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月]등록금 납부, 카드는 안되고, 나눠 내기는 비밀?

국민저널 기사/FOCUS 2013.03.04 13:29

 

등록금 납부, 카드는 안되고, 나눠 내기는 비밀?

90개 대학 카드 무이자 할부 되는데

학교 “비용 든다” 카드납부제 도입에 난색

분할납부제는 자격 제한, 부실 홍보 ‘문제투성이’

 

 

지난 2월 22일 학부모 간담회가 열린 국제관 콘서트홀 앞, 건축학부 신입생을 둔 학부형 A씨는 간담회장은 들어가지도 않은 채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자식을 대학에 보낸 감회도 잠시, 벌써부터 학교에 쌓인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기 때문이다. “빚 내어 등록금을 한꺼번에 냈는데, 뉴스를 보니 다른 학교들은 한 달에 얼마씩 돈을 나눠 낼 수 있더라. 뭔가 손해 본 기분이 들었다.”

 

 

대형 카드사들이 올해 1학기 대학 등록금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가운데, 우리학교의 분할 납부 제도(이하 분납제)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노출됐다.

 

 

카드사 등록금 무이자 할부 제공키로

우리학교, 카드납부제 안돼…“카드사 제휴 맺지 않아”

 

 

지난달 21일 신한·롯데·비씨·하나SK·KB국민 등 5개 카드사는 새 정부 출범을 맞이해 ‘상생 경영’을 도모하는 의미에서 자사와 제휴를 맺은 대학들을 대상으로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가 계약을 맺은 대학은 서울대·동국대·순천향대·여주대 등 90여 개교로, 대학(4년제대․전문대 포함) 네 곳 중 한 곳 꼴이다.

 

 

그러나 우리학교 학생들은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재무처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과 제휴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우리학교는 등록금 카드 납부가 원천 봉쇄돼 있기 때문에 애당초 카드사로부터 혜택을 받을 리 없는 것이다.

 

 

명분은 과도한 수수료 부담…“불필요한 비용”

학교 부담 수수료율 1% 내외…시중보다 저렴

 

 

 

학교는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가맹점’인 대학은 카드사로부터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받는 대가로, 카드사에 등록금 총액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B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대체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2~3% 안팎인데 비해, 대학은 1% 내외로 낮게 책정된다”며 “대학이 이를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 것인 양 바라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무이자 할부 서비스는 대학이 매출 1천억 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가 수수료를 전액 부담한다.

 

 

학교가 비용 문제를 내세워 등록금 카드납부제 도입에 난색을 표하자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C씨(경영․11)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있음에도 학교는 새로운 일을 벌리기 싫다는 식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듯하다. 교육 수요자인 우리만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김정훈(경제․10)씨는 “학교가 학생들을 제자가 아니라 비즈니스 고객으로 보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2개월 3회’ 분할납부제

학자금 대출자, 신입생은 제외

건강보험료 月 14만원 이하만 OK…“실질 소득 알기 어려워”

홍보조차 부실해 작년 신청자 ‘48명’ 그쳐

 

 

대신 우리학교는 문을 연 1946년부터 분납제를 도입해, 2개월에 걸쳐 등록금을 3회 나눠 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왔다. 제때 등록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늘(4일)부터 접수를 받는다. 그러나 이중 수혜를 막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입생 역시 첫 학기를 등록할 때 분납제를 신청할 수 없다. 여러 학교를 동시에 합격한 학생이 우리학교에 등록했다가 취소할 경우 등록금 환불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신청 자격을 가구당 건강보험료 합계액 월 14만 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신청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에는 소득 이외에도 보유한 부동산, 자동차 등 다양한 지표가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득이 얼마인지 알 길이 없다”며 “게다가 건강보험료 안에 본인 부담액, 직장 부담액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가계의 경제 형편을 파악하기 애매하다”고 비판했다.

 

 

사전 홍보도 미비하다. 등록 기간 전에 일찌감치 대다수의 학교가 홈페이지를 통해 학사 공지 사항을 띄우거나 제도 소개 코너를 따로 두는 등의 방식으로 분납제를 적극 홍보하는 반면, 우리학교는 분납제 신청자 접수 당일인 오늘 정오까지 어떠한 설명조차 없다.

 

 

대학알리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분납제를 신청해 등록금을 쪼개 낸 학생 수는 48명으로, 전체의 0.3%에 불과하다. 나머지 1만 7천926명의 학생들은 등록금을 일시납부했다. 2만여 명의 전교생 가운데 641명이 분납제를 신청한 건국대, 1만 5천여 명의 전교생 가운데 490명이 분납제를 선택한 숭실대와 대조를 이룬다.

 

 

정부는 손 놓고…학교는 눈치 없고

등록금 분할납부제, 자격 풀고 분납 횟수 늘려야

 

 

정부는 등록금 카드납부제, 분납제 등은 일종의 ‘권장 사항’에 불과하다며 문제 해결에 손을 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내놓은 대책이라곤 대학알리미 웹사이트를 통해 매년 각 대학의 등록금 제도 현황을 공개하는 것과 ‘등록금 부담 경감’과 관련된 공문을 일선 대학에 하달하는 것이 전부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장학과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등록금을 책정하고, 학생들로부터 받고, 운용하는 것 모두 대학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도 개선을) 강제할 여지가 없다”고 말하며 학내 구성원 간 협의를 통해 제도를 고칠 것을 당부했다.

 

 

한편 한국대학연구소는 “등록금 분납제에 신청 자격 제한을 두기보다 모든 학생들에게 풀어주고, 분납 횟수를 늘려주는 방향으로 바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동우 기자 pdwp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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