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月]“우리도 국민대생이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국민저널 기사/FOCUS 2013.06.24 03:18

 

[6月]“우리도 국민대생이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Focus] 법무학과 존폐 논란, 그 후…

임준택 법무학과 학생회장 인터뷰 (Ⅱ)

 

어느덧 시계가 오후 8시 정각을 가리켰다. 법무학과 학생회장 임준택(법무․11)씨의 수업시간이다. “수업 들어가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걱정스러운 질문에도 그는 “우리 학과 문제인데 별수 있겠느냐”며 미소를 머금고 인터뷰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말이 계속되자 존폐의 갈림길에 내몰린 법무학과의 실상이 한 꺼풀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종국에 이르러 얼굴에 자리 잡은 안온함은 온데간데없었다.

 

강의 선택 폭 늘려 ‘야간수업 한계’ 극복하고

학과 특성 반영한 ‘맞춤형 과목’ 개설해야

 

Q. 어떤 경로를 통해 법무학과에 입학하게 됐나.

 

- “은행에서 일하다 보니 계약서를 많이 접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법을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국민대학교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법을 가르치는 법무학과를 설치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법무학과가 법 관련 실무 지식을 배우는 학과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게 딱 맞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내가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와 관련된 법 지식을 접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민대 법무학과’였다.”

 

Q. 법무학과 수업을 들어보니 만족스러운가.

 

- “학과 공부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학문과 실무 사이엔 괴리가 있다. 학교 수업은 이론에 가깝다. 우리가 사법고시를 보려고 학과를 들어온 것이 아니잖나. 직장 실무와 접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왔는데, 그런 부분을 충족시키는데 미흡한 점이 있더라. 법무학과만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몇 과목을 추가한 것 이외에는 주간에 다니는 법학부 학생들이 듣는 일반 과목을 그대로 듣는 형편이다. 별반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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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설학과, 야간학과라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 “무엇보다 공부할 여건이 되게 어렵다. 우리 앞에 선배들이 있는 것이 아닌지라 모든 면에서 헤매고 있다. 방향 제시를 해 줄 수 있는 멘토(mentor)들이 필요하다. 지도교수도 한 분에 불과해 모든 학생을 담당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매번 시간표 짤 때도 고생이 많다. 야간학과라서 일주일에 주어진 수업 시간이 최대 20시간이지만 17학점 정도 들으면 시간표가 꽉 찬다. 야간 수업인지라 강의 수가 적은 것도 불만이다. 똑같이 등록금을 냈으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강의의 폭이 넓어져야 하지 않겠나.”

 

별안간 임준택 학생회장이 자신의 시간표를 내밀었다. 목요일을 빼곤 평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내내 ‘수업’으로 꽉 차있었다. 그마저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과목이 한둘이 아니”란다.

 

 

▲그가 내민 서류에는 법무학과 학생회장 임준택(법무․11)씨는 인터뷰 도중에 자신이 갖고 있던 자료를 슬며시 내밀었다.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을 시행하고 있는 전국 대학의 학과 명단부터 올해 교육부 예산안까지 입수해뒀던 게다. 스러져 가는 법무학과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그의 애정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서울=국민저널/최용우 기자)

 

Q. 법무학과 학생들은 장학금과 같이 별도로 받는 금전적 혜택이 있나?

 

- “다른 학과 학생들과 같은 장학금을 받는 것 이외에 다른 지원은 전혀 없다. 하루 중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극히 적은 탓에 아예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친구들도 많다. 반면 관심 있는 학생들은 성적장학금이나 면학장학금 등 일반 장학금을 잘 받고 있다. 법대 교수님들이 직접 주는 교수장학금을 그나마 많이 받는 것 같다.”

 

Q.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무학과 학생 사회가 단단히 결집한 듯하다.

 

- “사실 우리는 야간학과다 보니까 다 같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저녁에 와서 수업을 듣고 끝나면 바로 귀가한다. 그러니 학생들이 마치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모임을 활성화하려고 노력한다. 카페나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먼저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이 이뤄지면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더 결집하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이번 사태 덕분에 우리 학과의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더 이어져야 한다.”

 

Q.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

 

-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무학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만들어졌다. 법과대학장, 교수진, 그리고 법무학과 학생들까지 모두 동참했다. 비대위 밑에는 5개 분과 조직이 구성됐다. 학과 홍보, 교육 과정, 학생 복지 등 부문마다 교수님과 학생들 10여 명이 담당하고 있다. 아마 2014학년도부터는 학과에 명확한 조직 체계가 설 것이다. 게다가 내년이면 우리 학과에서 첫 졸업생도 배출되니, 학과를 존속시켜 전통을 이어나갔으면 한다.”

 

Q. 이번과 같은 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는 여론이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 “일단 학과를 존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앞으로는 그 약속에 맞춰 어떤 세부적 과제를 실천해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법무학과가 교내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존재감을 각인시킬 것이다. 내년에도 입학생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땐 달리 학과를 유지할 방도가 없다. 그러면 학교 본부의 결정에 운명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학과 존속만 된다면야 소원이 없다

우리도 국민대 학생이라는 것 알아줬으면

 

Q. 다른 학과와 달리 학교 당국에 요구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닐 텐데.

 

- “여느 학생들처럼 등록금을 인하해달라거나, 복지 혜택을 늘려달라는 요구는 우리에게 감지덕지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저 학과만 존속시켜줬으면 한다. 입학생 수가 문제라면 우리도 나름대로 노력할 테니, 학교도 전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Q. 다른 학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있는지.

 

- “법무학과도 국민대학교에 속한 하나의 ‘학과’라는 것만 알아 달라. 한울타리 안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같은 학우들이고, 그래서 ‘우리’로 통했으면 한다. 동정심보다는 일체감을 지니고서 봐 달라. 인원이 적다고 해서 없어지는 학과가 아니라 학문을 배우는, 똑같은 ‘학과’일 뿐이다.”

 

글․인터뷰/ 김선영 최용우 기자 julyten@daum.net

정리/ 박동우 유지영 기자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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