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 2013년 4월] 우리는 느리게 걷자

[편집국장의 말]우리는 느리게 걷자

2013년 4월호 에디토리얼(Editorial)

 

“어떻게 ‘<연합뉴스>급’으로 속보를 내시죠? <국민저널>의 무기는 역시 속보인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주위에서 가장 많이해 주시는 말입니다. SNS 계정을 통해 개성공단 소식, 장・차관급 인사 임명 소식 등 각종 속보를 기성 언론과 비슷한 속도로 보도한 덕분이죠. 비결은 알려드릴 수 없지만, 농담으로나마 ‘<연합뉴스>급’이라는 말을 들으니 으쓱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무기가 ‘속보’라는 것엔 선뜻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남들보다 먼저 누구보다 빠르게” 기사를 내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으로 실시간 속보를 확인하는 게 익숙하고, 터치나 클릭 한번으로 관련 기사들을 훑어보는 게 당연해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뉴스를 천천히 곱씹어 생각해 보기도 전에 다른 뉴스가 시야를 가리는 이 속도에 익숙해진 나머지, 뉴스를 잊는 것도 덩달아 빨라진 건 아닐까요?

 

올 2월과 3월, 북악을 뜨겁게 달궜던 등록금 인하에 대한 학생들의 열망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화를 요구하던 총학생회 연석회의의 당돌한 패기를 기억하는 분들은 얼마나 계신지요. 혹시 4월의 북악을 찬란하게 수놓았던 꽃들의 향연과 중간고사를 거치며 기억 저 너머로 숨어버린 건 아닌가요.

 

<국민저널>은 설령 사건을 제일 처음 보도하는 매체는 못 될지라도, 잊는 건 가장 더디 잊는 매체가 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드린 약속, 북악의 충실한 목격자가 되어 기록하고 기억하겠노라는 다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현란한 속도의 시대에 참 시대착오적이게도,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느림’입니다.

 

추신. <국민저널>에 다섯 명의 수습기자가 들어왔습니다. 고된 길 함께 걷겠노라 손 내민 귀한 동료들, 구본철, 김선영, 박영민, 안다미, 조해성 기자에게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느리고 끈질기게 걷는 우리가 되겠습니다.

 

이승한 편집국장 tintin@iamtin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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