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月]“정부 예산 받는데도 학과 운영 어렵다니…말도 안돼”

국민저널 기사/FOCUS 2013.06.21 12:33

 

[6月]“정부 예산 받는데도 학과 운영 어렵다니…말도 안돼”

[Focus] 법무학과 존폐 논란, 그 후…

임준택 법무학과 학생회장 인터뷰 (Ⅰ)

 

2013년 3월의 마지막 날, 법과대 학생회 페이스북 계정에 한 건의 성명서가 게시됐다. 법무학과 학생회장 명의로 발표된 이 성명서에는 적잖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야간대학으로 출발한 건학 이념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일이며, 만학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들의 작은 소망마저 저버리는 처사”라는 표현에서 법무학과 학생들의 울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학교 본부가 일방적으로 법무학과(야간)를 폐지하려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는 이내 수많은 ‘공유’와 ‘좋아요’로 주목 받았다. 이윽고 지지를 약속하는 우리학교 학우들의 댓글 행렬이 가세했고, 몇 시간 만에 법무학과 폐지 논란은 주요 쟁점이 되었다. 학생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여론의 굳건한 지지 속에, 법무학과 폐지는 이틀 만에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학과 구조조정의 그림자는 가시지 않았다. 작년 불거진 KIS(Kookmin International School)의 경영대학 편입 사태를 비롯해 최근 있었던 법무학과 폐지 논의는 학과 신설과 폐지가 충분한 의견 수렴과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취업률을 끌어올리고 산학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의 2014학년도 학과 구조 개편안이 발표(2013년 4월호 참조)되고 재단 이사회를 통과하는 동안에도, 제대로 된 학생 의견 수렴은 없었다.

 

그래서 법무학과 문제는 마무리됐으나 마무리된 것이 아니다. <국민저널>은 지난 4월 2일과 5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 법무학과 학생회장 임준택(법무․11)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법과대 교수진과 학생들의 노력 덕분에

총장으로부터 ‘폐지 논의 중단’ 약속 받아

 

Q. 법무학과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 “어수선하다. 법무학과 학생들은 대체로 직장인이라 주간 학생들보다는 학과의 존폐 위기에 있어 신경을 많이 쓸 수 없다. 어쨌든 졸업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위기의식을 갖고 있진 않은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학연, 지연이라는 관계를 무시 못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법무학과의 정통성이 이어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 중심으로 과감히 폐지 반대를 주장했다.”

 

Q. 법무학과 폐지 기류를 이전부터 알고 대응했다던데.

 

- “3월 15일 기획처를 중심으로 폐지 논의가 나왔다. 그래서 3월 22일에 이름으로만 존재하던 법무학과 학생회를 부랴부랴 만들었다. 그 달 27일 법무학과 이동기 지도교수와 면담을 가졌고, 31일에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 날(4월 1일) 법무학과 임시 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공 수업을 거부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과 폐지 반대 서명을 받자는 사항들이 결정됐다. 특히 3일로 예정된 교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각 단과대학장들을 일일이 찾아가 호소할 계획도 마련했다.”

 

Q. 성명서 발표 후 채 이틀도 안돼 학교가 “4월 3일 교무위원회 회의 안건에 법무학과 폐지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어떠한 속사정이 있었나?

 

- “2일 아침 표성수 법과대학장과 이동기 지도교수에게 계획을 알리니 ‘학생들의 처지도 십분 이해되지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한테 잠깐의 시간을 달라. 그 안에 우리가 해결 못하면 학생들의 계획대로 움직여라’고 답을 주더라. 몇 시간 후 유지수 총장과 표성수 법과대학장이 독대를 가졌고, 그 결과 다음 날에 열리는 교무위원회에 법무학과 폐지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총장의 구두 약속을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 우리(법무학과 학생 일동)는 그 약속을 믿고 수업 거부와 서명 운동을 철회했다.”

 

 

▲지난 3월 31일 법무학과 학생회장 임준택(법무․11)씨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 학교 본부가 일방적으로 법무학과(야간)를 폐지하려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는 일순간 페이스북에서 수많은 '공유'와 '좋아요'로 학생들의 주목을 받았다. (출처 : 법과대 학생회 페이스북 계정)

 

의견 수렴 실종된 윗선 결정

학생들에겐 그저 ‘일방 통보’뿐

 

Q. 이후 교무위원회 회의에선 유지수 총장의 약속대로 안건 상정이 취소된 것인가?

 

- “회의 내용에 관해선 들은 바 없다. 학장님과 교수님의 약속을 믿고 있다. 다행히 존치하는 것으로 결정 났지만, 교무처와 기획처의 주장도 일면 이해는 간다. 신입생이 일정한 수준까지 들어와야 운영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논의했다는 것이 기분 나빴다. 문제가 있다면 최소한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서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대안을 찾던지 노력해야 하지 않나. 의사 결정 과정에 몹시 불만을 느낀다.”

 

Q. 학생 모집에서 어려움이 적잖은 듯한데, 신입생 숫자가 해가 지날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2011년 당시에는 우리 학과처럼 ‘특성화고졸재직자특별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는 대학이 전국에 5곳 밖에 없었다. 학과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다 보니까 입학자 수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상황이었는데, 올해 64개 대학에서 이 전형을 도입했다. 수요는 평행선을 달리는데, 공급량이 많아지니 당연히 입학자 수가 줄어든다. 해당 전형을 도입한 학과 가운데 97%가 정원 미달 사태에 맞닥뜨렸다. 일각에서 학과 홍보 부족을 지적하는데 깊은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공급처가 늘어나 공급 과잉 상태가 돼 버린 데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

 

*특성화고졸재직자특별전형 :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 중 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자를 대상으로 한 대학 입시 전형.

 

Q. 하지만 학교 당국이 학과 홍보에 전력을 기울였다면 신입생 모집 여건이 나아졌으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간 학과 홍보에 쏟은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 “법무학과 교수님들이 애를 많이 썼다. 특성화고등학교 방문을 홍보의 주된 방향으로 잡았나 보더라. 교수님들은 특성화고교 졸업생들이 적어도 졸업 후 3년까지는 모교에 인적 네트워크를 갖춰놓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성화고교를 직접 찾아가 학생들과 일대일로 대면해 이야기도 들려주고, 심지어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듯하다. 고교에서는 졸업생들을 지도해 주진 않는다. 교수님들도 미래 수요보다는 당장의 수요를 얻을 수 있는 대상을 목표로 설정해 홍보 방법을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Q. 교육부 예산 자료를 살펴보니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을 실시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투입하는 예산이 따로 배정돼 있던데, 어떻게 쓰이나?

 

- “평생학습을 진흥하고 그에 따른 교재 연구를 원활히 돕게끔 교육 콘텐츠를 구성하는데 쓰인다. 법무학과의 목적이 평생교육과도 결부돼 있지 않나. 국가에서도 마이스터고 같은 특성화고교 졸업생들이 이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자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평생학습 활성화 지원 명목으로 대학에 주어지는 예산이 지난해 85억 원에서 올해 170억 원으로 늘었다. 선취업 후진학 제도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 예산 또한 12억 원에서 28억 원으로 증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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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서 매년 지원 예산을 집행

경제적 문제로 인한 폐과 주장은 맞지 않아

 

Q. 그렇다면 학과를 유지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르기에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겠다는 학교 본부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충분히 운영하고 남을 수준의 재정 지원금이 내려온다.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만들면 학교에 예산이 배정된다. 작년에도 법무학과에 5천만 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을 시행하는 학교마다 평균 2억 5천만 원 정도가 지원될 예정이다. 교육부에서 계속 지원을 늘리는 마당에 신입생이 적게 들어와서 돈이 안 되거나 운영이 어렵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Q. 재학생의 눈으로 보기에 학교 본부가 무슨 이유로 법무학과를 폐지 직전까지 내몰았다고 생각하나?

 

- “현재 우리학교에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을 통해 입학할 수 있는 학과가 법무학과와 기업경영학부, 두 군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우리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이 분배된다. 그런데 예산을 한 학과로 몰아주면 집행하는데 있어서 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다. 학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학생들이 더 많이 입학하는 기업경영학부에 몰아주는 게 효율이 크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학교에서 기업경영학부를 더 확대 발전해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이어지는 인터뷰 2부에서는 법무학과 재학생들이 공부하면서 겪은 고충과, 이를 바탕으로 개선돼야 할 사항을 임준택 법무학과 학생회장의 입을 통해 들어 보고, 학과 폐지를 막기 위해 교수진과 학생들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실천할 것인지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글․인터뷰/ 김선영 최용우 기자 julyten@daum.net

정리/ 이승한 박동우 기자 pdwpdh@naver.com

사진 제공/ 법무학과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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