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月](수정)동아리 지도교수제, 그 안에 교수는 없었다

국민저널 기사/FOCUS 2013.07.02 07:00

※최종 수정 : 13. 7. 2 16:25:54
[7月](수정)동아리 지도교수제, 그 안에 교수는 없었다

<연속 기획-위기의 학생 자치, 길을 묻다>

Ⅱ. 동아리 지도교수제, 언제까지 ‘통제’할래?

 

 

지난 5월 21일 열린 2차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전동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요구가 나왔다. 이날 대학생사람연대 동아리 회장이자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학술분과장으로 있는 최희윤(경영08)씨가 연단에 섰다. 그는 “학생 자치는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고 활동’한다는 뜻”이라며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의지로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학술분과에 소속된 12개 동아리 회장 전원이 뜻을 같이했다.

 

이날 전동대회 참석자들은 학술분과 동아리 회장들의 의견에 동조해 ▲지도교수를 배정받지 못한 동아리들이 활동에 제약받는 것을 반대하고 ▲게시물 관리 규정 및 공연장, 연습실, 강의실 대관에 대한 태도 전향(신고제 전환)과 ▲학생자치기구 관련 규정 열람 허용 및 제도 제‧개정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것 등을 학교 당국에 요구했다.

 

지도교수는 그간 동아리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1964년 제정된 학생준칙 시행요강에서는 학내 단체를 설립할 때 단체지도교수 취임승낙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동아리 지도교수 의무제를 명시한 셈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지도교수의 책임 범위는 제로(0)에 가까웠다. 강의실을 빌리거나 포스터를 붙일 때, 지도교수 서명란에 친분이 있는 다른 교수의 서명을 받아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올 들어 교내 공간을 대여하거나 대자보와 같은 게시물 부착이 지도교수의 서명 없이는 불가능하게 됐다. 친분 있는 다른 교수의 서명을 받아도 무방했던 예년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빡빡해진 셈이다.

 

그 배경을 놓고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동아리 사고에 대한 책임자를 지정해서 후속 조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장 일반적이다. 동연회장 박세진(발효융합․11)씨는 “학교에서 열리는 공식 체육 대회를 하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가 된다. 그런데 동아리 내부 행사에서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를 해줄 사람이 없으니 이들을 책임지는 지도교수를 둬서 보험 처리를 돕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처, 올 초 동아리들에 지도교수 알선해줘

지도교수 의무제 강화의 징조?

 

올해 초 동아리 재등록 기간에 학생처 학생지원팀은 몇몇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아리의) 지도교수를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문의 전화였다. 학생지원팀은 지도교수가 없던 공연예술분과 동아리 ‘바다(B.A.D.A)’와 ‘아우성’을 대상으로 지도교수를 알선해줬다. 이는 KCC 동아리방 화재 사건을 겪은 직후로, 학교 당국이 동아리 지도교수 의무제를 규정에 맞춰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아리는 수년 전에 직접 지도교수를 위촉했다. 몇몇 지도교수들은 “7~10년 전 동아리 학생들로부터 직접 요청받았다”고 말했다.

 

1968년에 결성돼 현존 동아리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청문회’는 지난 5월 남윤삼(사법)교수가 15년째 맡던 지도교수직을 양현승(국문)교수에게 물려줬다. 전‧현직 지도교수가 모교 동문이자 청문회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회장 임수민(자동차․09)씨는 “새 지도교수가 평소 청문회를 맡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다”며 “교수가 옛날 동아리 활동 당시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고 토론식 강의도 하면서 교류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사진동아리 A지도교수는 “약 10년 전 학생들이 찾아와서 동아리 지도교수를 맡아 달라 요청해서 이를 수락했다. 내가 학생 시절 사진반에서 활동했던 사실을 전해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종교 동아리는 교수선교회에 몸담은 교수를 선임하기도 했다.

 

대체로 일부 종교, 예‧체능 분야 동아리와 연을 맺은 교수들이 학생들과 교류가 활발했다. 종교분과 동아리 ‘CCC’의 김철성(나노물리)지도교수는 한 학기에 2~3회 정도 동아리 정기 모임에 참석해 특강을 하고, 하계수련회도 따라간다. 구기레저분과 동아리의 B지도교수는 평소 야구를 즐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매주 정기 훈련 시간에 만나 함께 운동”하면서 동아리 학생들과 유대감을 쌓고 있다. A교수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참석하는 동아리 연례 정기총회에 매번 참석하고, 학기마다 개최하는 정기전과 신인전에 들러 학생들을 격려한다”면서 “때때로 동아리방에 들러 다과를 나누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교수가 안식년이면 동아리는 속수무책

무작정 지도교수 위촉 강요까지

 

지도교수가 단지 사제지간의 유대관계를 쌓는 데서 그칠까? 그렇지 않다. 지도교수 의무제가 오히려 동아리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지도교수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출장을 가 있거나, 안식년으로 교내 출근을 하지 않을 때 해당 동아리 학생들은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다.

 

학술분과 동아리들도 5월 성명에서 “특히 방학 중에 활발히 활동하는 동아리들이 많으나, 방학 기간에는 교수들이 학교에 없는 경우가 많아 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지난겨울 몇몇 중앙동아리가 지도교수의 부재 탓에 공연장과 연습실 대관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교내 주요 보직에 임명된 교수의 동아리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일정으로 학생들의 서명 요청까지 제때 응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공연예술분과 동아리는 ‘허가한다’는 요지의 교수 이메일을 학생지원팀에 제출함으로써 서명을 대체했다. 회장 C씨는 “학생지원팀에서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 지도교수의 의지만 보여주면 괜찮다’ 며 추천해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애초 ‘규정대로 하자’고 외쳤던 학생처가 아랫돌 빼어 윗돌 괴는 운영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동아리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과 교학팀 사무실 도장으로 교수 서명을 대신하도록 편의를 봐주고 있다. 사전에 약속 시간을 잡고 지도교수를 만날 수도 있지만 만날 수 있는 때가 적고 미리 세워둔 연간 계획에 맞춰 활동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불평이 따른다.

 

학생처에서 상세한 제도 설명 없이 지도교수 선임을 강제하면서 동아리들도 혼란에 빠졌다. 올해 재등록 기간 당시 서류에 지도교수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난 동아리만 세 곳으로 확인됐다. 교양봉사분과 동아리 ‘여행향기’는 회장 본인의 전공 교수를 기재했다. 구기레저분과 ‘와썹’의 김상섭(자동차)지도교수와 체육무도분과 ‘조의선인’의 한창희(사법)지도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무관하다”며 동아리 지도교수 위촉을 부인했다.

 

“지도교수가 과연 서명해줄까” 이중 통제 시각도

동연-학생처, 지도교수제 개선 위한 협의 나서

 

한편 세상바로보기 회장 권혁민(국문․11)씨는 “학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앙동아리나 학회 가운데 정치적인 성향을 띤 곳이나 학교 본부의 정책에 이견을 가진 곳도 있는데 지도교수 의무제를 두면 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학교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담긴 대자보를 들고서 지도교수를 찾아가면 “이걸 붙이면 내 입장이 뭐가 되느냐”는 식으로 부담스러워하는 반응이 나온다는 게다.

 

또한, 자치라는 관점에서 지도교수제가 이중 통제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활동하는 동아리들은 동연으로부터 인준을 받고 매년 재등록 심사를 거친다. 회칙에 따라 자율적인 통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당국이 지도교수 의무제 도입에 나선다면 학생들의 자발적 운영으로 꾸려가는 동아리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물론 동아리 운영에 책임성을 강화해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학교 당국의 취지를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지도교수제는 사문화된 학생준칙 시행요강에 언급돼 있다. 4월 22일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학교 관계자가 “학생준칙은 이미 사문화된 것으로 폐지된 내용”이라고 설명한 점을 고려하면, 말과 행동이 다르다.

 

2차 전동대회를 기점으로 동연은 학생처와 지도교수제 개선을 놓고 비공식 협의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박세진 동연회장은 6월 21일 3차 전동대회 직후 “당장 ‘아니’라는 답변은 하지 않고 검토해 보겠다는 견해”라고 전했다. 학생지원팀이 현재 다른 대학의 동아리 지도교수제 운용 사례를 조사하고 있어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처는 본지의 수차례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지금은 밝힐 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글․취재/ 안다미 박동우 기자 pdwpdh@naver.com

정리/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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