느끼지 못할 테다. 맛은 그냥 김치만두다. 무얼 바라겠는가? 들어간 재료라고는 김치만두뿐인데. 하지만 만두 맛을 전의 식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하다. 변변치 못한 재료로 이 정도의 맛을 냈다는 사실에, 최통장은 인간의 생존본능의 위대함에 놀라움을 느끼며, 본능에 충실하게 뱃속을 채운다.

 

 

 

글, 사진 / 최통장 julyten@daum.net

<저작권자(C)국민저널.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