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月]“지도교수가 보증인으로 전락하다니…” 탄식하는 교수들

국민저널 기사/FOCUS 2013.07.02 07:00

[7月]“지도교수가 보증인으로 전락하다니…” 탄식하는 교수들

<연속 기획-위기의 학생 자치, 길을 묻다>

Ⅱ. 동아리 지도교수제, 언제까지 ‘통제’할래?

 

교수들도 “사제지간 정을 회복해야” 입을 모으지만

강의․연구․학과지도까지…‘삼중고’에 시달려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동아리 지도교수 위촉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과연 어떨까. IT 관련 동아리 회장 A씨는 이에 동의한다. “교수와 지속적인 친교가 유지되면 좋겠지만, 교수 역시 동아리에 신경 쓰기 어렵고 본업인 수업 준비와 연구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A씨는 말한다. 억지로 교수와 동아리를 붙여놓아도 서로 눈치를 보며 더욱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만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동아리 회장 B씨 또한 “학교가 우리를 못 믿는다는 이야기 아니냐. 학생을 믿어주는 정책을 입안하라”며 비판했다.

 

현행 동아리 지도교수제에 많은 학생이 반발하는 이유는 학교 당국의 관점이 단순히 ‘행정적 차원’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동아리 지도교수가 단순히 학생들이 공간을 빌리거나 게시물을 붙일 때 허가서에 서명하는 ‘보증인’의 역할로밖에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종교분과 동아리 ‘CCC’의 김철성(나노물리)지도교수는 “행정적으로 학생을 대면하면 서로 거리감이 생긴다. 동아리와 교수 간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많은 교수들이 지도교수제가 사제지간의 우애를 더하는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선뜻 지도교수직에 나서기 쉽지 않은 어려움에도 공감한다. 과거 군사 정권 시절에는 행여나 ‘운동권’ 동아리들이 자신에게 화를 입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면 요즘은 강의 준비, 연구, 전공 수강생 지도 등으로 시달리는 판국에 동아리 학생들까지 돌볼 여유가 없다는 게다.

 

이러한 여건 때문에라도 학교 본부 차원에서 지도교수직을 맡은 이들을 위해 재정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른다. 교양봉사분과 동아리의 C지도교수는 “지도교수 의무제가 시행되면 지도교수의 책임도 따르고 그에 따른 시간상 제약이나 금전적 문제가 예상된다. 현재 대다수 교수들이 봉사 차원에서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데 학생들의 동아리 행사에 원활히 참여하도록 교수들에게 소정의 금전적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종교분과 동아리 ‘CAM’의 한동국(수학)지도교수는 동아리 지도교수의 권한을 늘려야 한다는 견해다. 한동국 지도교수는 “동아리 지도교수가 가진 권한이 너무 미미하다. 하다못해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이라도 추천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히 공간을 내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운영이 잘되는 동아리에 대해서는 학교가 인정하고 지원해주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 입교 이래 33년째 CCC를 책임지는 김철성 지도교수는 지도교수를 여럿 둬 학생들의 멘토로 삼자고 주장한다. 동아리 학생과 지도교수 간에 유대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CCC만 하더라도 이혜경(연극영화)교수와 이의용(교양)교수를 초빙해 소속 학생들과 정을 나누고 있다. 김 교수는 “학교에서는 ‘공간 대여나 게시물 부착을 알고 있느냐. 이를 책임져 달라’는 의미로 교수 서명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한 분만 지도교수로 맡을 필요가 없다”며 현행 지도교수제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는 한편 동아리 지도교수가 전공 교수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까지 채워줄 수 있다고 말한다. “전공 지도교수를 대면하면 성적 등 이해관계 때문에 속내를 감출 수 있다. 학생이 정말로 힘들 때 동아리 지도교수가 이를 극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동아리 지도교수는 그 존재만으로 사제지간의 정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하지만 동아리 지도교수제가 나아갈 길은 멀다. 가뜩이나 최근 바뀐 제도는 이를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린다. 무턱대고 ‘강제’하니 교수와 학생 사이의 사무적 관계만 깊어지는 꼴이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했던가. 그런데 이 평범한 진리를 무릅쓰고 사람 위에 제도가 군림한다. 이거 정말 사람을 위한 제도 맞나?

 

 

▲홍보물 게시 승인 신청서에 동아리 지도교수 서명란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다. 동아리에서 강의실 등 교내 공간을 빌리거나, 대자보 혹은 포스터를 붙이려면 지도교수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서울=국민저널/박동우 기자)

 

글․취재/ 박동우 기자 pdwpdh@naver.com

정리/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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